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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시에라 원챔으로 갈아탄 걸 꽤 오래 합리화했습니다. 다4~5 구간에서 솔져와 정크로 버티다가 시에라 나오자마자 넘어갔는데, 상대 탱커가 조금만 잘해도 느끼는 그 무력감이 이번 패치 이후 더 선명해졌습니다. 이번 미드시즌 패치는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지표 계산 방식 자체가 바뀐 큰 변화라, 숫자를 한 번 제대로 뜯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밴률 보정이 바꿔놓은 지표 판도
이번 패치 티어리스트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밴률(Ban Rate) 지표의 공식 도입입니다. 밴률이란 해당 영웅이 경기 시작 전 밴 단계에서 제외되는 비율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경기에 등장조차 못하고 제외되는 빈도입니다.
기존에는 픽률(Pick Rate)만으로 영웅 성능을 평가했는데, 여기서 구조적인 왜곡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마우가가 밴률 80%라면, 실제로 등장 가능한 판은 100판 중 20판뿐입니다. 그 20판 중 10판을 픽했다면 실질 픽률은 50%인 셈이죠. 반면 밴률이 10%인 레킹볼은 90판 중 10판을 픽했으니 픽률이 11%에 불과합니다. 이 두 영웅을 똑같이 픽률 10%로 보는 건 명백한 오류입니다.
이번에 도입된 보정 픽률(Adjusted Pick Rate) 방식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보정 픽률이란 밴률을 제외한 실제 등장 가능 경기 수를 분모로 삼아 계산한 픽률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보정 픽률이 높은 영웅에게는 승률 보너스를, 낮은 영웅에게는 감점을 적용합니다. 그 결과 디바, 파라, 솜브라, 둠피스트처럼 밴률이 높아서 지표상 저평가됐던 영웅들의 위상이 꽤 달라졌습니다.
이번 패치 지표 변화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우가: 밴률·픽률·승률 모두 상승 중이지만 절대 승률은 아직 낮음
- 디바: 개시자(Initiator) 패시브 너프와 마이크로 미사일 데미지 너프 후에도 밴률 여전히 높고, 승률·픽률은 오히려 소폭 상승
- 리퍼: 밴률·픽률·승률 모두 상승하며 그마 S티어 등극. 긴박한 방아쇠 패시브화가 고티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작용 중
- 프레야: D티어에서 B티어로 상승, 밴률이 0.9%에서 12.2%로 급등
개시자 패시브란 공중 부양 상태에서 일정 주기마다 체력을 회복하는 탱커 공용 패시브입니다. 이번 패치에서 치유량이 60에서 50으로 줄고, 발동 조건이 이동기 사용 시로 제한됐습니다. 재미있는 건 내부 쿨타임 5초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윈스턴은 원시의 분노 상태에서도 점프팩 쿨이 2초로 줄어도 사실상 최소 1초 손해를 보고, 둠피스트는 로켓펀치 쿨타임 4초와 맞물려 3초까지 손해를 봅니다. 수치상으로는 작아 보여도 실전에서는 꽤 아프게 느껴지는 조정입니다.

티어별 핵심 지표 분석: 그마·마스터·다이아
그랜드마스터 탱커 구간에서 S티어가 비어 있다는 점이 이번 패치의 특징입니다. 탱커 포지션은 특성상 픽을 자주 바꾸는 유저가 많아 픽률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고, 모든 맵과 상황을 압도하는 압도적 OP 캐릭이 현재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리아가 승률 54.3%로 탱커 단독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아틀리스나 리장타워 같은 좁은 1층 맵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딜러 쪽에서 저를 놀라게 한 건 정크랫 지표입니다. 2시즌 시작 전 그마 구간 승률이 43%였던 영웅이 미드시즌 패치 이후 49%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마 구간에서 승률이 올라간다는 건 사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티어 인플레이션(Tier Inflation)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티어 인플레이션이란 핵 제재 이후 점수 복구나 시스템 변화로 특정 구간의 인구 구성이 바뀌는 현상입니다. 저번 시즌부터 챔피언 구간 인구가 늘고, 기존 그마였던 실력자들이 위로 올라가면서 마스터~다이아에 있던 유저들이 그마로 올라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크 원챔 유저들이 마스터 구간에 많이 상주했다는 걸 생각하면, 그들이 그마로 올라오면서 지표가 올라간 그림이 꽤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젠야타의 상승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원래 고티어에서는 무는 조합에 취약해서 쓰기 어려운 영웅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마 구간 승률이 46%에서 49%로 올랐고 전 티어에서 고르게 상승 중입니다. 부조화(Discord) 오브란 특정 적에게 적용해 받는 피해를 25% 증폭시키는 디버프 스킬입니다. 현 메타에서 딜러 집중 교전이 많아지면서 이 스킬의 밸류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이아 구간에서는 젠야타 승률이 52%, 픽률 14%로 일리아리(승률 51%, 픽률 11%)를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젠야타의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파괴력을 살릴 수 있는 피지컬이 공존하는 티어가 다이아 구간이라는 분석이 맞는 것 같습니다.
힐러 지표 변화를 보면 일리아리 너프의 영향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히트박스(Hitbox), 즉 판정 범위와 관련된 패치는 승률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히트박스란 공격이나 스킬이 실제로 적용되는 충돌 영역을 뜻합니다. 일리아리의 총알 크기 정상화로 승률이 56%에서 52%로 내려온 건 그냥 단순 조정이 아니라 기존 성능 자체가 상당히 과도했다는 뜻입니다. 게임 밸런스 패치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분석한 사례를 보면, 판정 크기 변경이 딜 관련 수치 변경보다 평균 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Blizzard 공식 패치노트).
시에라의 현실과 메타 전망
제가 직접 시에라를 원챔으로 쓰면서 느낀 건, 상대가 조금만 조합을 갖춰도 우클릭이 완전히 무력화된다는 점입니다. 벽 뒤로 피하면 끝이고, 궁극기도 피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이게 저티어에서는 잘 안 통하는 이야기인데, 구간이 올라갈수록 대처법이 빠르게 퍼지면서 지표가 처박히는 구조입니다. 브론즈
실버
골드에서 S티어, 플래티넘에서 A티어를 유지하는 건 맞지만, 마스터 이상에서는 사실상 폐급이라는 평가가 데이터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시에라의 구간별 성능 격차를 보면 흡사 딜러 모이라와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습니다. 모이라가 저티어에서는 힐과 딜을 동시에 소화하는 강력한 영웅이지만 고티어에서는 활용도가 극히 제한되는 것처럼, 시에라도 같은 방향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가 패치 없이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다이아에서도 B티어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봅니다.
미즈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마스터 구간 쟁탈형 맵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루시우를 대체했을 때 조합이 굴리기 쉬우면서도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조합이 나온다는 게 이유입니다. 그마에서는 아직 힘들어 보이긴 하지만, 최근 공식 대회에서 미즈키 조합이 좋은 활약을 보인 영향이 일반 랭크에서도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출처: Overwatch Champions Series 공식 사이트).
바티스트 부진의 원인으로는 특전(Talent) 시스템 패치 시점과 성능 하락 시점이 정확히 겹친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특전이란 매 경기 시작 시 영웅별로 선택할 수 있는 추가 능력치나 스킬 변형 옵션입니다. 이 시스템 개편 이후 바티스트가 이전만큼의 위상을 못 찾고 있다는 건, 단순 수치 문제가 아니라 특전 구성 자체가 바티스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미드시즌 패치에서 가장 안정적인 꿀픽은 리퍼와 자리아, 아나, 키리코라는 데이터가 수렴하고 있습니다. 지표가 튀는 영웅들은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고, 시에라 원챔인 저로서는 슬슬 솔져로 복귀할 시점을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각 티어에서 꿀픽이 달라지는 만큼, 자기 구간에 맞는 픽을 고르는 게 결국 가장 빠른 탈출 경로일 것 같습니다. 젠야타 붐은 오고 있으니, 젠야타를 아직 안 써보셨다면 한 번쯤 실험해볼 만한 타이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