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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을 3개 뽑았는데 왜 욕을 먹었을까요? 저도 처음엔 이게 이해가 안 됐습니다. 사이드 돌아서 야타, 아나, 메이까지 잡아냈는데 팀이 지고 나서 "힐 유기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면, 그 키리코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했을지. 근데 한 탄 내용을 뜯어보면 억울한 게 100%라고 말하기도 좀 애매합니다.

 

조합이 이미 사이드를 요구하고 있었다

미드타운 3경유지에서 자리아-메이-캐서디-아나-야타 조합을 상대로 정면 싸움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선택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야타(Baptiste)가 있는 라인에 뚜벅이 탱커가 정면으로 밀고 들어가면 체력이 녹는 속도가 체감상 2배 이상 빠릅니다. 여기서 야타란 힐과 데미지를 동시에 수행하며 아군 탱커의 전투력을 증폭시키는 서포터로, 전선 유지 능력이 서포터 중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거기에 자리아(Zarya)라는 카드가 더해지면 문제는 커집니다. 자리아란 배리어(방벽 스킬)로 피해를 흡수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에너지가 쌓일수록 개인 화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탱커입니다. 즉, 정면에서 딜을 퍼붓는 구도는 자리아의 에너지 파밍을 도와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해당 한타 영상을 보면 시그마(Sigma)가 방벽을 세워 자리아를 잡으려 했지만, 오히려 방벽이 깎이는 동안 자리아 에너지만 올라간 상황이 반복됩니다.

그렇다면 키리코(Kiriko)를 넣은 이유가 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키리코는 순간 이동(순보)과 정화 스킬(방울)이 있어 서포터 중 가장 공격적인 사이드 플레이가 가능한 캐릭터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 아닙니다. 키리코를 픽한 순간, 조합이 "사이드를 써라"고 말하는 겁니다. 제 경험상 키리코를 들고 본대에만 붙어 있으면 루시우나 모이라 대비 뚜렷한 장점이 없어서 픽 자체가 낭비가 됩니다.

이 구도에서 어떤 요소가 한타 결과를 갈랐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리아 에너지 파밍: 정면 교전이 길어질수록 자리아가 강해지는 구조
  • 야타의 전선 유지: 상대 앞라인의 생존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원인
  • 키리코의 이동 자원: 사이드 활용 시 가장 효율이 높은 서포터 특성
  • 시그마의 방벽 소모: 자리아에 방벽을 낭비하면서 체급 손해 누적

사이드 플레이의 핵심은 킬이 아닌 안정화 타이밍

여기서 제가 직접 키리코를 수백 판 돌려보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사이드에서 킬을 따는 것보다 어느 타이밍에 본대로 복귀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해당 한탄에서 키리코는 야타를 잡고 아나까지 처리했는데, 그 직후 적진으로 과감하게 파고 들어가다가 결국 상대 야타에게 잡혔습니다. 이 선택이 결정적인 분기점이었습니다.

안정화(Stabilization)란 아군의 체력과 자원을 회복시켜 다음 교전을 안전하게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오버워치2에서 힐러의 역할은 킬 자체가 아니라 이 안정화 사이클을 끊지 않는 것입니다. 저도 키리코를 하면서 쿠나이(Kunai)에 심취해서 딜 욕심을 부리다가 본대가 터지는 경험을 꽤 했습니다. 킬 하나를 더 따려다 순보(Suzu) 방울 하나를 못 써줘서 한타를 통째로 날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야타를 잡은 시점이 사실 복귀 타이밍이었습니다. 상대 핵심 딜러인 야타가 없으면 상대 전선 화력이 크게 빠지기 때문에, 그 순간 본대로 합류해 캐서디(Cassidy)에게 힐을 넣어줬다면 자리아가 배리어를 두 개 모두 소모한 상태에서 공격이 들어가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한탄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이 킬을 못 낸 게 아니라, 킬을 낸 직후의 복귀 판단이라고 봅니다.

오버워치 공식 통계에 따르면 고티어 플레이어들의 힐러 평균 데스 수는 저티어 대비 30~40% 낮습니다(출처: 오버워치 리그 공식 사이트). 이 수치가 말해주는 건 결국 힐러가 살아있어야 팀이 산다는 단순한 사실입니다.

역할론: 키리코는 겐지가 아닙니다

캐서디 플레이어가 "힐 유기하고 가서 킬 따면 뭐 함"이라고 한 게 100%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말이 나온 맥락이 좀 복잡합니다. 캐서디 입장에서는 힐이 붙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아의 에너지가 쌓인 전선을 혼자 버티고 있었던 거니까요. 솔직히 이건 억울한 게 맞습니다. 근데 동시에 탱커인 시그마가 방벽을 비효율적으로 소모하면서 체력 관리에 실패한 게 먼저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제가 봤을 때 이 한탄의 구조적 문제를 정리하면, 토르비온(Torbjörn)이 키리코와 함께 사이드를 돌아야 했습니다. 토르비온의 포탑(Turret)은 설치 후 자동으로 화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이드에서 포탑을 심어두고 압박을 주면 상대 팀이 정면만 볼 수가 없어집니다. 여기서 포탑이란 일정 반경 내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는 구조물로, 사이드 압박과 거점 견제에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미드타운같이 코너와 사이드 통로가 명확한 맵에서는 이 양각(Crossfire, 양방향에서 동시에 화력을 집중하는 전술) 구도가 특히 효과적입니다. 양각이란 두 방향 이상에서 동시에 교전 압박을 넣어 상대가 한쪽을 포기하게 만드는 전술입니다. 정면을 단단하게 보는 조합은 기동성이 낮아서 이 양각에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조합을 상대로 정면만 계속 밀면 답이 안 나오고, 맵을 넓게 쓰는 순간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게임 연구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팀 기반 FPS에서 역할 수행 충실도(Role Fulfillment Rate)가 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 킬 수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오버워치 공식 블로그). 이 지표가 의미하는 건, 키리코가 사이드에서 킬을 뽑는 것보다 순보와 방울로 아군을 지켜내는 것이 팀 승리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이번 한탄을 보면서 느낀 건 결국 플레이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의 문제라는 겁니다. 사이드를 도는 건 맞았고, 킬을 낸 것도 잘한 겁니다. 다만 킬을 낸 직후에 "이제 뭘 해야 하는가"를 더 빠르게 판단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키리코를 제대로 쓰고 싶다면 쿠나이 조준 연습만큼이나 아군 체력을 읽는 눈을 같이 키워야 합니다. 사이드에서 변수를 만드는 키리코도, 본대가 터지기 직전에 순보로 날아가서 방울 하나 툭 던져주는 키리코도, 둘 다 같은 캐릭터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2I5-rMV5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