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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폐셜포스, 서든어택 하던 시절 이후로 "기방"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버워치 리플레이에서 진짜 기방 위도우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스탯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위도우였는데, 막상 리플레이를 열어보니 맵 구석 기지에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고 있었거든요. 킬로그에는 이름이 꽤 보이는데, 팀은 왜 졌을까 하는 의문이 그냥 풀려버렸습니다.

 

기방 대기샷, 다른 FPS에서 넘어온 흔적

"기방"이란 기지 방어의 줄임말로, 자기 진영 안에서 나오지 않고 원거리만 쏘는 플레이 스타일을 뜻합니다. 폭파 미션(Bomb Defusal) 기반의 FPS, 그러니까 발로란트나 서든어택 같은 게임에서는 이 스타일이 꽤 합리적입니다. 폭파 미션이란 한 라운드에 목숨이 하나뿐이고 죽으면 다음 라운드까지 부활이 안 되는 방식이라, 안 죽는 것 자체가 전략의 핵심이 됩니다. 살아서 거점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팀에 기여가 되는 구조죠.

제가 스폐셜포스랑 서든어택 오래 했는데, 그 시절엔 기방 대기 스나가 진짜 많았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그 게임들에서는 그게 그렇게 욕먹을 짓도 아니었어요. 거리를 좁혀오는 스킬도 없고, 이동 패턴도 좌우 무빙 정도였으니까요. 각도 잡고 기다리면 어느 순간 머리가 들어오는 게임이었으니까.

문제는 오버워치입니다. 오버워치는 폭파 미션이 아니라 거점 점령(Point Capture) 혹은 화물 호위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거점 점령이란 특정 구역을 팀이 직접 밟고 서서 퍼센트를 채워야 이기는 방식으로, 아무리 킬을 많이 해도 거점 안에 없으면 게임을 이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리 휙 저리 휙 갑자기 거리를 좁혀오는 영웅들, 좌우상하로 튀는 미친 무빙까지 있으니 기방에서 쏠 수 있는 각 자체가 처음부터 제한됩니다.

이번 리플레이에서 눈에 띈 건 이 위도우가 대기샷(Ambush Shot) 방식으로만 플레이했다는 점입니다. 대기샷이란 내가 이동하지 않고 특정 각도에 포지션을 잡은 뒤, 상대가 그 각도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쏘는 방식입니다. 발로란트에서는 길게는 1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버티는 게 통하지만, 오버워치에서 겐지 하나가 스위프트 스트라이크 한 번 끊으면 그 포지션은 바로 무력화됩니다. 실제로 리플레이에서 겐지가 근처에서 소리를 내는데도 위도우는 같은 자리를 지키더라고요. 오버워치를 오래 한 사람이라면 그 소리만 들어도 즉시 포지션을 바꿨을 텐데, 이 분은 달랐습니다.

오버워치에서 위도우메이커가 실제로 효과를 내려면 어포지션(Off-Angle Position), 즉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사선에서 팀의 교전을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어포지션이란 정면 교전을 피하면서 측면이나 고지대에서 상대 핵심 영웅을 제거해 팀의 한타 진입을 쉽게 만들어주는 포지션을 말합니다. 이번 위도우가 커버한 각도는 기지 앞 아주 좁은 구역뿐이었고, 실제 거점은 한 번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버워치에서 위도우메이커 플레이 시 확인해야 할 핵심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재 포지션에서 거점 혹은 화물이 시야 안에 들어오는가
  • 상대 핵심 딜러 또는 서포터에게 어그로(Aggro)를 분산시킬 수 있는 각도인가
  • 이동 스킬을 가진 돌격 영웅이 접근했을 때 즉시 후퇴할 경로가 있는가
  • 한타(Team Fight) 타이밍에 팀과 함께 압박을 넣을 수 있는 위치인가

이 네 가지 중 이번 위도우는 단 하나도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한타기여와 스탯의 차이, 킬은 전부가 아니다

저도 처음엔 킬로그 보고 "위도우가 잘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1라운드 종료 시점 기준으로 7킬 0데스였거든요. 제 경험상 위도우로 7킬 0데스면 게임을 꽤 주도한 거라고 느껴지거든요. 근데 리플레이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오버워치의 킬 처치 방식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킬 어시스트(Kill Assist)란 상대 영웅에게 마지막 한 발을 꽂지 않아도, 교전 중에 한 대라도 때렸다면 처치 기록에 이름이 올라가는 시스템입니다. 즉, 아군 네 명이 목숨을 걸고 한타를 벌이는 동안 뒤에서 양념 한 발씩 끼얹어도 처치 숫자는 쌓입니다. 이번 위도우의 스탯이 그 구조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치 숫자가 저렇게 올라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타 현장에 단 한 번도 접근하지 않으면서 그만큼 쌓을 수 있다는 건 직접 리플레이로 봐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한타기여(Team Fight Contribution)란 한타가 시작됐을 때 팀과 함께 압박을 가하고, 어그로를 분산하고, 상대 스킬을 소모시키는 등 실질적인 전투 기여를 뜻합니다. 이 위도우는 한타 타이밍마다 기지에 있었기 때문에 캐서디 혼자 4대1 한타를 치른 셈이 됐습니다. 어그로를 나눠줄 딜러도 없고, 포커싱을 맞춰줄 영웅도 없으니 캐서디 스탯이 나빠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게임 연구자들은 팀 기반 FPS에서 개인 K/D(킬/데스 비율)보다 팀 교전 참여율이 승률과 훨씬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합니다(출처: Blizzard Entertainment 오버워치 공식 블로그). 오버워치 자체가 거점을 중심으로 설계된 게임이라, 킬만 많고 거점 기여가 없는 플레이는 구조적으로 팀 승리에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미있는 건 적 팀의 반응입니다. 전체 채팅에서 "위도우 개잘쏜다"고 했는데, 팀 채팅에서는 "위도우 계속 기지에 있을 것 같으니 꿀"이라고 했다는 겁니다. 적 팀이 이미 파악하고 움직였다는 거죠. FPS 게임에서 상대가 내 포지션 패턴을 읽었다면 그 포지션은 이미 무력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어느 순간부터 겐지도 위도우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고, 상대 팀은 그냥 다른 경로로 거점을 밟아버렸습니다.

이 플레이 스타일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FPS의 생존 중심 메타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발로란트나 서든어택에서 이 수준의 대기샷과 각 쪼개기를 구사한다면 꽤 높은 수준의 플레이어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버워치에서 아무나 저렇게 한 화면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다리는 게 가능하지 않거든요. 오버워치만 해온 플레이어는 그 답답함을 못 버텨서 보통 먼저 움직이게 됩니다(출처: 오버워치 리그 공식 사이트).

다만 오버워치에서는 그 기술이 팀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나머지 네 명의 스탯에 전가됐습니다. 그게 핵심입니다.

스탯이 좋다고 플레이가 맞는 건 아니고, 스탯이 나쁘다고 플레이가 틀린 것도 아닙니다. 오버워치에서는 내가 지금 거점 근처에 있는지, 한타 타이밍에 팀과 함께 압박을 넣고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다른 FPS를 주력으로 즐기면서 오버워치를 가끔 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자기 리플레이에서 한타 타이밍에 어디 있었는지 확인해 보시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거점이 시야 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있었는지, 그 한 가지만 체크해도 플레이가 꽤 달라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LkmoAiZw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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