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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리그에서 처음으로 코칭을 맡았는데, 일주일간 하루 평균 2시간도 채 못 자면서 팀을 준비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코칭이 이렇게 사람의 인생을 갈아넣는 직업인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느낀 건 '이거 생각보다 재밌네?'였습니다. 특히 팀 컬러와 방향성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과정에서, 낮은 티어 대회에서는 이 부분만 제대로 잡아도 팀이 확실하게 성장한다는 걸 직접 목격했습니다.
코칭 경험과 팀 구도 설계의 재미
일반적으로 코칭이라고 하면 개인 피드백이나 영웅 운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가장 중요한 건 팀 컴포지션(Team Composition)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팀 컴포지션이란 각 선수의 강점과 영웅 폭을 고려해 팀 전체의 플레이 스타일과 조합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희 팀은 메인 딜러가 사실상 없는 투 서브 딜러 구조였고, 두 분의 영웅 폭이 많이 겹쳤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내린 결론은 '힐러 조합으로 승부를 보자'였습니다. 러시 상황에서는 모이라를 기용하고, 포킹 메타에서는 일리아리 조합을 꺼내는 식으로 힐러 듀오의 밸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었습니다(출처: Liquipedia Overwatch).
플레타 코치님과 거의 매일 16시간씩 디스코드로 붙어 있었는데, 나중엔 둘 다 수면 부족으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밴픽 뭐였죠?"라고 물어보면 둘 다 멍하니 있다가 "아, 라마트라 하기로 했었나요?" 이러면서 계속 빙빙 돌았습니다. 효율이 떨어지는 걸 느꼈지만, 시간이 없어서 일단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수별 분석과 MVP 선정
코칭 전후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선수는 단연 인생님이었습니다. 유찰 탱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폼을 올려주셨는데, 탱커라는 포지션 자체가 처음 하는 사람이 익히기 가장 어려운 롤입니다. 여기서 유찰이란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않아 팀에 배정된 선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낮았던 선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인생님은 새벽까지 피드백을 따라오시며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셨고, 덕분에 팀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팀 분위기도 주도해주셔서, 스트레스받기 쉬운 탱커 포지션임에도 불만 없이 묵묵히 해내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생님을 이번 대회 MVP로 꼽고 싶습니다.
고수달님은 숨은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목받는 건 화력을 쏟아내는 딜러나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탱커입니다. 하지만 고수달님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팀에 필요한 최소한의 역할을 깔끔하게 해내셨습니다. 벤데타, 손보라 같은 영웅을 익혀오셔서 저희가 플레이오프 리그 1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버워치는 다섯 명 모두가 스타가 될 수 없는 게임입니다. 누군가는 자원을 덜 먹으면서도 팀에 필요한 카드를 해줘야 하는데, 고수달님이 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주셨습니다.
왈도쿤님은 팀의 핵심 화력이었습니다. 저희 팀이 왈도쿤님 없으면 안 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했을 겁니다. 특히 리퍼 플레이가 압권이었는데, 도망치는 루트 선택과 그림자 밟기 타이밍이 마스터 티어 이상 수준이었습니다. 3팀을 상대할 때 저희 핵심 전략이 바로 왈도쿤님의 리퍼였는데, 슬프게도 상대가 이를 간파하고 리퍼를 밴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수별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인생님: 유찰 탱커에서 팀의 중심축으로 성장, 열정과 분위기 메이커 역할
- 고수달님: 욕심 없이 팀 역할 충실, 벤데타·손보라로 플리그 1등 견인
- 왈도쿤님: 팀 화력의 핵심, 리퍼 운용 능력 뛰어남

힐러 듀오 전략과 아쉬운 점
저희 팀의 가장 큰 강점은 힐러 조합의 다양성이었습니다. 선넹님은 큰 틀에서의 운영과 본대 한타 디테일을 담당하며 교통정리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안 괜찮아"라는 넹초리로 팀 텐션을 적절하게 조절해주셨는데, 이게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다이브 조합은 텐션이 너무 올라가면 무리수를 두기 쉬운데, 선넹님 덕분에 뇌절 플레이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머사님은 솔직히 제게 아픈 손가락입니다. 팀 전체가 기본이 안 되어 있어서 개인 코칭을 충분히 드릴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일리아리, 브리기테, 바티스트, 젠야타, 위버, 루시우, 심지어 미즈키까지 무려 7개 영웅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숫자입니다. 보통 힐러는 2~3개 영웅에 집중하는데, 머사님은 팀 전략상 필요에 따라 계속 새로운 영웅을 익혀오셨습니다(출처: Overwatch League 공식 사이트).
특히 3팀을 상대할 때 핵심 카드가 머사님의 일리아리였습니다. 상대는 루시우-메르시 조합을 고집했는데, 저희는 일리아리로 포킹을 세게 가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인생님이 시그마를 꽤 잘하셨기 때문에 시그마-일리아리 기반 포킹 조합이 저희 팀 컬러가 됐습니다. 이 전략이 통했던 건 전적으로 머사님이 짧은 시간 내에 일리아리를 마스터해주신 덕분입니다.
코칭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은 수살님과 선넹님께 충분한 피드백을 드리지 못한 것입니다. 다섯 명 모두를 균등하게 코칭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팀 중심으로 굴려야 하는 선수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선넹님은 꾸준히 오버워치를 하실 분인데, 더 많은 피드백을 드렸다면 앞으로의 오버워치 생활에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돌이켜보면 러너리그는 제게 코칭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 무대였습니다. 플레이오프 리그까지 1등으로 올라가면서 팀합이 점점 맞아가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결승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댕균팀을 역스윕으로 잡고 올라온 유니팀의 기세를 막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그래도 치지직 카테고리에서 오버워치가 1등 하는 걸 보면서 '옵치 아직 재밌지? 여전히 재미있다고!' 하며 혼자 환호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 기회가 온다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 체계적인 코칭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감독은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코칭으로라면 언제든 다시 도전할 의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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