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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 전체가 갑자기 내 캐릭터를 바꾸라고 요구한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습니까?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탭 키 눌러서 딜량이랑 힐량 다 확인이 되는데도 그냥 보이는 숫자 하나만 붙잡고 "야 힐러 바꿔"가 나옵니다. 옵치 1 시절부터 힐이 모자라 보이는 상황이면 힐러가 정치 1순위가 되는 건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더라고요.

힐량 스탯만 보고 정치하는 팀원들
힐량(Healing Output)이란 한 경기에서 힐러가 아군에게 회복시켜 준 총 수치를 말합니다. 탭 키를 누르면 바로 확인되는 숫자라 많은 유저들이 이걸 기준으로 힐러의 활약을 평가합니다. 문제는 이 숫자가 상황 전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상황 중에 이런 게 있었습니다. 상대 조합이 워낙 공격적이라 아군이 계속 흩어지는 바람에 힐 넣을 타이밍 자체가 없던 판이었는데, 경기 끝나고 탭 창 열리자마자 팀원이 "힐 왜 이렇게 없냐"고 바로 채팅을 치더군요. 힐량이 낮은 게 제 실력 문제인지, 탱커와 딜러가 포지션을 잘못 잡아서 힐이 닿지 않는 문제인지를 전혀 구분하지 않는 겁니다.
이번에 제보된 판도 비슷한 구조였습니다. 야타(Baptiste의 한국 서버 통칭)의 힐량이 8,100인 반면 상대 힐러들이 13,000에서 15,000대를 찍고 있었고, 팀원들은 그 차이만 보고 야타를 문제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리플레이를 들여다보면 탱커인 라인하르트가 반응하지 말아야 할 타이밍에 돌진해서 혼자 고립되고, 아나는 수면총을 제때 쏘지 않으면서 다른 곳만 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초월(Transcendence, 모이라의 궁극기)이란 일정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주변 아군을 치유하는 광역 힐 궁극기를 말합니다. 이걸 팀원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아군을 지켜내는 용도로 써야 하는데, 이미 밀린 뒤에 생존용으로만 쓰다 보니 초월 힐량 자체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힐량이 낮게 나올 수 있는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탱커가 포지셔닝에 실패해 힐이 닿지 않는 위치로 이탈
- 팀 전체가 밀리는 상황에서 힐러도 생존을 우선해야 할 때
- 초월 같은 힐 궁극기를 생존 이외의 용도로 억지로 써야 하는 경우
- 상대 조합의 압박이 강해 힐을 넣을 대상이 빠르게 사망할 때
팀이 서로 못하고 있는 건 뒤로 둔 채 숫자 하나로 특정 포지션을 지목해 정치하는 패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게 아직도 이렇게 흔하다는 게요.
궁극기 낭비와 매칭시스템의 구멍
궁극기 운영은 랭크에서 실력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궁극기 충전률(Ultimate Charge)이란 경기 중 딜을 주고받거나 힐을 넣으면서 쌓이는 수치로, 100%가 되면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낮은 티어에서 궁극기 운영이 무너지는 패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이미 한 타 싸움에서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아무 의미 없이 궁을 쓰거나, 반대로 결정적인 타이밍에 "아껴야 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안 쓰는 경우입니다.
제가 경험한 것 중에 지금도 생각나는 판이 있습니다. 상대 로드호그가 맞으면서 퇴각하는 타이밍에 아나가 나노부스트(Nano Boost)를 꽂아줬는데, 그 직후 돼지재앙(Hog's Whole Hog)에 날아가면서 나노가 그냥 증발해 버렸습니다. 여기서 나노부스트란 아나가 아군 한 명에게 걸어주는 궁극기로, 대상의 피해량을 크게 올리고 받는 피해를 줄여주는 강화 버프입니다. 이걸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의 탱커한테 써버리니 효용이 없는 거죠. 그러고는 에너지가 바닥난 자리야한테 나노를 또 꽂더니, 거기에 초월까지 연이어 쓰는 걸 봤습니다. 뭔가를 카운터하려는 의도는 있는 것 같은데 타이밍 계산이 전혀 안 되는 상태였습니다.
오버워치 2의 공식 경쟁전 가이드에 따르면 궁극기 관리는 단순한 타이밍 싸움이 아니라 팀 전체의 궁극기 경제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출처: Blizzard Entertainment). 이른바 궁극기 경제(Ult Economy)란 양팀이 어느 시점에 몇 개의 궁극기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교환 우위를 점하는 개념입니다. 낮은 티어에서는 이 개념 자체가 없다 보니 모든 궁극기가 그냥 "쿨 차면 쓰는 스킬" 취급을 받습니다.
매칭시스템 문제도 빠뜨릴 수가 없습니다. MMR(Match Making Rating)이란 게임이 내부적으로 각 유저에게 부여하는 실력 점수로, 겉으로 보이는 티어 뱃지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골드에서 마스터 티어 유저를 만나는 게 아니라, 이전 시즌에 다이아나 플래티넘이었던 사람이 어느 시점에 MMR이 하이큐(High Queue, 빠른 매칭을 위해 실력 차이가 있는 유저와 매칭되는 현상)로 엮여서 낮은 티어에 등장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어? 이딴 게 마스터야? 싶었던 상황을 저도 몇 번 겪었는데, 알고 보면 당사자가 진짜 그 티어가 아닐 수도 있는 겁니다. 오버워치 2 매칭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는 커뮤니티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으며, 블리자드도 이를 인지하고 꾸준히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출처: Blizzard Support).
게임이 터지면 수습할 생각도 능력도 없으면서 남 탓하기 바쁜 팀원한테 스트레스받는 것도 이젠 지칩니다. 요즘은 솔큐 돌릴 때 마이크 쓰는 사람 없으면 채팅도 그냥 다 꺼버리고 게임합니다. 다인큐 표시도 사라진 마당에 누가 누구를 감싸고 솔큐한테 정치하는지조차 구분이 안 되는 현 구조도 솔직히 문제라고 봅니다.
정리하면, 힐량 숫자 하나만 보고 힐러를 정치 대상으로 삼는 패턴은 오버워치 1 때부터 이어진 고질적인 습관입니다. 궁극기 운영 개념 없이 쌓이면 쓰거나 끝까지 아끼는 식으로 한 타를 통째로 날리는 경우도 여전히 흔하고요. 이 두 가지 모두 결국 스탯을 맹신하고 게임 흐름을 읽지 못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다음 판에 팀원의 힐량이 낮아 보인다면, 탭 창을 닫기 전에 탱커의 데스 수와 포지션 먼저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