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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40초 동안 상대 탱커가 아군 힐러를 캠핑하고 있었는데, 팀원 중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이걸 처음 보는 순간 솔직히 황당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싶었는데, 또 생각해 보면 다이아 솔랭에서 저도 비슷한 장면을 몇 번이나 겪어봤기에 마냥 남 얘기 같지도 않았습니다.

운영 미스 — 이기는 조합을 들고 어떻게 지는가
이 경기에서 가장 답답했던 건 팀 조합 자체는 공격 측이 유리했다는 점입니다. 윈스턴, 겐지, 키리코, 우양으로 구성된 이른바 다이브 조합(Dive Comp)은 수직 기동성이 높은 영웅들을 모아 상대 백라인을 빠르게 무너뜨리는 전술입니다. 쉽게 말해, 하늘을 날거나 벽을 타는 영웅들로 상대 힐러와 딜러를 먼저 잡아버리는 조합이죠. 상대는 라인하르트, 솔저, 파라로 구성돼 있었으니, 수직 기동성 자체가 아예 없는 지상 조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윈스턴이 2층 공간을 먼저 확보하고 키리코도 벽을 타며 따라붙었다면 사실상 이기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겐지가 먼저 라인을 잡겠다며 1층 정면으로 내려갔고, 거기서부터 전체 흐름이 꼬였습니다. 제가 다이아 현지인 입장에서 느끼기엔, 지금 다이아 수준이 이전 시즌들과 비교해 체감상 한 티어 이상 떨어진 것 같습니다. 배치 연승이나 그룹 버프로 올라온 플레이어들이 섞여 들어오면서, 조합을 보고 운영 방향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눈앞에 보이는 적에게 달려가는 플레이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라인하르트를 상대할 때 핵심은 사실 단순합니다. 라인하르트의 평타 사거리는 매우 짧고, 돌격기인 돌진(Charge)과 불꽃강타(Fire Strike)는 선딜레이가 있어서 거리만 벌리면 맞지 않습니다. 방어 수단도 방벽 하나뿐이라, 양각(Cross Fire)을 잡거나 방벽을 소모시키면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양각이란 두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해 방어가 불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전술입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겐지와 나머지 팀원들은 2층을 포기하고 1층 정면에서 라인하르트와 눈을 맞추다 돌진을 맞고 연속으로 죽었습니다. 수직 기동성을 가진 영웅들이 땅바닥에 붙어 있다가 죽는 장면이 반복됐고, 이건 조합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판단의 문제였습니다.
시야 관리 — 캠핑을 4분 넘게 못 봤다면
시야 관리(Vision Control)란 맵 상에서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가 적에게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전반적인 공간 인식 능력을 말합니다. 팀 게임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솔랭에서 가장 자주 무너지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이 경기에서 상대 로드호그는 계속 위치를 바꿔가며 키리코를 캠핑했습니다. 캠핑(Camping)이란 특정 위치에 숨거나 대기하며 상대가 지나칠 때를 노리는 전술로, 주로 힐러처럼 상대적으로 체력이 낮은 지원 영웅을 타겟으로 씁니다.
문제는 딜러인 겐지가 4분 40초 동안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키리코에게 "왜 자꾸 죽냐"는 채팅을 반복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실버 시절 호그를 들고 비슷한 플레이를 직접 해본 경험이 있는데, 리스폰 지점 근처에서 힐러 한 명만 골라 캠핑하면 상대 팀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만큼 힐러 캠핑은 효과가 크고, 그만큼 팀 전체가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해줘야 합니다. 오버워치2 공식 사이트의 영웅 가이드에서도 로드호그의 갈고리(Chain Hook)는 단독 픽이 가능한 기술로 명시하고 있을 만큼, 이 스킬 하나가 게임의 흐름을 바꿉니다.
솔랭(Solo Queue)이란 파티 없이 혼자 매칭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팀 간 소통이 거의 없는 환경입니다. 저도 플래티넘 1 솔큐 당시 다이아 상위 큐에 끌려 들어가 무너진 경험이 있는데, 그때 느낀 건 티어 차이보다 시야 관리 차이가 훨씬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상위 큐에서는 아무도 캠핑을 4분씩 방치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다이아 구간이 이 정도 시야 관리 수준이라면, 솔직히 티어 이름이 무색합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이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루리웹 오버워치 게시판에서도 매 시즌 "다이아 수준 하락"이 주요 논제로 등장합니다.
이 경기에서 실제로 겐지가 시야 관리를 했다면 어떤 액션이 달라졌을지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로드호그의 위치를 인지하고 키리코에게 신호를 줬어야 합니다.
- 키리코가 순보(Suzu, 정화 및 무적 쿨다운 스킬)를 갈고리에 맞춰 쓸 수 있도록 커버를 맞춰줘야 합니다.
- 본대 싸움에서 지고 있을 때 무리하게 단독으로 라인을 잡으러 가는 대신, 팀과 포지션을 맞춰 압박해야 합니다.
- 로드호그가 키리코를 솎아낼 때 겐지가 반대편에서 압박해 캠핑 자체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이 중 하나도 실행되지 않았고, 그 결과는 키리코 단독 원인론으로 채팅이 도배되는 장면이었습니다.
힐러 억까 — 죽는 게 잘못인가, 죽게 놔두는 게 잘못인가
이 경기에서 키리코가 받은 비판 중 상당수는 제가 보기엔 억까(억울한 까임, 즉 부당한 비난)에 가까웠습니다. 힐리코(Healico)라는 말이 있습니다. 키리코를 들고 적극적으로 쿠나이를 던지거나 위치를 바꾸지 않고 뒤에서 부적만 던지는 수동적 운영 방식을 비꼬는 표현입니다. 이 경기 전반부에서는 키리코도 적극적으로 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어느 정도 타당합니다. 저도 그 부분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후반부는 다릅니다. 로드호그가 계속 위치를 바꿔가며 캠핑하는 상황에서, 키리코 혼자 아무리 동선을 바꿔봤자 순보(Suzu) 거리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순보란 키리코의 궁극기가 아닌 E 스킬로, 쿠나이를 던지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팀원을 치유하는 기동 스킬입니다. 이 스킬을 쓸 여유도 없이 갈고리에 원콤으로 잘리고 있었다면, 그건 개인 실력의 문제라기보다 팀 커버의 문제입니다. 오리사를 들고 키리코 경호를 해줄 수 있는 상황이 두 번은 나왔는데 그냥 흘려보낸 장면도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그 순간이 가장 아까웠습니다.
힐러 탓을 하는 패턴은 솔랭에서 너무 흔합니다. 제가 직접 플1 승급전을 멱살 캐리한 경기가 이 경기보다 오히려 팀 수준이 높았을 정도입니다. 일리아리를 들고 힐만 넣다 지는 경기, 루시우를 들고 스피드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경기, 키리코를 들고 쿠나이는 한 번도 안 던지는 경기도 다 봤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힐러가 분명히 캠핑에 억까 당하고 있는데 팀 전체가 죽이려고 달려드는 장면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어느 쪽이 진짜 문제인지는 로그를 보면 나옵니다. 4분 넘게 탱커 캠핑을 못 본 딜러가 힐러를 탓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 경기의 핵심입니다.
정리하면, 이 경기는 조합이 나빠서 진 게 아닙니다. 수직 기동성을 가진 조합을 들고 1층 정면에서 라인하르트에게 돌진을 맞으며 죽었고, 4분 넘게 상대 탱커 캠핑을 인지하지 못한 채 힐러를 탓했습니다. 다이아에서 진짜 실력 차이를 만드는 건 순간 반응속도가 아니라 시야와 운영 판단입니다. 다음에 힐러 탓이 하고 싶어진다면, 먼저 상대 탱커가 지금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먼저입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wP_WMfgU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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