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탱커 분노 (뇌지컬, 이해도, 솔큐 스트레스)
솔직히 이건 제가 처음 영상을 봤을 때 "아, 이 탱커 왜 저러지?"가 아니라 "아, 진짜 터질 만하네"가 먼저 나왔습니다. 시그마 모스트에 뇌지컬까지 높은 탱커가 2라운드에 폭발한 판인데, 팀원 넷 입장에서는 그냥 갑자기 욕 나온 거처럼 보이는 게 이 게임의 진짜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뇌지컬 높은 탱커가 왜 더 빡치는가
혹시 솔큐(Solo Queue)로 탱커를 50판 이상 돌려본 적 있으신가요? 솔큐란 파티 없이 혼자 매칭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팀원 구성을 본인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뜻합니다. 제가 직접 경쟁전 탱커를 돌려봤는데, 이해도(게임을 보는 눈, 상황 판단력)가 높을수록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유가 뭐냐면 간단합니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팀원이 뭘 해줘야 하는지가 너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의 시그마 탱커가 딱 그 케이스였습니다. 2층 주도권(높은 지형을 선점해 교전 우위를 가져가는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고, 화물을 어디서 막아야 하는지도 알고 있고, 상대 윈스턴과 벤처 조합이 뚜벅이(이동기 없이 걸어다니는 영웅) 상대로 얼마나 위협적인지도 다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팀원들이 그 판을 전혀 같은 눈으로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이해도가 낮은 탱커는 "왜 우리가 지지?"를 잘 모르니까 그냥 다음 판 가면 됩니다. 근데 이해도가 높은 탱커는 "지금 캐서디가 왜 저리로 가는 거야", "아나가 왜 저기서 나노 아끼는 거야"가 실시간으로 다 보이는 겁니다. 그게 쌓이면 어느 순간 뚜껑이 열립니다. 시그마 특성상 원래 입도 잘 안 여는 영웅인데 그 탱커가 욕을 박았다는 게, 사실 그 자체로 이 판이 얼마나 극한이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이해도가 높다는 게 오히려 독이 되는 순간
이번 판에서 각 포지션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짚어보면, 왜 탱커가 터졌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제가 영상을 보면서 각 포지션을 정리해봤습니다.
- 시그마(탱커): 2층 주도권을 인지하고 자리를 먹으려 했고, 힐이 안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버티며 조합을 맞추려 영웅을 바꿔가면서 해결 시도. 플레이 자체에 큰 실수가 없었습니다.
- 캐서디(딜러): 에임은 그나마 붙는 편이지만 포지션이 반복적으로 구렸습니다. 제 경험상 에임 있어도 포지션이 무너지면 팀 전체 라인이 같이 밀립니다.
- 한조(딜러): 에임도 포지션도 모두 아쉬웠지만, 아나 뽕(나노 강화제) 없는 한타에서도 궁(용의 일격)은 던졌습니다. 그나마 사람 냄새가 났습니다.
- 주노(힐러): 판단력이 부족하지만, 궁금한 건 채팅으로라도 물어보는 스타일. 이해도가 낮은 편이었습니다.
- 아나(힐러): 솔직히 이번 판에서 제가 가장 답답했던 포지션입니다. 나노 강화제(아나의 궁극기로, 아군 한 명의 능력을 폭발적으로 강화하는 스킬)를 써야 할 타이밍에 안 쓰고, 힐 배분 판단도 계속 엇나갔습니다. 한조는 궁이라도 던졌는데 아나는 그 궁조차 활용을 못 했습니다.
탱커가 캐서디를 살리기 위해 나노를 요청하는 타이밍이 있었는데, 아나가 그걸 놓치면서 입구가 열려버렸습니다. 그 순간이 사실상 이 판의 분기점이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윈스턴과 벤처가 2층에서 내려와도 막을 방법이 없는 구도가 됩니다. 상대 조합이 다이브(빠른 기동력으로 상대 백라인을 기습하는 전술) 위주라 뚜벅이 중심인 우리 팀 딜러들이 포지션을 잡기도 전에 잘려나가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게임 연구자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팀 기반 경쟁 게임에서 역할군 간 협력도(Cooperation Rate)가 낮을수록 개인 부담이 집중되는 포지션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올라간다고 합니다(출처: NCBI - 팀 게임 스트레스 연구). 이번 판 탱커가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혼자 판을 깔고, 자리를 먹고, 조합까지 맞추려 했는데 팀이 그 위에 숟가락을 얹는 게 아니라 밥상을 흔든 거죠.
솔큐 스트레스, 이 탱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면 이 탱커가 욕을 박은 게 잘한 건가요? 저도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수위가 심했던 건 사실이고, 팀원 넷은 본인들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갑자기 욕을 들은 겁니다. 팀원 입장에서 억울한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탱커 입장에서 왜 그렇게 됐는지도 이해가 간다는 게 이 상황의 핵심입니다.
이 탱커분이 앞으로 솔큐 탱커를 계속 하실 거라면, 사실 영웅 선택에 대한 고민도 해보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그마는 팀원들이 어느 정도 기본을 맞춰줄 때 빛나는 영웅입니다. 초고체(시그마의 방어 스킬인 강착과 초고체 방어막을 활용한 전술)와 궁극기 콤보를 제대로 터뜨리려면 딜러와 힐러가 그 타이밍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그게 솔큐에서 매번 맞아떨어지길 기대하는 건, 솔직히 저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버워치 공식 통계 자료(출처: Blizzard Overwatch 공식 사이트)를 보면 영웅별 역할과 특성이 명시되어 있는데, 시그마처럼 팀 시너지 의존도가 높은 영웅일수록 솔큐 환경에서 단독 캐리가 어렵다는 게 데이터로도 드러납니다. 반면 디바나 헤저드처럼 스스로 기동하며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영웅들은 팀원의 판단력과 무관하게 혼자 변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분이 그 영웅들을 못 하신다는 게 이번 판에서 아쉬운 포인트였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솔큐에서 탱커를 하면 할수록 "자리 먹어줬으니 너네가 해라" 스타일은 본인 정신건강에 제일 해롭습니다. 이 스타일로 가려면 팀원들이 기본을 해줘야 하는데, 솔큐에서 그걸 기대하는 건 복권 긁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나 한 명이 타이밍 놓치면 그 판은 그냥 기울어집니다. 이번 판이 딱 그랬고, 탱커 입장에서 참는 데 한계가 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번 판을 보면서 느낀 건, 잘못한 사람이 한 명으로 딱 정해지는 판이 아니라는 겁니다. 탱커는 화가 난 이유가 분명하고, 팀원들은 뭘 잘못했는지 모른 채 당한 거고, 서로가 완전히 다른 화면을 보면서 같은 게임을 한 겁니다. 앞으로 경쟁전 탱커를 하실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솔큐 탱커 50판을 직접 돌려보시길 권합니다. 탱커가 왜 그 타이밍에 욕을 했는지, 그때 가서야 비로소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JXOSjkBI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