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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생배로 마스터 찍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운 좋은 케이스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건 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버워치2의 배치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고, 제가 10번 넘게 계정을 만들고 지우며 실험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생배 시스템의 작동 원리, 실험으로 밝혀낸 진실

일반적으로 배치고사는 개인의 실력을 측정해서 적정 티어를 부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다릅니다. 솔로큐로 약 10회 정도 계정을 새로 만들어 경쟁전 조건을 달성하고 배치에 들어가 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첫 배치 티어는 경쟁전 이전 20판의 단독 폭주 횟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기서 단독 폭주란 한 게임 내에서 혼자 압도적인 킬을 올리며 게임을 캐리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팀원들과 상관없이 혼자서 적팀을 학살하는 플레이가 많을수록 시스템이 '이 사람은 고티어 유저다'라고 판단하는 겁니다. 실제로 딜러로 20판을 돌리면서 폭주를 자주 기록했을 때는 첫 배치가 마스터 5 구간에 잡혔고, 힐러로 안정적으로만 플레이했을 때는 플래티넘 5에 배치되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포지션 간 mmr(매치메이킹 레이팅) 독립성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딜러만 15판, 힐러 5판을 돌렸는데 딜러는 다이아 2~마스터 5에 배치되고 힐러는 플래 5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반대로 탱커를 한 판도 안 했는데 딜러 티어를 따라 탱커가 마스터 2 매칭에 잡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이런 시스템의 문제점은 블리자드 공식 포럼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습니다(출처: Blizzard Forums). 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본계 유저가 느끼는 현실, 생배의 폐해

본계정으로 힐러 다이아까지 올라간 뒤로는 저는 아예 경쟁전을 돌리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높은 티어에 있을수록 민폐를 끼칠까봐 오히려 무섭기 때문입니다. 제 실력은 골드~플래티넘 사이가 적정한데, 부계정으로 실험하다가 첫 배치에서 마스터가 나와버리면 그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바로 계정을 접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티어를 올리고 싶은 욕구는 경쟁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배로 티어를 올리고, 새 시즌 배치 보너스로 올리고, 버스(고수의 도움으로 티어를 올리는 행위)를 타서 올리는 사람들은 현타가 안 올까요? 본인이 누구보다 자기 실력을 알 텐데, 지금 있는 티어보다 훨씬 못한다는 걸 모를 리 없잖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티어보다 자기 실력이 느는 맛에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티어가 높아도 매 판마다 민폐 주고 욕먹으면 자괴감이 엄청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본계정에서 다이아 올라간 직후 몇 판 돌렸을 때 팀원들 발목만 잡는 느낌이 들어서 더 이상 안 했거든요.

포지션별 mmr 독립성 부재, 가장 황당한 버그

오버워치2의 경쟁전 시스템에서 가장 말이 안 되는 부분은 포지션별 mmr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탱커, 딜러, 힐러는 완전히 다른 역할이고 요구되는 스킬셋도 전혀 다른데, 한 포지션의 성적이 다른 포지션 배치에 영향을 미치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제가 직접 겪은 가장 황당한 케이스는 이겁니다. 경쟁전 조건 달성 20판 동안 딜러만 돌리고 탱커는 단 한 판도 하지 않았는데, 딜러 배치가 마스터로 나오자 탱커도 마스터 2 매칭에 잡혔습니다. 당연히 바로 닷지(게임 시작 전 나가기)했죠. 탱커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데 마스터 구간에서 탱커를 하라니, 이건 팀원 4명에게 고문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딜러 15판, 힐러 5판을 돌렸는데 딜러는 다이아 2~마스터 5에 배치되고 힐러는 플래티넘 5에 시작했습니다. 분명 같은 계정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mmr 시스템이 포지션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설계입니다.

게임 밸런스 전문 매체인 Dotesports에서도 오버워치2의 mmr 시스템 문제를 여러 차례 다룬 바 있습니다(출처: Dot Esports). 최소한 포지션별로 독립적인 mmr이 돌아가야 하는데, 한 번도 하지 않은 포지션이 다른 포지션의 mmr 영향을 받는 건 시스템 설계의 명백한 오류입니다.

경쟁전의 몰락, 이제는 생배 도박판

요즘 경쟁전은 누가 더 잘하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어느 팀에 생배가 더 왔느냐의 싸움입니다. 저녁 시간대에 그랜드마스터 큐를 돌렸는데도 팀에 생배가 2~3명씩 걸리는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상대팀도 마찬가지고요.

일반적으로 경쟁전은 비슷한 실력의 유저들끼리 경쟁해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장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릅니다. 생배로 배치 점수를 후하게 받아 티어를 부풀린 유저들이 넘쳐나면서 게임 자체가 복불복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기면 80점 오르고 지면 20점 떨어지는 배치 보너스 때문에 다들 생배를 파는 겁니다.

저는 본계정이 다이아 3인데 생배 실험을 하면서 골드

플래티넘 구간도 여러 번 겪어봤는데, 솔직히 그마(그랜드마스터) 큐보다 골드 큐가 더 수준이 높았습니다. 왜냐하면 골드는 진짜 골드 실력자들이 있는 반면, 그마 큐는 생배로 올라온 플래

다이아 실력자들이 섞여 있어서 플레이 퀄리티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입니다.

배치 시스템을 악용하는 유저들의 주요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쟁전 조건 20판 동안 한 영웅만 집중적으로 폭주 플레이
  • 첫 배치에서 높은 티어를 받은 뒤 다른 영웅으로 전환
  • 시즌 초반 배치 보너스를 받아 점수 부풀리기
  • 실력이 안 되면 그 티어에서 민폐를 주다가 다음 시즌에 다시 생배

순수한 의도로 부계정을 파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배치 시스템이 점수를 후하게 주니까 일부러 악용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오버워치 1 때는 역고(역대 최고 티어) 도입 후 미배치를 파도 최대 다이아였는데, 지금은 생배로 챔피언까지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이건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결국 블리자드는 배치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최소한 포지션별 mmr을 완전히 독립시키고, 배치 점수 보너스를 대폭 축소하고, 생배 첫 배치 상한선을 다이아 정도로 제한해야 이 혼란이 정리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생배 도박판이 계속되면 진지하게 본계정으로 경쟁전 하는 사람들만 손해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DqytI3Qqm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