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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 탓, 픽 탓, 힐 탓. 골드 랭크 게임에서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도 예전에 그랬습니다. 지고 나면 제일 먼저 영웅 픽부터 들여다봤거든요. 근데 직접 리플레이를 뜯어보다 보니까 게임이 터지는 이유는 픽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이번에 골드-플래티넘 경계 게임 한 판을 분석하면서 그 확신이 더 커졌습니다.

픽 탓이 가장 단순한 해결책인 이유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고 싶은 건 당연합니다. 오버워치에서 그 원인을 찾기 제일 쉬운 곳이 바로 영웅 선택 화면입니다. H키 하나면 바꿀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같은 조합이라도 운영이 맞으면 이기고, 운영이 따로 놀면 집니다.
이번 게임에서도 솜브라, 캐서디, 시그마, 아나, 키리코 조합 자체는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상대 팀에 헤저드와 겐지가 있었는데, 캐서디가 있어서 그나마 겐지 억제(suppress)가 됐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겐지 억제란 상대 돌진 영웅이 함부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위협을 가하는 역할을 뜻합니다. 캐서디의 섬광탄이 여기서 핵심이었죠.
그런데 솜브라 팀원이 공격이 잘 안 풀리자 채팅으로 "캐서디 빼세요"를 쳤습니다. 이 순간이 저는 좀 아쉬웠습니다. 픽을 뭐라 할 거라면 이유와 대체픽을 함께 제시해야 팀원이 이해합니다. 그냥 "빼세요" 한 마디는 상대방 입장에서 억울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캐서디 플레이어가 나중에 "캐서디가 좋은 픽인 거야?"라고 되물은 것도 그 억울함에서 나온 반응이었을 겁니다.
아나가 나중에 "솜브라 빼고 애쉬를 넣었어야 했다"고 한 것도 맥락은 비슷합니다. 솜브라보다 애쉬가 더 직접적인 딜 기여를 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었는데, 이 역시 픽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 픽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솜브라는 블리자드 공식 오버워치 영웅 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팀 조합과 타이밍 의존도가 유독 높은 영웅입니다.
운영 문제가 게임을 실제로 결정지은 방식
이 게임에서 결정적으로 터진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할리우드 2층 쟁탈이 핵심이었는데, 제 경험상 할리우드가 진짜 힘든 게 이겁니다. 처음 거점 공격 때는 다들 2층을 가야 한다는 걸 알아서 올라가는데, 한두 번 막히고 나면 2층에 계속 있으려는 플레이어와 아예 포기하는 플레이어로 갈라져 버립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는 거죠.
이 게임에서 정확히 그랬습니다. 시그마가 처음엔 2층에 올라갔는데 캐서디와 키리코가 따라가지 않았고, 결국 시그마 혼자 헤저드에게 밀려 내려왔습니다. 그 뒤로 시그마는 2층을 포기하고 화물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 사이 2층은 헤저드와 겐지가 장악했고, 아나와 캐서디 둘이서 그걸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애초에 안 되는 싸움이었던 겁니다.
더 결정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2층에 헤저드 혼자 남은 순간이 있었는데, 솜브라, 캐서디, 애쉬 셋이 이 타이밍을 잡아야 했습니다. 근데 솜브라가 내려가니까 캐서디가 올라가고, 캐서디가 내려가니까 솜브라가 올라가고. 이 세 명이 헤저드 한 명한테 태그매치(tag-match) 당했습니다. 태그매치란 여러 명이 교대로 달라붙어 싸우지만 정작 집중 화력은 들어가지 않는 상황을 뜻합니다. 결국 헤저드를 못 잡은 채 시간을 다 써버렸고, 그 사이 시그마가 겐지를 살려줘서 아나가 노출된 채로 터졌습니다.
솜브라의 밸류(value), 즉 팀 기여도가 제대로 살아나려면 상대가 3초 이상 한 자리에 묶여 있는 한타 타이밍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처럼 탱커가 따로 놀고, 딜러들이 제각각 움직이면 솜브라는 EMP를 쓸 타이밍 자체를 못 잡습니다. 실제로 이 게임에서 EMP를 두 번이나 낭비했는데, 이건 픽의 실패가 아니라 운영의 실패입니다. Overbuff 솜브라 통계를 봐도 솜브라는 팀 전체의 포커싱(focusing)이 맞을 때 픽률과 승률이 함께 오르는 영웅입니다.
이 게임에서 제 눈에 가장 잘한 플레이어는 아나였습니다. 위험을 감지하고 내려오는 판단, 나노부스트 타이밍, 수면총 활용까지 팀 안에서 분명히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아나가 "너 뒤지게 못한다"는 말을 하게 만든 건 픽이 아니라 쌓여온 채팅 분위기였습니다. 이 부분이 이 판에서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솜브라 밸류를 살리는 실전 운영 방향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솜브라를 실제로 굴려보면서 느낀 건, 이 영웅은 플레이 스타일을 한 가지만 익히면 망한다는 겁니다. 적 뒤를 파는 암살형 스타일만 익힌 플레이어가 탱커들이 전선을 만들어주지 않는 게임에서 어떻게 되는지는 이번 게임이 잘 보여줬습니다. 해킹(hacking)이 유효한 상황, 즉 올 때 해킹하면 바로 잡히는 영웅이 앞에 있을 때는 빠르게 본대로 복귀해서 날먹 킬을 챙기는 플레이도 익혀둬야 합니다.
솜브라를 잘 쓰기 위한 핵심 조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탱커가 전선을 잡고 상대를 한 자리에 묶어주는 타이밍을 기다린 뒤 EMP를 사용한다. EMP란 범위 내 모든 적의 방어막과 스킬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궁극기로, 타이밍 한 번에 한타를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능력입니다.
- 적 뒤 파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해킹 후 즉시 본대 근처로 복귀하는 '날먹 루트'를 병행한다.
- 픽을 교체 요청할 때는 반드시 이유와 대체 영웅을 함께 제시한다. 그래야 팀원이 납득하고 움직인다.
- 채팅으로 팀원을 지적하는 건 최소화한다. 같은 말을 해도 게임 중 채팅으로 하면 멘탈이 먼저 갈립니다.
사실 골드 랭크 게임은 누군가 압도적으로 잘해서 이기기보다 더 조합이 맞고 팀 합이 잘 맞는 쪽이 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포커싱이 맞고, 팀원을 믿고 그 믿음에 부응해주고, 급한 마음에 혼자 튀지 않는 것. 이게 팀플이 굴러가는 기본 조건입니다. 이번 게임처럼 개인전처럼 따로 노는 순간, 조합이 아무리 좋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팀원이 마음에 안 든다고 채팅으로 긁어봤자 상대방이 갑자기 각성해서 프로급 플레이를 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멘탈이 갈리면서 다 같이 망하는 쪽으로 가는 경우를 저는 더 많이 봤습니다. 팀원이 좀 말려도 참고 묵묵히 게임에 집중하다 보면 반전이 생기기도 하는데, 채팅 정치가 시작되는 순간 그 가능성이 닫힙니다. 다음에 팀플이 안 풀리는 느낌이 들면, 채팅 창보다 미니맵을 먼저 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분명히 달라집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pcNUK0aV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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