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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저도 겪어봐서 압니다. 아나를 처음 배울 때 에임에 자신이 없으니까 나도 모르게 적에게 가까이 붙게 됩니다. 거리가 좁아야 맞출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거죠. 근데 그게 죽음의 시작이더라고요. 오늘은 그 잘못된 습관이 어떻게 팀 분위기까지 망가뜨리는지, 제 경험을 섞어서 풀어보겠습니다.

 

앞포지션, 왜 아나한테 특히 치명적인가

아나는 오버워치 서포터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축에 속합니다. 수면총(Sleep Dart)이란 적을 일정 시간 재워버리는 스킬로, 쉽게 말해 상대의 핵심 딜러나 탱커를 순간적으로 무력화시키는 핵심 기술입니다. 여기에 생체 수류탄(Biotic Grenade)이란 아군에게는 추가 힐을, 적에게는 힐 차단 효과를 주는 스킬까지 갖추고 있어서, 제대로만 쓰면 한 타의 흐름 자체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두 스킬을 제때 터뜨리려면 안정적인 포지셔닝(Positioning)이 전제가 된다는 겁니다. 포지셔닝이란 전투 중 자신이 위치할 최적의 자리를 선점하고 유지하는 개념으로, 힐러에게는 생존력과 직결됩니다. 아나는 이동기가 없어서 한 번 잘못된 자리에 서면 빠져나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자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자리아(Zarya) 상대로 아나를 할 때 앞에 나가면 거의 무조건 죽습니다. 자리아의 보조 사격(Secondary Fire)은 사거리가 짧지만 아나가 앞으로 붙어주면 오히려 적한테 밥이 되는 구조입니다. 더블 순보(Double Suzu)를 쓰는 키리코조차 그 상황에서 저렇게 앞포지를 잡지는 않습니다. 아나가 그 자리를 잡은 건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 포지션 감각의 문제입니다.

오버워치 공식 자료에 따르면(출처: 블리자드 오버워치 공식) 아나의 설계 의도 자체가 후방 지원 및 장거리 저격에 맞춰져 있습니다. 앞으로 나가라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거죠. 에임이 부족할수록 거리를 좁히려는 본능이 생기지만, 그게 오히려 죽음을 재촉하는 악순환입니다.

자기객관화 없이 채팅창만 여는 아나

제 경험상 이런 패턴이 가장 답답합니다. 본인이 계속 죽고 있는데, 그 원인을 탱커의 움직임으로 돌립니다. "뒤로 돌진 쓰지 마세요", "앞으로 안 오시나요" 같은 채팅이 반복됩니다. 근데 막상 영상을 돌려보면 아나 본인이 먼저 상대 입구 근처까지 나가 있는 겁니다.

자기객관화(Self-objectification in Gaming)란 플레이어가 자신의 행동을 제3자 시점으로 냉정하게 평가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이 능력이 없으면 데스(Death) 하나가 날 때마다 주변부터 탓하게 됩니다. 제가 봤을 때 이번 케이스에서 탱커는 무난하게 플레이했습니다. 오히려 힐벤 욕심에 앞포지를 잡다가 반복적으로 죽은 건 아나였습니다.

특히 수면총으로 재운 걸 윈스턴이 점프로 깨웠다고 항의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타를 이긴 상황이었고, 그 수면이 없었어도 이길 수 있는 구도였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건 팀원이 재운 걸 깨운 잘못이 아니라, 아나가 자신의 스킬 기여도를 과대평가한 겁니다. 아나뽕 타이밍, 즉 생체 수류탄이나 수면총 같은 핵심 스킬을 쓸 최적의 순간을 스스로 자각하는 감각이 부족할 때, 이 집착이 생깁니다.

못 하는 아나 중에 유독 표독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경험한 판 중에 다 이겨가는 게임에서도 "나는 잘했는데 너희가 더 잘했으면 더 편히 이겼다"는 식으로 채팅을 쳐서 팀 분위기가 무너지고 결국 게임이 터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 상황도 딱 그 구조입니다.

팀게임에서 멘탈 유형을 나눠보면 대략 이렇게 됩니다.

  1. 질서-선형: 팀원이 싸워도 격려하면서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는 유형
  2. 혼돈-선형: 할 말은 하되 일침을 놓고 자기 할 일을 하는 유형
  3. 질서-악형: 논리적으로 포장한 남탓을 반복하는 유형. 이번 아나가 여기에 가깝습니다
  4. 혼돈-악형: 그냥 게임을 던지는 유형

이번 판에는 이 네 가지가 모두 있었습니다. 아나는 논리적인 남탓을 반복했고, 정크랫은 후반에 아무것도 안 하다가 사실상 게임을 던졌습니다. 탱커는 묵묵히 차단하고 플레이를 이어갔고, 나머지 한 명은 싸우지 말라며 팀을 다독였습니다.

멘탈관리, 잘 못 해도 잘 안 죽는 아나가 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도 원래 멘헤라형 트레이서였거든요. 조금만 밀리는 것 같아도 멘탈이 나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안정형 탱커를 한 번 만나고 나서 제 플레이 스타일이 진짜로 바뀌었습니다. 탱커가 "할 수 있다"고 다독이는 방식 하나가 제 판 전체 안정감을 바꿔놓더라고요.

멘탈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기분 좋게 게임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란 팀원이 실수나 의견 표현에 두려움 없이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합니다. 출처: Google re:Work의 팀 효과성 연구에서도 팀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1위가 심리적 안전감이었습니다. 오버워치 한 판도 결국 팀게임입니다. 채팅 하나가 그 심리적 안전감을 무너뜨립니다.

아나로 잘 안 죽는 방법은 사실 간단합니다. 에임이 부족하다면 스킬 명중률보다 포지션 유지에 먼저 집중하는 겁니다. 수면총이나 생체 수류탄을 못 쓰더라도, 죽지 않고 지속적으로 힐을 넣는 아나가 앞에 나가서 뭔가 해보려다 죽는 아나보다 훨씬 팀에 도움이 됩니다. 판을 만드는 미친 기여도를 원한다면 그게 장기 목표가 되어야 하고, 지금 당장은 생존이 우선입니다.

또 하나, 방향키 반응이 갑자기 안 되는 버그가 있습니다. 채팅창을 한 번 켰다 끄면 풀리는데, 이걸 모를 때는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처음 겪었을 때 제 입력이 먹통이 된 줄 알았거든요. 이번 판에서 정크랫이 후반에 갑자기 멈춘 것도 그 버그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던졌다고 단정 짓기 전에 이런 변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결국 아나가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스킬 타이밍, 에임, 포지션 세 가지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캐릭터니까요. 근데 그 어려움을 팀원에게 전가하는 순간, 그 판은 이기든 지든 모두에게 불쾌한 경험이 됩니다. 남탓보다는 내 탓을 먼저 하고, 잘 죽지 않는 것부터 목표로 잡으시길 권합니다. 포지션만 좋아도 아나는 충분히 팀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j59V8GGEk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