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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이걸 그냥 개인의 성격 문제로만 봤습니다. 근데 오버워치를 5,000시간 넘게 하면서 점점 확신이 생겼어요. 채팅창을 전쟁터로 만드는 다인큐 조합을 너무 많이 봐온 탓인지, 이건 단순히 몇몇 이상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안에서 한국 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써봤습니다.

다인큐란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는가

다인큐(다인 큐잉, Multi-Queue)란 두 명 이상이 함께 파티를 구성해 경쟁전에 입장하는 방식입니다. 혼자 매칭에 들어가는 솔큐(Solo Queue)와 달리, 같은 팀 안에 미리 짜여진 그룹이 존재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친구끼리, 또는 고정 파티원끼리 뭉쳐서 게임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이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저도 가끔 지인이랑 2인큐 정도는 돌립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악용될 때입니다. 특히 한국 서버에서는 이게 유독 심한데, 3인큐 혹은 그 이상이 뭉쳐서 실력이 한참 아래인 구간에서 버스(Bus)를 태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스란 실력이 낮은 사람을 파티에 끼워 상위 티어 플레이어들이 억지로 승리를 끌어내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때 버스를 타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 해도 티어가 오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런 버스 다인큐 조합이 게임 중에 실수를 하면, 그 책임을 절대 서로에게 묻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학연, 지연, 혈연처럼 다연(多緣), 즉 같은 파티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무조건 쉴드를 치는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그 대신 남은 팀원들에게 화살이 쏟아지죠.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상황이 얼마나 황당한지, 글로 다 표현이 안 됩니다.

 

실제 판에서 벌어지는 일들

제가 봤던 케이스 중에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딜러 캐릭터가 연속으로 본인 실수로 퍼블(공짜 죽음, 적에게 거저 킬을 내주는 상황)을 냈습니다. 퍼블이란 아무런 교환 없이 혼자 죽어서 상대방에게 이득만 주는 죽음을 뜻합니다. 그러고 나서 힐이 부족했다며 팀원 탓을 하더군요. 같은 다인큐 파티원들은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 말 없이 거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보된 사례를 보면 더 전형적입니다. 개활지(엄폐물이 거의 없는 탁 트인 지형)에서 상대 다섯 명이 지키고 있는 한가운데로 돌진해서 죽은 다음, 힐 탓을 하는 겁니다. 개활지란 사방이 뚫린 지형으로, 원거리 딜러가 절대 전면에 나서면 안 되는 구간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같은 파티라는 이유로 서로 보호해주니 게임 내 채팅창은 진짜 토론장이 아니라 집단 조리돌림 현장이 됩니다.

더 기가 막혔던 건, 해당 파티원 중 하나는 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근데 중간부터 게임을 대충 하기 시작하더니 사실상 던지기(의도적으로 게임을 포기하거나 방해하는 행위)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던지기란 팀의 승리를 포기하고 고의로 패배를 유도하는 행위입니다. 저는 그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양학(자신보다 실력이 훨씬 낮은 상대를 상대로 쉬운 승리를 거두는 행위)을 하러 내려왔는데 그것도 안 되니까, 차라리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서 자존감을 지키려는 거죠. 양학이란 말 그대로 낮은 티어에서 편하게 이기며 우월감을 채우는 행동입니다.

이건 제가 3,000시간 넘게 오버워치를 해오면서 정말 여러 번 목격한 패턴입니다. 최선을 다했다가 지는 게 두렵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대충하고 지면 "나는 일부러 진 거니까"라는 방어막을 치는 심리입니다.

이게 단순히 게임 문제일까요

저는 이걸 단순히 승부욕이 강한 것, 혹은 경쟁 문화 때문이라고 치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저런 사람들에게 변명거리를 주는 것이거든요. 저도 누구보다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습니다. 근데 3,000시간 넘게 하면서 단 한 번도 남탓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남탓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냥 해보고 안 되면 다음 판 가면 됩니다.

문제는 한국 게임 문화 전반에 깔려 있는 인식입니다. "게임을 하면 잘해야지", "못하면 욕먹어도 돼"라는 마인드가 사실상 다수에게 기본값으로 내장되어 있습니다. 다른 유튜브 영상 댓글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쌍욕에 패드립을 박았는데도 "쟤가 못했으면 그럴 수 있지"라는 댓글이 버젓이 달립니다. 저는 그걸 볼 때마다 진심으로 인류애가 떨어지는 걸 느낍니다.

이건 어려서부터 무한경쟁 구도 속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체화된 해로운 기조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만 보고 과정은 무시하며, 나보다 못하면 짓밟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게임판에도 그대로 투영된 겁니다. 한국연구재단(KCI)에서도 게임 내 공격적 언어 사용과 사회적 경쟁 압박 간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을 만큼, 이건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한국과 해외 서버의 차이는 왜 이렇게 클까요? 북미 서버에서는 게임에서 져도 가장 심한 반응이 "좀 생각하면서 게임해라" 정도라고 합니다. 게임 내내 세 명이 팀원 한 명을 집단으로 조리돌림 하듯 채팅을 도배하는 건 한국 서버 특유의 현상이라는 게, 실제로 양쪽 서버를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된 증언입니다. 블리자드 공식 사이트에서도 게임 내 행동 강령(Code of Conduct)을 명시하고 있지만, 한국 서버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결국 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블리자드가 주로 바라보는 북미 유저층에서는 이런 극단적인 다인큐 폐해가 그만큼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 유저들이 느끼는 불쾌감과 블리자드가 인식하는 다인큐 문제의 온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톡식 다인큐를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할까요

저는 뉴비나 복귀 유저 친구를 빠른 대전(빠대)에 데리고 갔다가 그 친구가 조롱 채팅 세례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뉴비입니다"라고 채팅을 쳐도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런 상황에서 채팅으로 맞받아치는 건 거의 효과가 없고 오히려 더 불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시도해보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느낀 방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채팅창 자체를 숨기거나 팀 채팅을 비활성화한다. 게임 내 설정에서 가능하며, 상황을 악화시키는 자극 자체를 차단하는 게 제일 현실적입니다.
  2. 신고 기능을 즉시 활용한다. 오버워치의 인게임 신고 시스템(In-game Report System)은 욕설, 비매너 플레이, 의도적 게임 방해 등 항목별로 신고가 가능합니다. 신고가 누적되면 음소거 패널티나 계정 제재로 이어집니다.
  3. 던지기나 의도적 방해가 명확하다면 해당 판 자체를 빠르게 포기하고 다음 판을 노린다. 한 판에 감정을 소모하는 것보다 멘탈 관리가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입니다.
  4. 솔큐 위주로 경쟁전을 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인큐 제도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버스 다인큐와 엮이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최선입니다.

근본적으로 다인큐 시스템을 솔큐로만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저도 개인적으로는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멀쩡한 사람들끼리 파티 짜서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시스템이지만, 현실에서는 항상 누군가가 이를 악용합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같은 팀에 배정된 솔큐 유저들에게 돌아갑니다.

결국 저는 이 모든 게 게임 설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인성의 문제라고 봅니다. 승부욕이 강한 것과 남을 짓밟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알량한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고작 게임 채팅창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