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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한동안 "우리 팀이 못해서 졌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습니다. 그런데 오버워치2 랭크 게임을 오래 하다 보니, 막상 리플레이를 돌려봐도 그 판의 패인을 정확히 짚어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마 5 구간에서 벌어진 탱커와 딜러의 설전을 분석하면서, 저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해왔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배치 시스템이 만들어낸 이상한 구간

문제의 판은 그랜드마스터(GM) 5 구간이었습니다. 그랜드마스터란 오버워치2 랭크 시스템에서 상위 1% 안팎에 해당하는 티어로, 이론상 꽤 높은 게임 이해도를 갖춘 플레이어들이 모이는 구간입니다. 그런데 실제 교전 흐름과 팀 내 채팅 내용을 보면 "이게 정말 그마 수준 맞나?" 싶은 장면이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대화 맥락만 잘라서 보면 골드나 플래티넘 구간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배치 시스템(placement system)에 있습니다. 배치 시스템이란 시즌 초반 몇 판의 결과를 토대로 플레이어의 시작 티어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오버워치1 시절 랭커였다가 장기간 게임을 접고 복귀한 플레이어가 배치 몇 판만에 그마나 마스터 구간에 안착하는 경우가 실제로 꽤 있습니다. 손감각이나 메타 이해가 완전히 달라진 상태인데도 예전 실력을 기준으로 높은 구간에 배치되는 겁니다.

이번 판에서 솜브라를 플레이한 딜러가 그런 케이스로 보였습니다. 오버워치1 시절 랭커 경력을 가지고 있다가 복귀하면서 배치로 그마 구간에 들어온 것 같았는데, 실제 플레이를 보면 현재 메타에 대한 적응이 부족한 생배(생초보 배치, 즉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구간에 올라온 플레이어를 뜻하는 커뮤니티 용어)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문제는 이게 본인만의 손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팀 전체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습니다.

티어 인플레(tier inflation)란 랭크 시스템의 허점으로 인해 실력 대비 높은 티어에 플레이어가 몰리면서 해당 구간의 평균 실력이 희석되는 현상입니다. 블리자드 공식 오버워치 뉴스를 보면 시즌마다 랭크 시스템 조정 공지가 올라오는데, 사실 그 조정만으로는 이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복귀 유저를 예전 실력 그대로 복원해주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특정 구간의 분별력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판 안에서 팀 원인분석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이 판의 핵심 갈등은 탱커인 도미나와 딜러인 솜브라 사이의 채팅 싸움이었습니다. 도미나 측은 "솜브라가 게임을 안 한다"고 지적했고, 솜브라 측은 "탱커가 자리를 못 먹는다"고 맞받았습니다. 리플레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플레이어가 각자 자기가 잘한 장면만 기억하고 있다는 게 보입니다. 전형적인 선택적 기억 편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도미나의 1라운드 플레이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소닉 리펄서(sonic repulsor, 루시우의 밀치기 스킬과 유사한 개념으로 도미나가 갖는 밀어내기 스킬)를 공격적으로 잘 활용해서 시그마를 자리에서 계속 밀어냈고, 수정폭발도 적절히 섞어 넣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단계에서 발생했습니다. 시그마를 자리에서 밀어냈으면 거기서 멈추고 팀이 딜을 넣어주길 기다렸어야 하는데, 도미나가 시그마를 직접 킬까지 내려고 계속 밀고 들어가다가 피가 빠르게 빨렸습니다.

이게 왜 아쉬우냐면, 도미나는 포킹(poking)에 특화된 탱커이기 때문입니다. 포킹이란 전선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원거리 딜을 넣어 상대를 소모시키는 전략을 뜻합니다. 도미나는 이 포킹 면에서는 충분히 강한 탱커입니다. 그런데 시그마는 본래 잡으라고 설계된 탱커가 아닙니다. 단단하게 버티면서 아군 딜러와 힐러를 괴롭히는 것이 시그마의 역할이라, 도미나가 아무리 밀어내도 풀케어를 받는 시그마를 혼자 녹이는 건 구조적으로 무리였습니다.

반면 솜브라의 선택도 냉정하게 보면 좋지 않았습니다. 해킹(hacking, 솜브라의 핵심 스킬로 상대 영웅의 스킬과 패시브를 일정 시간 봉쇄하는 능력)이 효과적이려면 해킹에 취약한 영웅이 적 조합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판의 적 조합에는 솜브라 해킹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영웅이 딱히 없었습니다. 시그마는 해킹당해도 그렇게 취약해지지 않고, 캐서디와 키리코가 버티는 2라인을 솜브라 혼자 뚫어 솔킬을 내는 것도 티어가 높아질수록 더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솜브라가 경보 상태(적에게 발각되거나 위협받아 이도저도 못 하는 상태)로 판 대부분을 흘려보낸 셈이 됐습니다.

아나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제가 직접 플탱을 오래 해온 입장에서 보면, 아나가 나노 부스트를 도미나에게 주고 나서 수면총 타이밍을 한 박자 놓친 장면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타이밍에 수면을 잘 깠다면 한타가 훨씬 유리하게 흘렀을 텐데,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힐 밴 역할도 흔들렸습니다. 야타도 그 구도에서는 키리나 일리아리 쪽이 더 편했을 것 같았고요.

이 판에서 각 포지션별로 핵심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도미나(탱커): 1라운드 자리 싸움은 잘했으나, 시그마 집착으로 인해 중반 이후 불필요한 교전에서 체력을 소모하고 사고가 반복됐습니다.
  2. 솜브라(딜러): 현재 조합과 맵 구도에서 솜브라를 선택한 것 자체가 아쉬웠고, 바이러스 적중률도 저조해 실질적인 기여가 부족했습니다.
  3. 아나(힐러): 나노 부스트 이후 수면총 타이밍이 맞지 않았고, 2층에서의 판단이 한타 결과에 영향을 줬습니다.
  4. 야타(서포터): 해당 구도에서 야타보다 효율이 높은 영웅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자기 잘한 라운드만 꺼내서 논쟁하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탱커는 1라운드를 기억하고, 솜브라는 마지막 한타를 기억하는 식으로 각자의 프레임이 달랐던 겁니다. 인게임 중에 이걸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건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도 게임 하면서 내가 왜 졌는지 정확히 짚은 적이 몇 번이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솔랭 개선을 위해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들

그렇다면 이런 구조적 문제 안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저는 이 판을 보면서 한 가지 큰 교훈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영웅 카운터(hero counter, 특정 영웅의 약점을 공략하기 좋은 상성 영웅을 뜻합니다)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익숙한 영웅을 고집하면 아무리 개인 실력이 받쳐줘도 팀 전체의 효율이 떨어집니다. 도미나가 시그마를 상대하려면 애초에 라마트라나 라인하르트처럼 시그마를 압박하기 좋은 상성 탱커를 선택하거나, 아예 윈스턴으로 시그마를 패싱하고 뒤를 노리는 전략이 훨씬 효율적이었습니다.

솜브라 입장에서는, 해킹 이득을 볼 수 있는 조합이 아니라면 차라리 시메트라나 애쉬처럼 정면 교전에서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영웅으로 바꾸는 것이 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오버워치 통계 사이트 Overbuff에서 솜브라의 현재 시즌 픽률과 승률을 확인해보면, 상위 구간일수록 솜브라가 유효한 조합 조건이 꽤 구체적으로 좁혀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무 때나 솜브라를 꺼내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플탱을 오래 해보면서 느낀 건, 탱커가 가장 조심해야 할 함정이 바로 "내가 이 영웅을 잡아야 한다"는 집착입니다. 탱커는 자리를 먹고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이지, 킬을 내는 게 1순위가 아닙니다. 시그마를 밀어냈으면 팀이 딜을 넣어줄 시간을 벌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