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경쟁전 끝나고 "힐 왜 안 줬냐"는 채팅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힐러 돌릴 때마다 이 소리를 들었는데, 어느 순간 스탯 창을 열어보니 데스수가 유독 튀는 딜러가 항상 그 채팅을 치고 있었습니다. 힐이 문제가 아니라 포지션이 문제였던 겁니다.

포지셔닝 — 힐탓 전에 내 위치부터 봐야 하는 이유

일반적으로 힐러가 힐을 많이 줄수록 팀이 잘 버틴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직접 힐러를 돌려보면서 그 믿음이 절반만 맞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힐량(Healing Output)이란 힐러가 한 경기에서 팀원에게 넣어준 총 회복 수치를 말하는데, 이 숫자가 아무리 높아도 딜러가 교전 범위(Engagement Range) 밖에서 혼자 처형당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교전 범위란 힐러가 스킬이나 투사체를 물리적으로 닿게 할 수 있는 거리를 뜻합니다.

제가 봐온 가장 전형적인 패턴이 있습니다. 딜러가 적 다섯 명이 밀집한 코너로 혼자 들어가서 총 두 발 쏘고 죽습니다. 그 사이 힐러는 본진에서 탱커 살리느라 힐 스킬을 이미 소진한 상태고요. 이걸 두고 힐 못 받았다고 화내는 건, 골목으로 혼자 뛰어들어 가면서 지원 왜 안 오냐고 묻는 거랑 같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은 골드 티어에서 특히 빈번합니다.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단순히 어디 서있느냐가 아닙니다. 내가 피해를 얼마나 받을 것인지, 힐러가 나를 커버할 수 있는 위치인지, 후퇴 경로는 확보되어 있는지를 동시에 계산한 자리 선택입니다. 캐서디처럼 근거리 교전이 필요한 영웅일수록 포지셔닝이 나쁘면 어떤 힐러도 살릴 수가 없습니다. 몸이 약하고 가까이 붙어야 하는 영웅이니까요.

 

데스수 — 4킬 7데스가 말해주는 것

경기가 끝나고 탭 키를 눌렀을 때 제 킬수랑 데스수를 비교하는 습관이 생긴 건 꽤 오래된 일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데스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죽어도 바로 리스폰되니까요. 근데 그게 착각이었습니다.

딜 로스(Damage Los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딜 로스란 내가 죽어있는 시간 동안 팀에 기여하지 못한 기대 피해량을 뜻합니다. 데스가 많을수록 딜 로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4킬 7데스 스탯이 나왔다는 건 에임이 나쁜 게 아니라, 에임 외의 모든 것이 엉켜있다는 신호입니다. 에임이 좋아도 끔찍한 포지션과 아무 생각 없는 움직임이 결합되면 저런 수치가 나옵니다.

오버워치가 리스폰(Respawn) 구조, 즉 죽어도 일정 시간 후 다시 출발하는 방식이라서 죽음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기 쉽습니다. 실제로 배틀로얄이나 택티컬 슈터처럼 죽으면 그 라운드가 끝나는 게임에서는 자연스럽게 생존 의식이 생기는데, 오버워치에서는 그 감각을 의도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저는 에임이 딸린다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포지션과 생존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광물(낮은 티어의 플레이어를 지칭하는 은어)이어도 자리만 잘 잡으면 아군이 칭찬해주더라고요.

내가 지금 힐탓을 하기 전,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기준이 있습니다.

  1. 같은 팀 메인 딜러 중 혼자서 데스수가 두 배 이상 튀는가
  2. 킬수와 데스수가 거의 같거나 데스가 더 많은가
  3. 사망 후 리스폰 대기 화면을 경기 중 세 번 이상 봤는가
  4. 교전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죽는 경우가 반복되는가

위 항목 중 두 개 이상 해당된다면, 힐러보다 본인 포지션을 먼저 의심하는 것이 맞습니다. 오버워치 공식 사이트에서도 각 영웅의 역할군별 특성과 권장 플레이 방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오버워치 공식 영웅 소개 페이지). 캐서디가 포지션 관리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영웅임이 공식 설명에도 드러납니다.

에임맹신 — 에임 하나만 좋은 건 칭찬이 아니다

오버워치에서 에임만을 실력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저는 그게 반은 맞고 반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에임(Aim)이란 조준 정확도를 뜻하고, 당연히 높을수록 좋습니다. 에임 나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에임이 딸려서 이불킥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빌드가 잘 짜여서 적 측면이나 후면을 잡는 양각(Cross Fire) 상황, 그러니까 두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는데 에임이 안 받쳐줘서 어그로만 먹고 버텼던 경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근데 에임만 좋고 나머지가 전부 엉망인 플레이어를 보면 솔직히 더 답답합니다. 에임이 좋다는 칭찬 자체가, 뒤집어 말하면 "에임 빼고 다 별로"라는 뜻이거든요. 상황 판단력(Game Sense)이란 교전 상황에서 언제 들어가고 언제 빠져야 하는지를 읽는 감각인데, 이게 없으면 에임이 아무리 좋아도 체력이 닳은 상태로 혼자 코너에 서있다가 자탄에 맞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연습장에서 에임만 갈고닦은 분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패턴입니다.

게임 센스와 포지셔닝이 함께 받쳐줄 때 에임이 진짜 빛납니다. 명중률이 100%여도 두 발 쏘고 죽으면 기여가 0인 거고, 명중률이 10%라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계속 쏘는 쪽이 팀에 더 이득입니다. 이건 논쟁이 아니라 수치로 증명됩니다. 게임 분석 플랫폼인 Overbuff에서도 생존 시간과 기여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Overbuff 오버워치 통계).

저티어 힐러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면, 저런 딜러를 억지로 살리려다가 힐 자원을 다 써버리면 탱커가 죽고 게임이 터집니다. 그러면 또 탱커 탓, 힐러 탓이 돌아오죠. 오늘 경쟁전에서 탱커 한 명이 27~28데스를 했는데, 벤텐타(Venture) 빼라고 계속 말해도 연장전 직전까지 안 빼더라고요. 결국 졌습니다. 그 게임 보면서 아, 이건 길게 가도 결과가 정해진 거구나 싶었습니다.

결국 힐탓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탭 화면을 스스로 냉정하게 보는 겁니다. 나만 데스수가 튄다면, 그건 힐러가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살 수 없는 자리에 혼자 들어간 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포지셔닝과 게임 센스는 에임처럼 당장 보이는 실력은 아니지만, 랭크가 오를수록 에임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저도 에임이 딸리는 걸 인정하고 살아남는 쪽에 집중하면서 아군 추천표를 받기 시작했으니까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ojPbcUwD3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