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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타 디비전이 또 무너졌습니다. 디바(D.Va)가 라마트라-시메트라 조합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건 경기 보는 내내 느꼈는데, 팀은 결국 픽을 유지한 채 그대로 졌습니다. 저는 이게 단순히 한 경기의 실수가 아니라 제타가 2년째 반복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배경: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어떻게 변했는가
오버워치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이 게임은 그냥 화려한 FPS였습니다. 폭발적인 스킬 하나로 한 타임이 뒤집히고, 개인 기량이 판을 흔드는 느낌이었죠. 출시 초반에는 저도 그냥 단체 패싸움처럼 즐겼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오버워치 프로씬은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요즘 경기를 보면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자리 싸움(포지셔닝)이란 쉽게 말해 어느 지점을 먼저 점거하느냐의 싸움인데, 이게 거의 바둑과 구조가 같습니다. 여기에 카운터 픽(Counter Pick)이라는 개념이 더해집니다. 카운터 픽이란 상대 조합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드는 영웅 선택을 의미하는데, 현재 프로씬에서는 이 카운터 픽을 어떻게 설계하고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느냐가 승부를 가릅니다.
실제로 오버워치 공식 리그(Overwatch League)가 정착한 이후 프로씬의 전략 복잡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팀파이트 교환을 넘어 맵 구조를 이용한 빌드업(Build-up), 즉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유리한 상황을 누적해 나가는 방식이 정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느냐가 지금 강팀과 약팀을 가르는 핵심 기준입니다.
제가 옵치 프로씬을 꾸준히 지켜본 경험상, 이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팀들은 공통적으로 한 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짬이 두꺼운 감독이 있다는 것입니다. 라쿤의 문 감독, 팔콘의 나인케이 감독, T1의 러쉬 감독이 대표적입니다. 이 감독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경력이 길다는 게 아니라, 상대 조합을 보고 그 자리에서 대응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핵심 분석: 제타 디비전의 전략 부재는 어디서 비롯됐나
팔콘의 코감진(코칭스태프 감독진)을 욕하는 시선이 많다는 걸 압니다. 솔직히 저도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팔콘은 적어도 목적이 있는 픽을 가져옵니다. T1전 브리기테 투입이라든가, 이번에 웨이후안 상대로 라마트라를 투입했다가 깨지긴 했지만, 그 노림수 자체는 읽을 수 있습니다. "왜 이 픽을 골랐는가"에 대한 답이 있다는 겁니다.
제타는 다릅니다. OWCS(오버워치 챔피언십 시리즈, 북미·아시아·유럽을 포함한 공식 지역 리그) 개최 이후 2년 동안 팀의 패턴이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주력 픽이 안 통하면 그냥 무너집니다. 상대에 맞춘 즉각적인 카운터 전략이 없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디바가 라마트라의 네미시스 폼(Nemesis Form)을 막지 못하고 시메트라의 광선에도 녹는 조합임이 초반에 이미 드러났는데, 팀은 픽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네미시스 폼(Nemesis Form)이란 라마트라가 변신해 근거리 펀치와 방어막을 동시에 사용하는 궁극기로, 돌격 탱커에게는 사실상 정면 대결을 강요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가진 조합 앞에서 디바를 억지로 굴리는 건, 제가 느끼기에 그냥 감독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원인은 어느 정도 특정됩니다. 과거 창군 감독이 이끌던 시절 제타는 전략 퀄리티가 지금과 달랐습니다. 그 자리를 코치 출신 모비딕이 감독으로 승격해 맡게 된 이후, 전략적 대응의 깊이가 눈에 띄게 얕아졌다는 게 제 관찰입니다. 물론 메타(Meta, 특정 시기에 가장 강력한 전략이나 조합의 흐름)가 맞지 않는다는 변명도 있을 수 있지만, 강팀들은 같은 메타에서도 대응 전략을 만들어냅니다. 그게 변명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제타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주력 픽이 카운터를 당해도 즉각적인 조합 전환이 없다.
- 상대 전략에 맞춘 대응 플랜(Answer Plan)이 경기 중에 나오지 않는다.
- 빌드업 실패 시 대안 없이 그대로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 메타 적합도와 무관하게 팀 자체의 전략 설계 역량이 부족하다.
이 구조는 단순히 선수 기량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경기를 몇 번씩 돌려보면서 느낀 건, 선수들은 개인 기량이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기량을 어떻게 조직화하느냐, 즉 감독이 얼마나 정밀한 설계를 가져오느냐에서 갈립니다.
전망: 제타가 우승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일반적으로 "무관력이 강하다"는 말을 제타에 붙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무관력(無冠力)이란 실력은 있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우승을 놓치는 경향을 뜻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표현은 바욜이 있던 시절에나 어울리는 말입니다. 무관력이라는 건 최소한 결승까지는 간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제타는 성적과 경기력 모두가 그 수준에서 멀어져 있습니다.
포지셔닝 전쟁(자리 싸움)에서 제타가 불리한 이유는 단순히 선수들이 자리를 못 잡아서가 아닙니다. 어떤 자리를 노려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라마트라가 화물에 농성을 걸었을 때, 디바 조합으로는 홀딩(Holding, 상대 진입을 막고 지역을 방어하는 행위)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제타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홀딩이란 특정 지점에서 상대의 진입이나 점령을 막아내는 수비 전술인데, 탱커의 스펙 자체가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아무리 개인 기량이 좋아도 뚫립니다.
오버워치 프로씬의 전략 트렌드를 보면(출처: Liquipedia Overwatch), 상위권 팀들은 경기 중 조합 전환 속도, 즉 인게임 픽 스왑(In-game Pick Swap) 타이밍 관리를 핵심 역량으로 꼽습니다. 인게임 픽 스왑이란 경기 도중 실시간으로 영웅을 교체해 상대 조합의 허점을 찌르는 전술인데, 이 결정을 누가, 언제 내리느냐가 감독과 코치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제타는 지원이 부족한 팀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웃풋이 항상 이 수준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라기보다 이제는 예상 안에 들어온 패턴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지금 제타에 가장 필요한 건 새 선수가 아니라, 상대 전략을 보고 즉각 반응할 수 있는 감독입니다.
제타 팬들도 이제는 응원은 하되 기대를 끊어낸 분위기입니다. 저도 솔직히 그 심정이 이해됩니다. 다만 팀이 달라질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창군 감독 시절처럼 전략적 깊이가 있는 인물이 합류하고, 눕는 방식의 고정 운영에서 벗어나 상대 조합에 맞게 설계된 경기를 들고 나오는 날이 오면, 제타가 우승권에 다시 진입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매 시즌 비슷한 결말을 반복하게 될 것 같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GQX4c9N8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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