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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끝나는 순간 상대팀 채팅창에 탱커차이 도배가 올라왔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순간의 황당함이 바로 느껴졌습니다. 공격 때는 윈스턴으로 나름 잘 밀었는데, 수비에서 스노우볼이 굴러가더니 게임 끝나자마자 탱차이 세례를 받는 상황. 이게 단순히 탱커 실력 차이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일까요.

배경: 공격 때 윈스턴, 수비 때 시그마의 선택
저도 직접 겪어봤는데, 공격 때 윈스턴으로 너무 힘들게 뛰고 나면 수비에서는 자연스럽게 시그마처럼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버티는 탱커를 선택하게 됩니다. 세게 뛰기 힘든 상황에서 자리라도 먹자는 판단인데, 이 의도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문제는 조합의 시너지, 즉 팀 전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냐는 겁니다. 해당 게임에서 우리 팀은 시그마-아나-바티스트라는 조합을 들고 나왔고, 상대는 디바-겐지-키리코에 메이까지 더해 맵 각을 넓히는 방식으로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스노우볼(snowball)이란 초반의 작은 불리함이 이후 한타마다 계속 누적되어 결국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으로 굳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게임이 딱 그 구조였습니다.
시그마는 원거리 견제와 방어막 운용에 특화된 탱커입니다. 그런데 상대가 디바와 겐지처럼 기동성이 높은 영웅으로 2층을 점령하러 오면, 시그마는 그 공간을 막으러 가지도 못하고 정면을 포기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위치에 놓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딜라인(deal-line)이란 아군 딜러들이 안전하게 화력을 쏠 수 있는 공간의 경계선을 의미하는데, 탱커가 이 라인을 지켜주지 못하면 딜러들은 제 역할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오버워치2의 공식 영웅 소개에 따르면 시그마는 자기장과 방어막을 이용해 팀을 보호하는 방어형 탱커로 설계되어 있으며, 기동성보다 진형 유지에 최적화된 영웅입니다(출처: 오버워치2 공식 사이트). 그러니 이동이 빠른 조합을 상대로 사이드를 대응하라는 건 애초에 설계 의도 밖의 요구입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격 때 윈스턴으로 충분히 뛰었으니 수비에서 시그마로 안정을 꾀하는 판단은 이해 가능한 선택
- 그러나 시그마-아나-바티스트 조합은 기동성이 낮아 상대의 사이드 전개에 취약
- 상대 디바-겐지-키리코는 2층을 먼저 장악하면서 자연스럽게 아군 딜라인을 붕괴시킴
분석: 탱커차이가 아니라 스노우볼과 조합의 문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리플레이를 보면 탱커 혼자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2층을 디바-겐지-키리코 3인방이 먹어버리면, 시그마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정면에서 상대 힐러를 끊거나 딜라인을 유지하는 것인데, 그 타이밍에 팀 전체가 같이 움직여줘야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궁극기 사이클(ultimate cycle)이 엇나가기 시작하면 그 이후 한타는 거의 구조적으로 지게 되어 있습니다. 궁극기 사이클이란 아군과 상대팀이 각각 궁극기를 충전하고 사용하는 타이밍의 흐름을 말하는데, 한 번 지는 한타에서 궁극기를 낭비하면 다음 한타에서는 궁극기 없이 싸워야 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이 게임에서도 지는 한타마다 궁극기가 소진되면서 리스폰(respawn) 타이밍까지 꼬였고, 결국 거점을 내주는 흐름이 반복됐습니다.
여기서 바티스트가 템포 버튼, 즉 불멸의 장치를 눌렀을 때 상대 탱커의 스탯이 더 좋게 보이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타이밍에 탱차이를 체감한 상대 바티스트가 채팅을 친 것으로 보이는데, 제 경험상 이건 게임 전반의 흐름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지 탱커 개인의 실력만으로 발생한 차이가 아닙니다.
게임 이론 관점에서도 팀 게임의 승패는 단일 요인보다 다중 변수의 복합 작용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오버워치2처럼 역할군 조합과 맵 구조가 복잡하게 얽힌 게임일수록 이 경향은 두드러집니다(출처: Blizzard Entertainment 공식 개발자 노트). 힐러의 판단력, 딜러의 결과물, 탱커의 자리 전개 모두가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데, 이 게임은 셋 다 따로 놀았습니다.
실전: 탱차이 채팅을 받았을 때 어떻게 볼 것인가
저도 다이아 3~4 구간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습니다. 공격 때 윈스턴 들고 뛰다가 수비에서 시그마로 바꿨고, 마지막 3거점에서 오리사로 전환한 것까지 상황이 너무 똑같아서 이게 혹시 제가 했던 판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경기 끝나고 상대팀 채팅창에 탱차이 도배가 올라온 것도 동일했고요.
그 순간에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탱차이 채팅을 치는 사람들을 보면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뉩니다.
- 게임 내내 눌리다가 마지막에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 이건 압도당했다는 항복 선언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이 잘했다는 확인을 받고 싶은 경우. 게임 결과가 아니라 자기 스탯 하나만 보고 결론을 내리는 패턴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죽어서 리플레이 화면을 보면 상대가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들어오는지, 우리 팀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가 다 보입니다. 그걸 보면서 다음 포지셔닝을 수정하는 사람과 그냥 스탯창만 보는 사람의 성장 속도는 몇 천 판이 지나도 좁혀지지 않습니다.
탱차이라는 채팅이 아프게 느껴진다면, 일단 자기 플레이를 리플레이로 확인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게임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과 할 수 없었던 것을 구분하고 나면, 그 채팅이 얼마나 좁은 시야에서 나온 말인지 스스로 보입니다.
결국 이번 케이스는 탱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조합 선택과 스노우볼이 겹쳐서 터진 판이었습니다. 탱차이 채팅이 날아왔을 때 위축되기보다는 그 게임의 실제 맥락을 스스로 짚어보는 습관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 이건 티어와 상관없이 팀게임을 오래 해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통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