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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타를 이기고도 게임을 지는 상황, 오버워치를 좀 해봤다면 한 번쯤 겪어봤을 겁니다. 탱커가 욕먹고, 힐러가 욕먹고, 결국 서로 채팅창에서 싸우다 지는 그 판 말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 상황 보자마자 "아, 이거 진짜 쌍방이네" 싶었습니다.

조합 분석: 이 판, 도대체 누구 잘못인가?

헤저드(Hazard) 유저가 힐이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채팅을 쳤고, 게임이 끝난 뒤 팀원들 전체가 탱커 탓을 했습니다. 그런데 스탯(stat)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스탯이란 킬, 데미지, 힐량 등 게임 내 수치 기록을 뜻하는데, 여기서 딜러 캐서디와 공격 지원 앱내의 수치가 유독 낮게 나왔습니다. 반면 바티스트는 나름 선방했고, 일리아리는 힐 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안 준 정황이 영상 곳곳에서 보입니다.

저도 힐러 돌릴 때 가장 고민되는 게 정확히 이 상황입니다. 일리아리, 키리코처럼 교전 교환(trade)이 가능한 힐러를 들었는데, 교환이란 서로 킬을 맞바꾸는 것으로 공격적인 포지션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페어 힐러(pair healer), 즉 함께 힐을 담당하는 파트너가 본진 유지를 혼자 감당 못 하는 상황이면 딜도 못 하고 힐만 퍼줘야 하는 딜레마가 생깁니다. 딜 좀 했다 싶으면 "힐 왜 안 줘?"가 날아오고, 힐만 했다 싶으면 "딜 좀 해라"가 날아옵니다. 솔직히 정신 나갈 것 같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 판의 핵심 문제는 탱커 혼자서 정면 돌파(frontline push)를 시도하는 동안 뒤에 있는 딜러와 힐러가 2층에서 사실상 관망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비슷한 구도를 경험해봤는데, 탱커가 골목을 견제해주는 그 타이밍에 딜러와 힐러가 오른쪽 방 같은 사이드 포지션을 먹어줘야 화물이 공짜로 밀리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이건 팀데스매치가 아니라 화물 게임이니까요.

 

힐 유기: 탱커가 녹는 진짜 이유

포킹(poking)이란 근거리 교전을 피하면서 안전한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피해를 누적시키는 전술입니다. 이 판에서 상대는 솔저76, 캐서디, 메르시 조합으로 전형적인 포킹 세트를 갖췄습니다. 헤저드가 이 상대에게 정면으로 들어가면서 포킹을 온몸으로 받은 것이 악순환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두고 "탱커가 잘못"이라고 단정하기엔 좀 억울한 구석이 있습니다. 상대 조합이 저 정도 포킹을 갖췄어도, 우리 팀 포킹 딜이 더 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탱커는 굳이 무리하게 진입각을 낼 게 아니라 자리를 야금야금 밀어주고 팀이 포킹을 넣을 공간만 확보해줬으면 됐습니다. 윈스턴으로 저런 힐 조합 만날 때 제가 쓰는 방식이 딱 그겁니다. 깊게 뛰어들어 호빵(두 팔 벌려 점프)하는 게 아니라, 살짝 압박하고 피 빠지면 복귀해서 힐 받고 다시 전진하는 패턴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힐 유기(heal neglect)란 힐러가 힐을 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의도적이든 아니든 힐을 주지 않는 행위를 말합니다. 영상에서 일리아리가 바로 이 상황에 해당했습니다. 힐을 충분히 줄 수 있는 거리와 타이밍에서도 딜에 집중하며 탱커 힐을 흘렸습니다. 저도 힐러 하면서 가장 괘씸하게 보이는 유형이 이쪽입니다. 일리아리, 바티스트, 우양, 야타, 키리코처럼 딜과 힐을 동시에 뽑을 수 있는 캐릭터들이 힐은 포기하고 딜만 하면, 같은 팀 입장에서는 숨이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딜러를 고르지, 왜 힐러를 들고 힐을 안 하냐고요.

오버워치 공식 통계에 따르면(출처: Blizzard Overwatch 공식 뉴스) 탱커는 팀 전체의 교전 리듬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탱커가 진입각을 잡지 못하면 딜러의 딜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힐러는 피 빠지는 탱커에게 힐을 쏟아붓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이번 판이 딱 그 구조였습니다.

이번 판에서 힐과 탱커 관계에서 실제로 문제가 된 부분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일리아리가 힐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딜에 집중해 탱커 힐이 공백 상태가 됐습니다.
  2. 탱커가 치명상(critical health) 상태에서 소극적 플레이로 전환하면서 헤저드 고유의 가시벽 압박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3. 팀원 4명이 화물을 완전히 방치하고 전진한 채 전멸하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4. 서로 채팅 충돌이 시작된 시점부터 판단이 감정 위주로 흐르며 운영이 완전히 붕괴됐습니다.

픽 전환: 시그마가 진짜 답일까?

시그마(Sigma)는 방벽과 원거리 유지력을 동시에 갖춘 탱커로, 포킹 위주 조합에서 힐 자원을 거의 안 먹으면서 공간만 유지해주는 이른바 국밥 픽입니다. 국밥 픽이란 어떤 조합에서도 무난하게 기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선택을 뜻하는 게임 커뮤니티 용어입니다. 이 판에서 시그마를 골랐다면 힐 자원 없이도 라인 유지가 가능했고, 뒤에서 우리 팀 포킹 딜이 더 강하게 들어갔을 겁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짚고 싶습니다. 시그마로 바꿨다고 해서 저 판이 달라졌을까요? 팀원들이 탱커를 방벽으로 세워두고 자기들은 가장 안전한 위치에서 총질만 하고 싶어하는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문제라면, 픽 교체는 근본 해결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팀에서 시그마로 바꿔 봤자 결국 탱커가 더 많은 것을 떠안는 구조가 됩니다. "탱이 있으니까 나는 안전하게 포킹하면 되지"라는 인식 자체가 문제인 겁니다.

물론 현실적인 랭크 게임에서 팀원의 인식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니, 픽 전환은 여전히 유효한 선택입니다. 메타(meta) 관점에서도 현재 시그마는 포킹 조합과 상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메타란 현재 게임 환경에서 승률이 높거나 효율적인 전략과 캐릭터 조합을 뜻합니다. 오버워치 커뮤니티의 통계 분석 사이트인 Overbuff에서도 시그마의 안정적인 승률 지표가 꾸준히 확인됩니다.

제보자 헤저드 유저가 앞으로 챙겨야 할 부분은 딱 하나입니다. 상대 조합을 보고 "내가 공격적으로 진입해도 되는 판인가, 아니면 공간 유지만 해줄 판인가"를 게임 초반 1분 안에 판단하는 것. 이 판단 하나가 게임 전체의 흐름을 바꿉니다. 헤저드로 정면 포킹을 다 맞아주면서 조합을 녹이는 방식은 상대 포킹이 약할 때만 통합니다.

결국 이 판은 탱커 혼자 잘못한 것도, 힐러만 잘못한 것도 아닙니다. 서로 억울한 부분이 있었고, 틀린 말을 한 쪽도 딱히 없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욕먹지 않으려면 억울해도 픽을 바꾸거나 운영 방식을 바꾸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시그마를 한 번 연습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힐러라면, 힐을 줄 수 있는데 안 주는 순간이 쌓이면 결국 본인에게 채팅이 날아온다는 점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gBadSqvYz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