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솔직히 이건 보면서 옛날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옵치1 시절에 로드호그만 고집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맞을 때마다 "힐 어디 갔어?"를 입에 달고 살았거든요. 저도 처음엔 힐러 탓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친구가 맞는 양이 도통 줄질 않는 게 진짜 문제였습니다. 이번 리뷰를 보면서 그때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조합 이해 없이 탱킹하면 생기는 일

오버워치에서 팀 조합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이 바로 포킹(Poking)과 다이브(Dive)입니다. 포킹이란 적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원거리에서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플레이 방식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다이브는 이동기를 활용해 적 진형 안으로 빠르게 침투해 주요 적을 처치하는 조합입니다.

이번 리뷰에서 눈에 띄었던 건 힐러 조합이었습니다. 제냐타와 브리기테가 함께 섰는데, 이 조합은 단일 힐에 치중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단일 힐이란 광역 회복이 아닌 한 명에게 집중적으로 치유를 넣는 방식을 뜻하는데, 탱커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순간 힐이 따라가질 못합니다. 제냐타-브리기테 페어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이 조합이 빛을 발하려면 다이브 조합이나 정해진 각도에서 싸우는 구조가 받쳐줘야 합니다.

그런데 탱커가 로드호그를 꺼낸 순간 저는 직감적으로 "아, 이 분 옵치1 광물 유저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직접 봐온 패턴이거든요. 힐도 안 들어오고, 킬도 안 나오고, 그럼 그냥 내가 갈고리 걸어서 혼자 잡고 빠지겠다는 심리입니다. 로드호그의 셀프힐 메커니즘, 즉 스스로 체력을 회복하는 능력에 의존해서 반독립적으로 움직이려는 거죠. 근데 지금 오버워치2에서 로드호그는 딜이 많이 너프되어 원콤이 잘 안 나오기 때문에 저 전략 자체가 이미 무너진 상태입니다.

이 판에서 탱커가 어그로 관리를 전혀 못 했다는 점도 짚고 싶습니다. 어그로(Aggro)란 적이 특정 플레이어를 집중적으로 타겟팅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로, 탱커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입니다. 은폐 엄폐 없이 정면으로 들이받으면 탱커가 먼저 무너지고, 탱커가 무너지는 순간 딜러와 힐러가 연쇄적으로 쓸려나갑니다. 오버워치는 총 게임인데, 총알을 덜 맞는 위치에서 싸우는 게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안 맞고 버티는 게 탱킹이지, 다 맞으면서 힐 요구하는 게 탱킹이 아니거든요.

맵 구조도 무시된 부분이 컸습니다. 이 맵은 2층을 선점하면 유리한 구조인데, 탱커가 지형을 활용하지 않고 정면만 고집했습니다. 제 경험상 2층 시야를 먼저 챙기고 각을 보면서 싸우는 것과 냅다 직진하는 것은 한타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탱커가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던지지 않기 (과도한 돌진으로 혼자 사망하는 것 금지)
  • 강제 어그로 유도 (적이 아군을 때릴 때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기)
  • 탄 가려서 맞기 (지형과 엄폐물을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이 세 가지만 지켜줘도 딜러와 힐러가 훨씬 편하게 판을 풀어갑니다. 그걸 못 하면서 힐이 부족하다고 징징거리는 건, 제가 옆에서 봤으면 솔직히 말 한마디 했을 것 같습니다.

 

탱킹 원칙과 포지셔닝이 왜 핵심인가

이번 판에서 브리기테를 하던 분이 제일 고생했을 거라는 게 저는 보는 내내 느껴졌습니다. 브리기테는 근거리 지원 탱킹 성격을 가진 힐러로, 앞라인 탱커 바로 옆에 붙어서 보조하는 설계입니다. 그런데 탱커가 무작정 돌진하면 브리기테가 따라가지도, 빠지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집니다. 제가 봤을 때 이 분이 모이라로 바꿨을 때 약간 숨통이 트인 것도 그 이유입니다. 모이라는 이동기와 셀프 서스테인, 즉 자체적으로 체력을 유지하는 능력이 있어서 돌진 탱커를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거든요.

그래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이 안 됩니다. 힐러가 아무리 조합을 맞춰줘도 탱커의 포지셔닝(Positioning), 즉 전장에서 자신이 서야 할 최적의 위치를 잡는 능력이 없으면 힐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탱커가 엄폐물 없이 사방에서 집중포화를 맞으면 어떤 힐러도 그 체력을 다 채울 수 없습니다. 오버워치 내에서도 힐러는 팀 전체의 생존을 조율하는 역할이지, 탱커가 맞는 걸 전부 받아내는 역할이 아닙니다.

실제로 게임 연구에서도 팀 기반 슈터 게임에서 역할 분담과 의사소통이 팀 승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포지션별 역할 이해도가 낮을수록 팀 전체의 퍼포먼스가 저하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도, 분석적으로도 이미 증명된 이야기입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탱커가 각을 보면서 벽을 끼고 와리가리치는 것만으로도 팀 전체의 생존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정면으로 때려박고 "힐이 부족해"를 외치는 탱커와, 엄폐하면서 어그로를 조율하는 탱커는 팀원 입장에서 체감 차이가 엄청납니다. 윈스턴으로 2층의 애쉬나 위도우를 견제하러 냅다 점프부터 뛰는 플레이도 같은 맥락입니다. 상대가 포킹 딜러를 여럿 데리고 있는 상황에서 엄폐 없이 돌진하면 순식간에 녹습니다. 저도 그런 윈스턴 탱커 만나봤는데, 솜사탕처럼 녹는 걸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버워치는 팀 게임 특성상 개인 실력보다 역할 이해도가 판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리자드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오버워치2는 역할 고정 큐(Role Queue) 시스템을 도입해 각 포지션의 역할 분담을 구조적으로 강제하고 있습니다(출처: Blizzard Entertainment). 이 시스템이 있는데도 포지션 이해 없이 하면, 결국 역할 고정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결국 이번 판이 아쉽게 마무리된 건 힐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탱커가 너무 맞았기 때문입니다. 브리기테님이 정말 고생하셨을 거라는 말은 빈말이 아닙니다.

사실 탱커는 욕을 가장 많이 먹는 포지션이기도 하지만, 잘 해줄 때 팀이 가장 편안한 포지션이기도 합니다. 탱커 하나가 어그로를 잘 끌어주고 지형을 써가며 버텨주면, 힐러는 여유가 생기고 딜러는 집중해서 킬을 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탱커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다 쓸립니다. 다음에 탱커를 플레이하신다면, 엄폐물 하나만 더 의식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힐러에게 욕 들을 일이 확 줄어들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m2_uIv4UCE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6/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