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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데스를 기록한 딜러가 메르시를 탓했습니다. 처음 이 상황을 봤을 때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는데, 사실 이게 오버워치 랭크 게임에서 꽤 흔하게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메르시라는 픽이 광물(낮은 랭크 구간을 부르는 속어) 구간에서 남 탓하기 딱 좋은 핑계거리가 되는 이유, 그리고 실제로 그 탓이 얼마나 억울한 건지 제가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풀어보겠습니다.

23데스 딜러가 메르시를 탓한 사건
솜브라와 리퍼를 번갈아 쓴 딜러가 도합 23데스를 기록했습니다. 상대 조합은 리퍼가 들어가기 딱 좋은 구도가 아니었는데도 계속 사이드로 돌다 죽고, 죽고, 또 죽었습니다. 같은 실수를 세 번 넘게 반복하면 보통 뭔가를 배우기 마련인데, 이 경우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게임이 끝난 뒤 팀 채팅에 남긴 건 메르시 탓이었습니다. 심지어 패드립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저는 이 상황을 보고 스탯표만 봐도 범인이 보이는데 어떻게 입을 열 수 있었는지 진짜 신기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그 팀이었으면 조용히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딱 한 번이 아니라는 겁니다. 메르시를 원챔(한 영웅만 전문으로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도전하는 플레이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게임이 지고 있으면 팀원들이 핑계를 찾는데, 마침 힐러가 메르시면 유레카가 터지는 거죠. 섭딜(서브 딜러. 주 딜 외에 보조적인 피해를 넣는 역할) 운영은 어렵고 피지컬은 안 따라주니까, 책임을 돌릴 대상이 필요한 겁니다.
실제 조합 이해 없이 탓부터 하는 구조
제가 직접 써봤는데, 메르시가 실제로 게임을 망치는 경우와 그냥 탓받는 경우는 꽤 다릅니다. 이번 상황은 후자였습니다. 당시 조합을 뜯어보면, 우리 팀의 메인딜이 한조였고 실제로 저격 정확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탱커는 시그마로 힐을 많이 먹는 타입이 아니었고, 상대 조합에 메르시를 물기 좋은 기동형 영웅도 둠피스트 하나뿐이었습니다.
이런 조합에서 메르시의 부활(Ultimate: Resurrect, 죽은 아군을 즉시 소생시키는 궁극기) 밸류는 상당히 높아집니다. 부활이란 단순히 시체를 살리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만들어낸 수적 우위를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전략적 도구입니다. 특히 스나이퍼처럼 원거리에서 단독 처치를 내는 영웅이 상대에 많을수록 부활의 가치는 더 올라갑니다. 이 조합이 딱 그 조건이었습니다.
오버워치에서 조합 이해도(Composition Literacy)란 각 영웅의 역할과 시너지를 읽고 그에 맞는 운영 판단을 내리는 능력을 말합니다. 솜브라를 픽하고 탱커 후방 암살만 시도한 것, 리퍼로 교체한 뒤 본대 대신 사이드를 맴돈 것 모두 조합 이해도와 거리가 먼 플레이였습니다. 아래는 메르시를 유효하게 쓸 수 있는 조건을 정리한 겁니다.
- 투자할 만한 메인딜이 팀에 한 명 이상 있어야 합니다. 공격력 증폭(Damage Boost)을 꽂아줄 대상이 있어야 메르시의 지원이 의미를 가집니다.
- 메르시 본인이 살기 좋은 조합이어야 합니다. 상대에 기동형 암살 영웅이 3개 이상이면 픽을 재고해야 합니다.
- 부활 밸류가 살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합니다. 부활을 끊으러 올 기동성 높은 영웅이 없거나, 상대가 원거리 단독 처치에 의존하는 조합일 때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이 세 가지가 갖춰졌을 때 메르시를 골라야 하고, 이번 사례는 그 조건이 꽤 잘 맞아떨어진 경우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조합이 자주 나오진 않지만, 맞아떨어졌을 때의 메르시는 결코 약한 픽이 아닙니다.
에임과 운영, 둘 다 실버면 생기는 일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솜브라는 바이러스(Virus, 지속 피해를 주는 솜브라의 핵심 스킬)를 맞춰야 진가가 나오는 영웅인데, 제가 해당 게임 영상을 보는 내내 바이러스가 제대로 들어가는 장면을 거의 찾기 어려웠습니다. 바이러스란 솜브라가 대상에게 걸어두는 지속 피해 디버프로, 이후 해킹과 연계해 빠르게 처치를 내는 솜브라의 핵심 콤보 시작점입니다. 이게 안 들어가면 솜브라의 암살 루틴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리퍼로 교체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리퍼는 근거리 산탄 딜러라 적의 탱커 바로 앞에서 싸워야 효율이 나오는데, 상대 둠피스트의 로켓펀치를 계속 정면으로 맞아주면서 죽었습니다. 리퍼로 23데스는 정말 쉽지 않은 기록입니다. 차라리 솜브라를 계속 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봤을 때 핵심 문제는 에임만이 아닙니다. 운영의 부재가 더 컸습니다. 나노 부스트(Nano Boost, 아나의 궁극기. 대상의 체력 회복 및 피해량을 대폭 강화)를 받은 둠피스트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교전을 시도하는 건 누가 봐도 손해입니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계속 같은 판단을 반복했습니다. 나노 부스트란 아나가 아군에게 걸어주는 강화 버프로, 대상의 전투력을 단시간 극단적으로 높여줍니다. 이 상태의 둠피스트는 사실상 교전 회피가 정답입니다.
오버워치 공식 통계에 따르면(출처: 오버워치 커리어 프로필) 같은 영웅을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일수록 특정 상황 대응 패턴이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광물 구간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이유는 자기 플레이 방식에 대한 피드백 루프가 짧기 때문입니다. 계속 같은 실수를 하면서도 원인을 외부에서 찾게 됩니다.
팀 게임의 딜레마, 메르시 픽의 현실
어떻게 보면 이건 팀 게임 특유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1대1이었다면 약캐를 골라서 지더라도 본인 점수만 깎이는 일입니다. 근데 랭크 팀 게임에서는 내 픽 선택이 나머지 네 명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고수 구간으로 올라갈수록 조합 밸런스에 민감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메르시 원챔의 간지는 솔큐(Solo Queue, 팀원 없이 혼자 랭크 매칭에 참가하는 방식)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솔큐란 듀오나 파티 없이 혼자 매칭에 들어가는 것으로, 팀 구성이 완전히 운에 맡겨지는 방식입니다. 딜러랑 듀오를 맺고 메르시를 원챔 도전하면 그게 진짜 원챔 도전인지 좀 애매하긴 합니다. 물론 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순수한 원챔의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건 저도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이 졌다고 단정짓는 건 너무 편한 사고방식입니다. 오버워치의 밸런스 패치 이력을 봐도(출처: 오버워치 공식 패치 노트) 메르시는 꾸준히 조정 대상이 되어왔고, 특정 조합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입니다. 실력이 있는 메인딜러 플러스 메르시 조합이 기능하려면 딜러 쪽에서 먼저 그 투자를 받을 자격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메르시를 싫어하는 감정에 매몰된 플레이어들은 판 자체의 조합 구도를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냥 싫어서 싫은 거고, 게임이 풀리지 않으면 그게 증거가 됩니다. 근데 제 경험상 그 게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제 역할을 한 건 메르시였고, 23데스는 다른 쪽에서 나왔습니다.
결국 오버워치 랭크에서 메르시 탓이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스로의 에임과 운영을 돌아보는 것보다 핑계를 찾는 게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메르시 픽이 조합상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을 내리려면 적어도 본인 스탯이 떳떳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처럼 23데스를 기록한 뒤 메르시에게 화살을 돌리는 건 설득력이 없습니다. 앞으로 랭크에서 메르시 탓을 하고 싶어질 때, 먼저 본인 데스 수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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