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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룹도 모르면 경쟁전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브론즈~실버 구간을 경험해보니, 문제는 리그룹을 모르는 그 뉴비가 아니라 그 판에 일부러 내려와서 학살하는 양학러였습니다. 골드1에서 브론즈1까지 떨어졌다가 솔큐로 기어올라오면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브론즈·실버 구간, 도대체 어떤 판인가
솔직히 처음에 이 구간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리그룹(Regrouping)이란 전멸 후 팀원 전체가 모여 함께 재진입하는 전술 행동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 리스폰되는 대로 혼자 돌진하지 않고, 인원을 맞춰 동시에 들어가는 것인데, 이걸 모르는 플레이어가 이 구간에는 생각보다 아주 많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게 못나거나 나쁜 게 아닙니다. 진짜 게임을 막 시작한 사람들이 탱커가 앞에 서야 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채로 경쟁전에 들어오는 거니까요. 문제는 거기에 부계(부캐 계정, 즉 메인 티어보다 의도적으로 낮은 계정)를 파서 내려온 고티어 유저들이 섞인다는 점입니다. 제가 복귀 후 며칠 단위로 경쟁 점수 복구 알림을 받았는데, 핵이나 부계 양학으로 판정된 경기가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이 구간의 전형적인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팀원 절반 이상이 리그룹 개념 없이 단독 진입
- 탱커가 매트릭스(디바의 방어 스킬) 같은 핵심 스킬을 제때 사용하지 못해 먼저 터짐
- 힐러가 포지셔닝을 잡지 못해 부적이나 힐 스킬이 팀원에게 닿지 않음
- 상대에 양학러가 끼면 실력 격차가 너무 커서 판 자체가 무너짐
이 네 가지가 동시에 터지는 게 브론즈·실버 구간의 일상입니다. 저는 이걸 겪으면서 채팅을 끄고도 피로가 쌓이는 게 느껴졌습니다. 욕하거나 비매너 채팅 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건 알면서도, 그 환경에서 오는 소모감은 결국 쌓이더라고요.
힐량과 조합 선택, 뭐가 문제였나
이 구간에서 힐러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에임이 안 좋으니까 에임을 덜 타는 영웅을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저는 그 논리 자체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FPS 장르를 플레이하는 이상 에임을 핑계로 특정 영웅을 선택하는 건, 결국 본인의 성장을 스스로 막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즈키를 예로 들겠습니다. 미즈키의 핵심 스킬인 속박사슬은 카운터 픽(Counter Pick), 즉 상대 조합의 특정 영웅을 억제하기 위해 조건부로 꺼내는 선택 전략에서 진짜 가치가 납니다. 둠피스트, 레킹볼, 디바처럼 돌진해 들어오는 탱커나, 가드를 올리고 도망가는 딜러가 상대에 있을 때 속박사슬로 묶어 카운터를 치는 구조입니다. 그 조건이 맞지 않으면 힐량도 애매하고, 딜을 넣어야 힐이 펌핑되는 구조 때문에 팀 전체 생존력이 떨어집니다. 제가 보기엔 미즈키를 모스트(Most Pick, 가장 자주 선택하는 주력 영웅)로 고정하는 건 이 구간에서 특히 리스크가 큽니다.
힐량(Healing Output) 문제도 힐러 혼자 책임지는 수치가 아닙니다. 힐량이란 힐러가 게임 내에서 팀원에게 회복시켜 준 총량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탱커가 힐을 받기 어려운 위치에서 계속 메카를 터뜨리면 힐러가 물리적으로 수치를 뽑아낼 수가 없습니다. 그 판에서 탱커가 듀오(Duo Queue, 두 명이 함께 큐를 잡는 방식)를 감싸느라 힐러한테 한마디 던진 건, 사실 자기 포지셔닝 문제를 먼저 돌아봤어야 했습니다.
키리코가 이 구간에서 추천받는 이유는 부적이 에임 없이도 쓸 수 있고, 스즈(Suzu, 무적 유틸 스킬)의 범용성이 넓기 때문입니다. 다만 키리코도 포지셔닝이 무너지면 부적 자체를 던질 타이밍을 못 잡습니다. 실제로 그 판 키리코 스탯을 보면 힐량이 낮은 게 실력의 문제라기보다 포지션 문제였습니다. 팀 전체가 따로 놀고, 탱커가 먼저 터지고, 리그룹이 안 되는 상황에서 힐러 혼자 힐량을 끌어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오버워치 공식 통계에 따르면 경쟁전 이탈률은 브론즈~실버 구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출처: 오버워치 공식 사이트).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뉴비 유저의 유입은 늘었지만, 양학과 부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유입이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판단입니다.
솔큐 플레이어가 이 구간을 버티는 법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저도 골드에서 브론즈까지 밀렸을 때 솔직히 이 게임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솔큐(Solo Queue, 팀원 없이 혼자 큐를 잡는 방식)로 다시 골드까지 올라왔고, 그 과정에서 느낀 건 딱 하나입니다. 조합이나 상대 픽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먼저라는 것입니다.
힐러를 한다면 포지셔닝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게임 내에서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동선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개념입니다. 힐량이 낮게 나오는 대부분의 원인은 힐 스킬의 성능이 아니라 힐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서지 못한 데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도 이 부분이었고, 포지션이 잡히기 시작하자 힐량 수치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에임이 약한 분들에게 에임 의존도가 낮은 영웅이 단기적으론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FPS 게임에서 에임을 아예 배제하고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 e스포츠 협회(KeSPA) 자료에 따르면 FPS 장르에서 조준 정확도 향상은 게임 내 반복 훈련으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e스포츠협회). 핑계를 대기보다 연습을 쌓는 쪽이 장기적으로 훨씬 낫습니다.
솔큐 환경에서 이 구간을 버티려면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 채팅에 반응하지 않기: 비매너 채팅에 대응하면 집중력이 분산됩니다.
- 영웅 고정보다 상황에 맞는 교체: 모스트 픽에 집착하지 말고 조합과 상대를 보고 유연하게 바꿔야 합니다.
- 스탯보다 포지션 먼저: 킬이나 힐량 수치보다 팀이 살아있을 때 어디에 서 있었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이 구간에서 으쌰으쌰하며 이기는 판은 드물지만, 그게 나올 때의 재미가 옵치를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 맛에 계속 하고 있으니까요.
뉴비가 많아야 게임이 건강해진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 뉴비들이 양학에 학을 떼고 나가버리면 생태계 자체가 무너집니다. 결국 블리자드가 부계, 양학, 핵 유저에 대한 제재를 더 강하게 가져가는 것이 해결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이 구간에서 고생하고 있는 분들, 적어도 그 피로가 실력 탓만은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