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치 미드시즌 패치 (개시자 너프, 탱커 메타, 힐러 밸런스)
블리자드가 탱커를 죽이고 있다는 말, 그냥 불평인 줄 알았습니다.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요. 5월 13일 미드시즌 패치노트가 올라오고, 제가 처음 든 생각은 "이거 설마 탱커 유저한테 선전포고 아니야?"였습니다. 수치를 보는 순간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이번 미드시즌 패치, 무엇이 바뀌었나
이번 패치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개시자 패시브(Initiator Passive) 변경이었습니다. 개시자 패시브란, 특정 탱커가 공중에 체류하거나 이동기를 사용했을 때 체력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고유 능력을 말합니다. 기존에는 공중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회복이 트리거됐는데, 이번 패치로 반드시 이동 스킬을 직접 사용해야만 발동되도록 바뀌었습니다. 회복량도 60에서 50으로 줄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개시자 패시브에는 5초짜리 내부 쿨다운(Internal Cooldown)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내부 쿨다운이란 동일한 효과가 연속으로 발동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걸어두는 재사용 제한 시간입니다. 윈스턴의 점프팩은 쿨이 5초인데, 점프 후 궁을 쓰고 바로 점프를 다시 눌러도 5초 내부 쿨이 걸려 있어서 체력이 안 찹니다. 키리코의 여우길 같은 쿨타임 감소 버프를 받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이건 패치 이전부터 문제였는데, 너프를 이 방향으로 한다는 게 황당했습니다.
적용 영웅별 이번 패치 주요 변경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D.Va: 마이크로 미사일 명중 피해 3 → 2 (약 33% 감소), 개시자 패시브 동시 너프
- 윈스턴: 개시자 패시브 너프 직격, 별도 버프 없음
- 파라: 충격력 피해 50 → 30, 로켓투와 한 발 피해 40 → 30
- 엠레: 사이폰 블라스터 치유량 80% → 60%, 사이버 파편 수류탄 최대 폭발 반경 2m → 1.5m
- 루시우: 비트 추가 생명력 750 → 625, 지속 시간 6초 → 5초
- 정커퀸: 자가 치유 계수 2.25배 → 2.5배 버프
- 바티스트: 치유 파동 쿨다운 14초 → 12초, 즉시·지속 치유량 40 → 50 버프
D.Va는 미사일 너프에 개시자 너프까지 동시에 얻어맞았습니다. 미사일 피해 수치만 놓고 보면 "별것 아닌 거 아냐?"라고 할 수 있지만, 명중 피해 기준으로만 따져도 33% 감소입니다. 폭발 피해까지 합산하면 히트당 도합 피해가 8.5에서 7~7.5 수준으로 낮아졌고, 여기에 개시자 회복량 감소까지 겹쳤으니 체감은 두 배로 옵니다. 이 부분은 저도 경험으로 확인했는데, 예전에 비해 교전 중 버티는 느낌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오버워치2의 탱커 밸런스 설계에 대해서는 게임 업계에서도 꾸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역할군 고유 패시브(Role Passive)의 설계 방향에 따라 플레이어 경험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은 게임 밸런스 설계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입니다(출처: Blizzard 공식 패치노트).
탱커는 왜 이렇게 얻어맞고, 힐러는 왜 멀쩡한가
솔직히 이번 패치를 보면서 제일 이해가 안 간 부분이 여기입니다. 루시우, 키리코, 일리아리 이 세 힐러의 체급은 지금 대회 수준에서도 압도적인데, 너프 수위가 너무 가볍습니다.
키리코의 경우, 이번 패치에서 방울의 부정적 상태 효과 정화 후 추가 치유 30이 삭제되고, 방어 스킬이 위상(Phase) 상태에서 무적(Invincibility) 상태로 변경되었습니다. 여기서 위상 상태란 물리적 충돌 판정이 사라져 돌진기나 투사체가 그냥 통과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무적 상태는 피해는 막지만 충돌 판정은 유지됩니다. 즉, 기존에는 적의 돌진기를 그냥 뚫어버렸다면, 이제는 피해는 막되 밀려나거나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게 상당한 너프처럼 들리지만, 정작 키리코의 진짜 사기 요소인 여우길(Kitsune Rush) 궁극기 밸류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키리코가 강한 이유는 방울 하나 때문이 아니라 궁이 팀 전체 이동속도와 스킬 쿨다운을 동시에 줄여주기 때문이거든요.
일리아리도 태양 소총 기본 투사체 크기가 0.05에서 0으로 바뀌어 다른 히트스캔(Hitscan) 영웅들과 동일한 판정으로 정상화되었습니다. 히트스캔이란 총알이 날아가는 물리 연산 없이 클릭 즉시 해당 방향을 판정하는 공격 방식입니다. 판정이 줄었으니 너프는 맞지만, 잘 맞추는 사람한테는 체감이 없고, 저점만 낮아진 셈입니다. 일리아리의 진짜 문제는 태양 장렬 궁극기가 너무 강하고, 태양석 자일과 생존왕(Survive) 패시브 조합으로 근접 교전에서도 안 죽는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이번 패치에서 완전히 빠졌습니다.
그 반면 탱커 쪽을 보면, 지금 S급이라고 부를 수 있는 탱커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이박는 플레이만으로도 어느 정도 굴러가는 마우가가 픽률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현재 탱커 메타가 얼마나 빈곤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정커퀸이 대표적인 예인데, 방어 수단이 피흡(자가 치유)밖에 없는 이 영웅은 아머도, 방어형 이동기도 없이 순수하게 들어가서 싸워야 합니다. 자가 치유 계수를 2.25배에서 2.5배로 올린 건 맞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 지금 메타에서 경쟁력이 생기진 않습니다. 게임 내 캐릭터 픽률 데이터를 제공하는 Overbuff 통계 기준으로도 정커퀸의 경쟁전 픽률은 꾸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Overbuff).
제가 직접 겪어보니 지금 탱커를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버티는 느낌이 나면 다음 패치에 칼이 들어오고, 그 칼은 수치 조정이 아니라 팔다리를 잘라내는 수준입니다. 힐러들 체급을 높여봤자 힐러 플레이어의 기량이 오르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힐러를 픽한 것만으로 실력으로 착각하고, 막히면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구조가 고착됩니다. 블리자드가 겜을 직접 해보고 패치를 내는 건지 진심으로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패치가 완전히 나쁜 방향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파라 특전 너프, 미즈키 결계 성역 양면 차단 버프, 바티스트 치유 강화, 경쟁전 잠금 해제 조건 20승에서 50승 상향, 이런 변경들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특히 미즈키 결계가 이제 안팎을 모두 막는다는 점은 오래 기다려온 수정이었습니다. 센 영웅 너프하고 약한 영웅 버프하는 기조 자체는 맞는데, 탱커에만 유독 과도한 수술이 들어간다는 느낌은 좀처럼 지워지기 어렵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미드시즌 패치는 전반적인 방향성은 맞지만 탱커 역할군에 대한 설계 철학이 여전히 불균형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탱커를 주로 플레이한다면 당분간 D.Va와 윈스턴보다는 상대적으로 너프를 덜 받은 픽을 고려해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다음 패치에서는 탱커 쪽에 좀 더 의미 있는 버프가 들어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