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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돌리다가 탱커 한 명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든 적,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십니까? 저도 즐겁게 서포터 돌리다가 "화물을 막아야 할 거 아니야"라는 채팅 한 줄에 기가 막혀서 그냥 탱커 다시 잡은 적이 있습니다. 화물에 찰싹 붙어서 포킹(Poking, 원거리에서 적을 견제하는 행위)을 고스란히 다 맞고, 스킬도 안 쓰고, 리퍼한테 끊임없이 녹으면서 힐 도배를 치는 탱커. 이게 진짜 오버워치2 랭크 게임의 민낯입니다.

화물 옆구리에 붙어 사는 탱커의 문제
윈스턴을 픽하고 화물 뒤에 붙어서 방벽도 점프팩도 안 쓴 채 그냥 서 있는 장면, 저도 힐러 시점에서 너무 많이 봤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포지가 그냥 좀 소극적인 분이겠지' 했는데, 보다 보면 이게 포지셔닝(Positioning) 개념 자체가 없는 경우더라고요. 포지셔닝이란 전투 중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탱커는 특히 이게 핵심인 역할군인데, 화물 옆에 서 있으면 상대 팀 딜각이 완전히 열려 버립니다.
탱커가 고지대(High Ground)를 장악하거나 상대 딜러를 교란해야 우리 팀 전체가 숨을 쉬는 구조입니다. 고지대란 상대보다 높은 지형에서 시야와 딜각을 동시에 확보하는 위치를 말합니다. 실제 전쟁에서도 높은 곳을 먼저 점령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위에서는 아래가 보이지만 아래에서는 위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탱커가 화물만 껴안고 있으면 상대 팀은 2층에서 편하게 포킹을 쏟아냅니다. 그 딜을 맞은 탱커가 힐을 달라고 도배하고, 힐러는 탱커 힐하느라 자기 포지를 잡을 수가 없어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탱커와 게임할 때 가장 고역인 건 힐량이 아니라 '선택지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탱커가 이상한 위치에 있으니 힐러도 화물 근처에 붙어 있을 수밖에 없고, 힐러 포지가 불안정하니 생존력도 떨어지고, 딜러는 자리도 안 열리고 힐도 못 받고 혼자 고통받는 구조가 됩니다. 탱커 한 명이 팀 전체의 가능성을 잘라 먹는 셈입니다.
힐 탓이 나오는 순간 게임은 이미 기울어져 있다
저도 처음엔 이런 상황을 좀 참았습니다. '탱커 힘드신 분이겠지' 하고요. 그런데 힐 도배가 시작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채팅창에 "힐 ㅋㅋ", "힐 진짜", "탱커 포지 막아야 할 거 아니야"가 연속으로 뜨기 시작하면, 그건 단순히 불만이 아니라 자기 플레이에 대한 성찰이 완전히 없다는 신호입니다.
어그로(Aggro)란 상대 팀의 시선과 스킬을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끌어당기는 행위를 말합니다. 탱커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이 어그로를 의도적으로 당기면서, 우리 팀 딜러가 편하게 딜을 넣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그런데 포킹을 일방적으로 다 맞으면서 어그로를 끌고 있는 건 그게 아닙니다. 그냥 맞고 있는 겁니다.
재밌는 건, 이런 탱커들의 스탯(통계 수치)을 보면 킬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오버워치2 스탯이 실력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킬 숫자가 괜찮아도 실제로 팀에 기여를 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탱커가 의미 없이 힐 자원을 독식하고 있었다면, 그 수치는 그냥 숫자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받은 힐량'을 스탯창에서 볼 수 없는 게 이 문제를 키운다고 생각합니다. 탱커가 얼마나 많은 힐을 소모했는지, 그게 얼마나 팀에 부담이 됐는지를 수치로 볼 수 있다면 "왜 힐 안 주냐"는 말이 나오기 훨씬 어려워질 텐데요. 현재 클라이언트에서는 그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자기객관화가 안 되는 탱커가 던지는 이유
제가 골드에서 다이아까지 탱커를 돌리면서 느낀 건 딱 하나입니다. 던지지만 않으면 생각보다 티어가 빠르게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탱커를 하는 인구 자체가 적기 때문에, 못하더라도 묵묵히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금방 티어가 붙습니다. 근데 이게 역설적으로 문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뉴비(Newbie, 게임을 처음 시작한 초보 유저)가 배치를 받으면 실력과 무관하게 골드 플래티넘 언저리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상태에서 탱커를 잡으면 당장 못해도 티어가 유지되거나 천천히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기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돌아보는 경험을 쌓지 못한다는 겁니다. 죽어도 "힐이 없어서", 게임이 져도 "딜러가 못해서"가 됩니다.
오버워치2 공식 사이트의 블리자드 오버워치2 페이지에서도 각 영웅별 역할 설명이 나와 있지만, 실제로 탱커가 팀에서 어떤 구조적 역할을 하는지는 직접 플레이하고 실패해 봐야 감이 옵니다. 탱커는 단순히 "앞에 서서 맞는 역할"이 아닙니다. 팀의 포지션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입니다.
자기객관화(Self-Awareness)란 자신의 플레이를 제3자 시선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게 없으면 아무리 게임을 많이 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죽은 이유를 모르겠고, 다 팀 탓인 것 같고, 짜증이 쌓이다가 결국 정치질이나 던지기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이걸 인식하는 것 자체가 실력 향상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탱커 역할, 어떻게 접근하면 달라지는가
탱커를 잘한다는 게 어떤 건지 저도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일단 체력이 많으니까 앞에 서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돌리다 보니 탱커는 팀의 전체 흐름을 설계하는 역할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래는 제가 직접 경험하면서 정리한 탱커 포지셔닝 원칙입니다.
- 상대가 고지대를 점령 중이라면, 화물에 붙어 있는 대신 2층으로 뛰어 올라가서 상대를 교란해야 합니다. 킬을 내려는 게 아니라 상대가 편하게 딜을 못 하게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 방벽이나 점프팩 같은 방어 스킬은 포킹을 피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포킹(Poking)이란 상대가 방어하기 어려운 원거리에서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플레이를 말합니다. 이걸 그냥 다 맞고 있으면 힐러가 할 일이 없어집니다.
- 엄폐물(Cover)을 활용해 한쪽에서만 맞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어그로를 끌어야 합니다. 5명한테 한꺼번에 맞는 건 어그로가 아니라 그냥 사망 플레이입니다.
- 리퍼(Reaper)처럼 근접 딜러가 있을 때는 그 사거리 안에서 맞딜하는 게 아니라, 유리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움직여야 합니다. 리퍼는 근거리에서 강력한 산탄총으로 대량의 피해를 입히는 영웅입니다. 탱커가 리퍼 사거리 안에 서 있으면 그냥 녹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어그로 관리가 제일 체감이 컸습니다. 엄폐물 하나를 끼고 한 명한테만 맞으면서 2층을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팀 힐러와 딜러가 훨씬 편하게 움직이는 게 보였습니다. 스탯에는 아무것도 안 남는 플레이인데 팀 분위기가 달라지더라고요.
게임 메카닉(Game Mechanics, 게임을 구성하는 시스템과 규칙의 총체)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적용하는 건 다릅니다. 유튜브나 각종 공략 콘텐츠에서 탱커 역할을 설명하는 건 많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순간 판단이 필요하고 그게 연습 없이는 잘 안 됩니다. Overbuff 같은 사이트에서 자신의 플레이 기록과 통계를 확인하면서 어떤 상황에서 죽었는지를 분석하는 것도 자기객관화에 도움이 됩니다.
탱커가 어렵다는 건 저도 충분히 압니다. 탱커는 혼자 모든 라인을 신경 쓰면서 팀 구조까지 만들어야 하는 포지션입니다. 그게 쉬울 리 없죠. 그래서 못하는 탱커를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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