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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힐러를 돌리면 탱커나 딜러를 할 때보다 훨씬 편하다는 걸 오랫동안 모르는 척했습니다. 피곤하고 기 빨릴 때 힐러 잡는 게 그냥 습관이 됐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힐러 메인 유저들이 타 포지션에서 유독 처참한 퍼포먼스를 보이는 이유가 단순히 숙련도 문제만은 아니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다이아 윈스턴이 기본적인 딜 체크도 못 하고 무너지는 장면을 보면서 그 생각은 확신에 가까워졌습니다.

각폭이 왜 문제인가 — 궁극기 운용의 기본
디바의 핵심 궁극기인 자폭, 즉 각폭(각도 폭파)이 이 게임에서 얼마나 자주 낭비되는지를 보면 그 플레이어의 딜 체크 수준이 바로 보입니다. 각폭이란 디바가 메카를 탈출시켜 폭발시키는 궁극기로, 사용 후 메카를 재탑승하는 공백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이 공백이 생기는 동안 디바는 전장에서 이탈 상태가 되기 때문에, 각폭을 잘못 날리면 오히려 팀에 손해를 끼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이 각폭의 가치는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마스터 이상 레벨에서는 각폭을 쓰는 상황이 명확합니다. 상대방의 스킬이 전부 빠진 상황, 힐러 쪽으로 올라붙는 상황, 혹은 Z축 위에서 날리는 상황. 이 세 가지를 벗어나면 각폭이 아니라 그냥 궁극기 낭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확인한 다이아 탱커는 상대가 키리코-모이라 조합으로 기동성이 충분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적이 넉넉하게 살아있는 상황에서 그냥 날려버렸습니다. 당연히 회수가 안 됩니다.
각폭 낭비가 단순 실수가 아닌 이유는 구조적입니다. 딜 체크(딜 체크란 현재 상대방이 받을 수 있는 딜량과 내가 넣을 수 있는 딜량을 계산해 생존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가 안 되면 자기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처럼, 자기 궁극기가 언제 터져야 값어치를 하는지도 모릅니다. 이 두 가지는 사실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
딜 체크를 모르면 탱커가 먼저 죽는다
이번 리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윈스턴이 힐팩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직진한 부분이었습니다. 힐팩이 없는 걸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돌진한 건데, 이게 딜 체크가 안 된다는 증거입니다. 자기가 힐팩 먹을 때까지 안 죽을 거라고 믿은 거죠. 그 믿음이 틀렸다는 건 결과가 증명했습니다.
윈스턴의 핵심 스킬인 윈풍참(원시의 분노)은 쿨타임 관리와 진입 타이밍이 맞물려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윈풍참이란 윈스턴이 원시의 분노 상태에서 크게 점프해 주변 적에게 광역 딜을 넣는 기술로, 다이브 탱의 핵심 진입기입니다. 그런데 이 탱커는 윈풍참을 제자리에서 날리거나 뒤로 뛰는 타이밍에 써버렸습니다. 활용이 아니라 그냥 스킬이 있으니까 쓴 수준입니다.
제 경험상 다이브 탱은 쉬운 탱커가 아닙니다. 진입과 이탈의 타이밍, 방벽 설치 위치, 팀원의 위치 파악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근데 이건 어려운 수준도 아니었어요. 오리사로 전환하고도 소전과 시메트라 조합을 상대로 오리사를 선택하는 건 조합 이해 자체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기동성 있는 상대를 정지 탱으로 상대하면 무조건 끌려다닙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측대로 나왔습니다.
오버워치2의 탱커 운용에서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핵심 역량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딜 체크: 현재 체력과 적의 딜량을 계산해 진입 타이밍을 결정하는 능력
- 스킬 카운팅: 상대 스킬의 쿨타임을 추적해 내 진입의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
- 조합 읽기: 상대 조합에 맞는 픽을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전환하는 능력
- 동선 설계: 불필요하게 피격받지 않으면서 팀의 템포를 만드는 이동 경로 선택
힐러 메인이 타 포지션에서 유독 무너지는 구조적 이유
솔직히 이 부분이 제가 제일 하고 싶었던 얘기입니다. 힐러 포지션은 주도권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딜러와 탱커는 내가 먼저 상황을 만들고, 그 결과에 따라 팀의 흐름이 결정됩니다. 반면 힐러(지원가)는 팀원의 움직임에 반응하면서 리소스를 배분하는 구조입니다. 이 차이가 쌓이면 주도적 판단 능력의 격차로 이어집니다.
제가 3포지를 다 돌려보면서 느낀 건데, 힐러 메인이 탱커를 잡으면 '이 상황에서 내가 먼저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감각이 약합니다. 힐러는 팀이 움직이면 따라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근데 탱커는 팀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탱커를 들어도 결국 팀원 눈치만 보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녹습니다.
게임 내 템포(tempo)란 현재 어느 팀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루시우 해설에서 잘 나왔듯이, 루시우는 볼륨 힐을 힐에만 쓰면 들어갈 템포를 잃습니다. 팀이 안 맞아야 스킬을 아낄 수 있고, 스킬을 아껴야 진입 템포가 생깁니다. 이 구조를 모르면 루시우를 들어도 그냥 따라다니다가 사라집니다. 이번 루시우가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이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윈스턴은 이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e스포츠 분석 전문가들은 오버워치의 탱커를 "게임의 템포를 생성하는 최전선 지휘관"으로 정의합니다(출처: 오버워치 리그 공식 분석 채널). 템포를 만들지 못하는 탱커는 아무리 체력이 높아도 팀에 기여보다 짐이 됩니다. 이번 윈스턴이 정확히 그 케이스였습니다.
탱커가 리퍼 탓을 한 게 왜 말이 안 되는가
이번 사례에서 가장 씁쓸했던 건 탱커가 리퍼를 폐작 취급하며 트레 전환을 요구한 부분입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 흐름을 보면서 느낀 건 리퍼는 충분히 해줬다는 겁니다. 오히려 탱커가 두 번 시원하게 던진 걸 리퍼가 뒤처리하는 모양새였거든요.
스킬 카운팅이란 상대방이 어떤 스킬을 언제 썼는지를 추적해서 내 진입의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로, 이게 안 되면 상대 스킬이 살아있는 상황에 들어가서 손해만 보고 나옵니다. 리퍼가 키리코의 방울이 빠진 타이밍에 잡으러 갔다가 백업에 빨린 건 아쉽지만 근거 있는 시도였습니다. 반면 탱커의 죽음들은 그런 근거조차 없었습니다.
루시우가 로우 티어에서 좋은 힐러가 아니라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의견에 절반만 동의합니다. 루시우가 제 기능을 하려면 팀 전체가 안 맞아야 합니다. 포킹(포킹이란 안전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적에게 딜을 넣어 체력을 소모시키는 전략)이 없는 루시우는 팀이 체력을 보존해줘야 비로소 기동성이라는 강점을 살릴 수 있거든요. 이번 루시우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건 루시우 탓이 아니라 팀 전체의 체력 관리 수준 때문이었습니다. 제보자를 포함해서요.
오버워치2 공식 통계에서도 탱커의 생존 시간과 팀 승률 사이의 상관관계가 다른 포지션 대비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납니다(출처: 오버워치2 공식 사이트 영웅 통계). 탱커가 살아있어야 팀이 먹힌다는 게 데이터로도 증명됩니다.
정리하면, 이번 케이스는 탱커의 딜 체크 부재와 조합 이해 부족이 패배의 핵심 원인이었고, 리퍼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걸 충분히 했습니다. 탱커가 리퍼 탓을 한 건 자기 문제를 못 본 것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힐러 메인이라고 해서 타 포지션을 아예 못 하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지원가 포지션이 만들어놓은 습관, 즉 '반응하는 플레이'에 익숙해진 채로 탱커를 잡으면 필연적으로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저도 힐러 돌릴 때 편하다고 느낀다면, 그 편함이 어디서 오는 건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타 포지션을 자꾸 해보는 게 결국 본인 주픽의 이해도도 높여줍니다. 딜 체크, 스킬 카운팅, 조합 읽기는 포지션을 막론하고 올라갈수록 더 선명하게 요구되는 역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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