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팀싸움 (채팅분쟁, 다이브탱, 포지션)
채팅 한 줄이 게임 전체를 망친다는 걸, 저는 경쟁전에서 직접 겪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팀원이 사이드를 못 본다고 핑을 수십 번 찍고 채팅을 날린 순간, 그 플레이어는 팀 전체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됩니다. 그 뒤 단 한 번의 실수가 '증거'가 되어 게임이 끝날 때까지 표적이 되는 구조, 이게 오버워치 경쟁전의 현실입니다.

채팅 분쟁: 먼저 뭐라고 한 쪽이 항상 진다
일반적으로 팀원이 문제가 있으면 채팅으로 지적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경쟁전을 오래 하면서 그 반대가 맞다는 걸 확신하게 됐습니다. 먼저 채팅을 치는 순간, 그 사람은 스스로를 '비난받을 준비가 된 타깃'으로 만드는 셈입니다.
이번 사례를 보면 리퍼가 사이드에서 상대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이드 안 보냐"고 채팅을 쳤고, 이후 탱커가 "리퍼 그냥 빼라"며 핀잔을 줬습니다. 결국 게임이 끝날 때 탱커는 패드립, 리퍼는 욕설, 다른 딜러까지 가세해 "리퍼가 못 한다"고 동조하는 상황으로 번졌습니다. 처음 채팅 한 줄이 없었다면 이 중 어느 것도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틸팅(tilting)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틸팅이란 심리적으로 흔들려 판단력과 플레이 집중력이 동시에 저하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채팅 싸움이 길어질수록 팀 전체가 틸팅 상태에 빠지고, 이때부터는 실력과 무관하게 게임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채팅 분쟁이 시작된 판은 실력 차이가 있어도 역전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팀 커뮤니케이션의 부정적 신호는 팀 성과에 긍정적 신호보다 3배 이상 강하게 영향을 미칩니다(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오버워치는 5인이 실시간으로 소통해야 하는 게임인 만큼, 채팅 한 줄의 파급력은 일반적인 상상을 훨씬 넘습니다. 저는 플래 이하 경쟁전에서는 그냥 채팅창을 안 쓰는 게 베스트라는 결론을 오래전에 내렸습니다. 특히 광물(골드~플래티넘) 구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다이브탱: 픽만 다이브탱이고 플레이는 뚜벅이탱
이번 사례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디바 유저의 플레이 방식이었습니다. 디바를 들고 나서 상대 퀸과 정면으로 아이콘택(eye contact)하며 대치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아이콘택 대치란 두 탱커가 정면에서 맞붙어 서로의 체력을 소모하면서 딜러 싸움의 결판이 나길 기다리는 구도를 말합니다. 솔직히 이걸 처음 들었을 때는 그게 뭐가 문제냐 싶었는데, 실제로 보면 탱커 둘 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겁니다.
다이브탱(dive tank)이란 이동기와 기동성을 활용해 상대 딜러나 힐러를 직접 파고드는 돌격형 탱커를 의미합니다. 디바, 둠피스트, 윈스턴 같은 영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영웅들의 설계 의도는 상대 탱커와 정면 대치가 아니라, 상대 백라인(back line)을 파고들어 교란하거나 양각(兩角)을 형성해 압박감을 주는 데 있습니다. 양각이란 두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을 넣어 상대가 어느 쪽도 제대로 막지 못하게 만드는 전술적 포지셔닝입니다.
둠피스트 메인인 저도 비슷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겪어봤습니다. 호그나 오리사, 마우가 상대로 잡혔을 때 팀원한테 "야 너 왜 탱이랑 안 싸우냐"는 소리 들으면 정말 하기 싫어지거든요. 다이브탱을 다이브탱답게 쓰면 팀원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거고, 그냥 탱커끼리 붙어있으면 영웅을 낭비하는 겁니다. 이래저래 욕먹는 포지션이 다이브탱입니다.
문제는 스탯(stat)이 여기서 착시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스탯이란 피해량, 킬 수, 생존 시간 등 게임 내 수치 기록을 의미하는데, 오버워치는 탱커끼리 정면 대치만 해도 피해량과 생존 수치가 나쁘지 않게 나오는 구조입니다. 본인이 잘못된 플레이를 하고 있어도 스탯이 그걸 걸러주지 않습니다. 저는 이게 오버워치에서 실력 판단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이브탱을 하려면 다음 조건을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동기를 체급 충전이 아닌 각도 확보에 쓰고 있는가
- 상대 백라인을 파고드는 타이밍을 팀 스킬 사이클에 맞춰 잡고 있는가
- 상대 탱커 스킬이 빠진 순간을 노려 사이드로 빠지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못 하고 있다면, 솔직히 뚜벅이탱(rein-style tank) 영웅인 라인하르트, 오리사, 시그마 같은 걸 들고 나오는 게 팀에 훨씬 이롭습니다.
포지션: 진짜 패인은 사이드를 안 본 게 아니었다
리퍼가 사이드를 못 챙겼다고 팀이 싸웠지만, 실제로 리플레이를 보면 얘기가 좀 다릅니다. 제보 내용 기준으로 오히려 리퍼 쪽 팀이 리퍼 픽 이후에 사이드를 더 많이 확보했고, 상대 사이드 견제는 상대 팀이 했던 구조였습니다. 리퍼의 사이드 운영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는 거죠.
진짜 패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힐러인 아나가 전반적으로 판단이 흔들려 있었던 게 제일 컸습니다.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게임에서 각 영웅이 팀 구도와 교전 상황에 맞게 자신의 위치를 잡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아나처럼 긴 사거리와 수면총 같은 강력한 스킬을 가진 영웅일수록 포지셔닝이 생존과 직결됩니다. 저는 힐러 돌릴 때 아나가 하기 싫어도 일단 픽해놔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봤는데, 정확히는 아나를 잘 굴릴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안 잡는 게 팀에 낫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힐러가 죽으면 딜러나 탱커 탓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경험상 힐러 본인의 포지셔닝이 원인인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아나를 버리고 사이드를 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반대로 아나를 지키려고 브리기테나 미즈키 같은 방어형 서포터로 바꾼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아나가 자기 포지션을 잡지 못하면 게임이 조용히 침몰합니다.
오버워치 경쟁전 환경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힐러의 생존율이 팀 승률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Overbuff). 이건 통계로도 뒷받침되는 얘기입니다. 게임이 답답하게 흘러갈 때, 화가 나고 이유를 모르겠을 때, 이번 사례처럼 힐러 포지션을 먼저 들여다보는 게 생각보다 정답일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번 판의 구조는 간단합니다. 아나가 포지셔닝에서 흔들렸고, 리퍼는 아나를 놓친 것을 팀 탓으로 돌렸고, 탱커는 픽과 플레이 스타일이 맞지 않는 상태로 버텼습니다. 세 명이 각자 조금씩 아쉬웠는데, 채팅 분쟁이 그 아쉬움을 전부 리퍼 한 명에게 집중시킨 것처럼 보인 겁니다. 먼저 채팅 친 쪽이 진다는 건 이래서 성립합니다.
경쟁전에서 판단이 흔들릴 때, 채팅을 치기 전에 스스로의 포지션을 먼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리퍼가 놓친 아나를 팀 탓으로 돌렸듯,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본인 픽이 본인 플레이 스타일과 맞는지, 힐러가 제 포지션에 있는지, 이 두 가지만 게임 전에 확인해도 채팅 분쟁의 절반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