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힐러 포지셔닝 (포지셔닝, 빌드업, 양각)
뚜벅이 탱커가 입구를 틀어막고 있는데 힐러 두 명이 1층에서 정면으로 머리를 박다가 잘렸습니다. 이 상황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진짜 게임 맞나' 싶었습니다. 탱커도, 딜러도, 힐러도 각자 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결과로 나왔습니다. 오버워치에서 힐러의 포지셔닝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빌드업 없이 양각도 없다는 걸 이 판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포지셔닝: 힐러가 자리를 못 먹으면 팀 전체가 무너진다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게임 내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어느 위치에 서 있느냐를 뜻합니다. 단순히 "어디 서 있느냐"처럼 들리지만, 오버워치에서는 이것이 한타 전체의 승패를 가를 만큼 중요한 개념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힐러가 2층이나 측면 고지를 선점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탱커가 앞에서 버티는 시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나나 야타칸처럼 이동기가 없는 힐러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판에서 힐러 두 명 모두 1층 정면 입구에 고정된 채 도미나(Doomfist)를 상대로 맞대결을 시도했습니다. 도미나는 뚜벅이 탱커(frontline tank) 중에서도 정면 방벽이 강한 편인데, 쉽게 말해 앞에서 맞받아치면 힐러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힐러들 사이에는 "탱커가 많이 맞아서 이동할 시간이 없었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저는 그게 인과관계가 거꾸로 된 설명이라고 봅니다. 탱커가 많이 맞는 이유 중 상당 부분이 힐러가 좋은 자리를 못 먹어서 힐각(heal angle, 힐을 꽂을 수 있는 시야각)이 막히기 때문입니다. 뛰지도 않는 탱커에게 힐러가 잘린다면, 그건 900% 힐러 탓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리알토 맵에서 겪은 일이 있습니다. 딜러 4명 배치 상황에서 2층으로 올라오라고 해도 힐러들이 1층에서 상대 탱커에게 맞아가며 2층을 올려다보며 힐을 주고 있었습니다. 판이 끝나고 왜 2층에 안 올라왔냐고 하니 "탱커가 너무 많이 맞아서 시간이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습니다. 오버워치는 땅따먹기 게임이고, 힐러도 자리를 먹어야 한다는 개념이 아예 없는 겁니다.
빌드업: 단계가 생략되면 트레이서도, 윈스턴도 혼자 죽는다
빌드업(build-up)이란 한타에서 각 역할이 순서에 맞게 자리를 잡고 상대의 공간을 압박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즉, 탱커가 적 탱커를 밀어내고 → 그 공간에 힐러가 진입하고 → 그 이후에 딜러가 뒷라인을 치는 3단계 구조입니다.
이번 판에서 이 3단계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보면 꽤 명확합니다.
- 1단계: 윈스턴이 도미나를 밀어내야 힐러가 2층으로 올라올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 2단계: 힐러가 그 공간에 진입해야 윈스턴이 앞에서 버티는 동안 힐각이 확보됩니다.
- 3단계: 힐각이 확보된 상태에서 트레이서가 뒷라인을 압박하면 상대는 대응이 분산됩니다.
그런데 이 판에서는 트레이서가 1단계도 완성되기 전에 혼자 3단계로 달려갔습니다. 역격(reverse engagement, 상황이 불리할 때 뒤로 빠지는 이동기 활용)을 쓰고도 퇴로를 적진 방향으로 잡는 바람에 그대로 잘렸습니다. 역격이란 트레이서의 핵심 생존 기술로, 위험한 순간에 빠르게 후방으로 이탈하는 능력입니다. 이걸 쓰고도 죽었다는 건 애초에 빠질 루트를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었다는 뜻입니다.
윈스턴은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지만, 2단계에서 힐러들이 진입을 안 하니까 혼자 1단계에 갇혀버렸습니다. 결국 팀 전체가 각자 다른 단계에서 제각각 움직이는 상황이 됐고, 이건 윈스턴 혼자 잘해선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윈스가 왜 나중에 무너졌는지 이해가 갑니다. 트레이서와 힐러 둘이 저렇게 못 하면 결국 탱 플레이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저는 섭딜(secondary DPS, 팀의 보조 딜러 역할) 입장에서 항상 이 얘기를 합니다. 힐러가 탱커 뒤에만 붙어서 힐을 주는 게 다가 아니라, 어떤 자리에 서느냐가 팀 전체의 시너지를 만든다고요. 그런데 맨날 코웃음만 치고 "트레인데 힐이 왜 필요하냐"는 빈정거림이 돌아올 때, 그게 얼마나 핵심을 못 보는 말인지 설명하기가 지쳐서 포기하게 됩니다.
양각: 방벽 탱커를 부수는 거의 유일한 방법
양각(cross-angle)이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적에게 압박을 가하는 전술입니다. 도미나, 시그마, 라인하르트처럼 앞쪽 방벽만 치는 탱커들은 전방은 막을 수 있어도 측면과 후방은 구조적으로 취약합니다.
오버워치의 공식 전술 자료나 경쟁전 분석을 보면(출처: Overwatch 공식 블리자드 뉴스), 방벽 탱커의 카운터는 단순히 더 강한 딜이 아니라 방벽이 커버하지 못하는 각도를 만드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방벽 탱커(barrier tank)란 쉽게 말해 일정 방향으로만 방어 구조물을 생성할 수 있는 탱커로, 도미나와 시그마가 대표적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양각이 들어오는 순간 도미나 같은 탱커는 방벽 방향을 어느 쪽으로 틀어야 할지 결정이 흐려지면서 피 관리가 급격히 안 됩니다. 이쪽을 막으면 저쪽이 뚫리고, 저쪽을 막으면 이쪽 딜이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이게 바로 맵을 넓게 쓰는 전술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번 판에서는 힐러 두 명이 왼쪽 우회 루트나 2층 진입로를 전혀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오버워치 맵 연구를 다룬 커뮤니티 분석에 따르면(출처: Liquipedia Overwatch), 대부분의 맵은 정면 외에 최소 하나 이상의 우회 경로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우회로를 활용하면 힐러가 직접 도미나와 싸울 필요 없이 윈스턴과 연계된 자리에서 훨씬 안정적으로 힐각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미즈키(Juno)를 든 것도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미즈키는 벤데타, 둠피스트, D.Va처럼 기동성이 높거나 사슬에 취약한 영웅을 상대할 때 카운터픽(counter-pick)으로 효과가 있습니다. 카운터픽이란 상대 영웅의 약점을 직접 겨냥한 영웅 선택을 뜻합니다. 반면 도미나와 시그마처럼 방벽을 치는 탱이 들어오면 사슬의 효용은 거의 사라집니다. 처음부터 키리코를 골랐으면 훨씬 나은 상황이었을 겁니다.
결국 이 판의 핵심 문제는 딜러 한 명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빌드업의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그 단절의 시작이 힐러의 포지셔닝에서 비롯됐습니다. 윈스턴이 정상적으로 플레이해도 팀이 망가지는 걸 보면서 저는 다시 한 번 확신했습니다. 힐러로 실력을 올리고 싶다면 아나나 야타칸 같은 고정형보다 루시우나 키리코처럼 많이 움직이는 영웅으로 탱딜 포지션을 직접 체험해보는 게 제일 빠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여야 움직입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aUB2Z4j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