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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끝나고 통계 보면 힐량이 팀에서 제일 높은데 졌다는 게 이해가 안 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도 키리코를 꽤 오래 사용해온 유저로서, "열심히 살렸는데 왜 졌지?" 하는 의문을 수도 없이 가졌습니다. 그 의문의 답이 결국 힐량과 팀 기여도는 다른 이야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힐량 높은 키리코가 오히려 패인이 되는 이유
키리코가 고힐량을 기록하는 경기는 대부분 패배하는 경기입니다. 이게 역설처럼 들리겠지만, 저도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야 이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힐량이 높다는 건 그만큼 팀원이 많이 맞고 있다는 뜻입니다. 대치 구도(포킹 및 지속 교전 상황)가 길어지면, 키리코는 쿠나이를 던질 틈도 없이 순보를 소모하면서 팀원 체력만 채우는 역할로 전락합니다. 여기서 대치 구도란 쌍방이 교전을 주고받으면서도 결정적인 킬을 내지 못하고 소모전이 이어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 구도에서 힐만 넣는 팀은 구조적으로 불리합니다. 상대가 나노부스트나 용검처럼 한타를 뒤집는 얼티밋을 먼저 사용하는 순간 버텨온 시간이 전부 무너집니다.
제가 직접 여러 판을 복기해보니, 힐량이 높은 경기일수록 키리코의 쿠나이 명중률과 킬 기여가 낮았습니다. 쿠나이는 키리코의 주요 공격 수단인데, 직격 시 적의 체력을 크게 깎고 헤드샷 배율도 높아 딜러급 킬을 낼 수 있는 핵심 스킬입니다. 하지만 팀원을 살리느라 바쁜 상황에서는 이 쿠나이를 공격적으로 쓸 여유 자체가 없어집니다.
오버워치2 공식 통계에서도 지원가 영웅의 역할이 단순 치유량 이상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순모(스즈)와 쿠나이, 방울(키리코의 전투 지원 스킬)을 조합해 사이드 압박과 다이브 지원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키리코의 설계 의도입니다(출처: Blizzard Entertainment 오버워치2 공식 사이트). 이 설계를 무시하고 라이프위버나 메르시처럼 후방에서 힐만 넣으면, 키리코를 선택한 이유 자체가 없어집니다.
힐량이 높다고 잘하는 키리코가 아닌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한타 이후 정리 국면에서 쿠나이 1~2대씩만 꽂고 기여도 없이 생존
- 팀이 전멸한 상황에서 뒤늦게 순보(스즈)로 합류해 혼자 살아남음
- 얼티밋인 캉가루샤인(키리코 궁극기)을 아껴두다가 팀이 이미 무너진 후에 사용
저는 솔직히 광물 키리코들을 보면서 "차라리 메르시를 쓰지"라는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닙니다. 메르시는 블래스터로 변수를 기대하는 영웅이 아닙니다. 단일 힐과 부활 메카닉으로 팀의 생존을 보조하는 역할로 설계되어 있고, 그 기준에서 잘 작동합니다. 그러나 키리코는 다릅니다. 순보(스즈)라는 이동기가 있는 라이프위버처럼 쓰는 순간, 그건 그냥 이동기 달린 단일 힐러일 뿐입니다.
진짜 잘하는 키리코의 기준, 변수창출
키리코를 잘한다는 기준에 대해 오해가 많습니다. 저도 한동안 데스가 낮으면 잘하는 거라고 착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키리코는 생존기가 있는 영웅이기 때문에 데스가 낮은 건 당연한 전제 조건에 불과합니다.
진짜 기준은 변수창출(Value Creation)입니다. 여기서 변수창출이란 예측 불가능한 순간에 킬이나 한타 반전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의미합니다. 키리코의 경우 쿠나이 헤드샷으로 적 딜러를 솔킬하거나, 얼티밋 캉가루샤인으로 한타의 흐름을 뒤집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게임 이론적으로 보면, 대치 구도가 길어질수록 먼저 변수를 내는 팀이 이깁니다. 상대가 얼티밋을 누적하고 있는 동안 우리 팀이 힐만 받으면서 버티는 건, 맞다가 결국 한 방에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이걸 e스포츠 코칭 분야에서는 리소스 갭(Resource Gap)이라고 부릅니다. 리소스 갭이란 양 팀이 보유한 얼티밋 충전량, 포지션 이점, 피통 상태 등의 차이가 벌어진 상태를 말하며, 이 갭이 일정 이상 벌어지면 힐로는 역전이 불가능해집니다(출처: Overwatch League 공식 분석 채널).
저도 솔랭에서 느끼는 게, 이기는 경기는 대체로 키리코로 킬을 하나라도 냈거나 얼티밋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경기였습니다. 힐량이 낮아도 그런 경기가 훨씬 이겼습니다. 반대로 힐량이 높았는데 졌던 경기는 예외 없이 제가 순보를 제 탈출용으로만 쓰거나, 한타 이후 정리 상황에서 아무 영향도 못 준 경우였습니다.
키리코를 잘 활용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기준으로 자기 플레이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순보(스즈)를 나 살려고만 썼는가, 아니면 팀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썼는가
- 한타 중에 쿠나이로 킬 기여를 최소 1회 이상 했는가
- 캉가루샤인(얼티밋)을 팀 전멸 이전 적시에 사용했는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도 없다면, 솔직히 그 경기의 키리코는 힐량과 무관하게 팀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 겁니다. 저도 처음엔 이 기준이 가혹하게 느껴졌는데, 직접 복기해보면 맞는 말이더라고요.
오버워치2에서 지원가(Support) 역할군은 단순 치유가 아니라 팀의 전체 자원 흐름을 설계하는 포지션입니다. 힐러라는 단어가 주는 고정관념이 키리코를 잘못 사용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키리코를 선택했다면 적어도 한타 한 번에 변수 하나는 만들어야 선택한 의미가 생깁니다. 힐량은 결과가 아니라 그냥 숫자입니다. 이기는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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