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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큐가 1인큐 탱커를 제보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상황이 남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팀원들이 서로 제보를 주고받은 이 사연, 과연 잘못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레킹볼 픽, 진짜 트롤이었나
다이아 랭크 게임에서 레킹볼을 선택한 탱커와 나머지 4인큐 사이에 분쟁이 생겼습니다. 당시 딜러 조합이 겐지, 트레이서, 에코였고 힐러는 모이라와 키리코였습니다. 탱커 입장에서 이 조합을 보면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탱커를 오래 해봤는데, 딜러들이 이미 기동성 위주의 픽을 가져간 상황에서 탱커가 고를 수 있는 카드는 둔피(D.Va) 아니면 레킹볼이 거의 전부입니다.
여기서 레킹볼이란 본체가 구 형태로 변신해 고속 이동과 흔들기(grapple)로 상대 대형을 흐트러뜨리는 데 특화된 탱커입니다. 쉽게 말해 킬을 직접 내는 탱커가 아니라, 상대 포지션을 망가뜨려서 우리 딜러가 픽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입니다. 킬 피드(kill feed)에 이름이 잘 안 올라오는 영웅이라 광물 이하 티어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탱"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킬 피드란 화면 우측 상단에 표시되는 처치 기록을 말하는데, 이게 눈에 잘 안 띄면 팀원들은 탱커가 기여를 못 한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빈번한 오해입니다. 윈스턴처럼 점프팩으로 뛰어들어 방어막을 펼치는 플레이는 시각적으로 바로 보이기 때문에 "탱이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반면 레킹볼이 상대 백라인(back line)을 파고들어 힐러를 눌러주고 있어도, 정작 우리 팀 화면에서는 그냥 볼이 어딘가 굴러다니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백라인이란 팀의 후방에 위치한 힐러와 원거리 딜러 라인을 뜻합니다. 이 구분을 모르는 팀원에게 레킹볼의 가치는 사실상 0으로 보입니다.
현재 메타 기준으로 레킹볼의 밸류(value)는 나쁘지 않습니다. 밸류란 해당 영웅이 팀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이득을 의미합니다. 힐 수급이 부족해도 개인 생존 능력으로 버티면서 상대 대형을 계속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볼이 트롤 픽 취급을 받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맞는 조합에서 꺼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 판에서 레킹볼 픽이 문제였는지 따져볼 때 확인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상대 조합이 레킹볼이 상대하기 어려운 구성이 아니었을 것
- 딜러 조합이 기동성 위주라 레킹볼과 궁합이 맞는 상황이었을 것
- 레킹볼 단일로 힐 자원을 크게 쓰지 않아 힐러가 사이드를 봐줄 여유가 생기는 구조였을 것
세 가지 모두 해당 게임에서 충족됐습니다. 픽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은 판을 보면 드러납니다.
힐러 운영과 4인큐 정치의 민낯
문제는 픽이 아니라 운영이었습니다. 모이라와 키리코 둘 다 생존기가 있는 힐러입니다. 모이라는 소멸(Fade), 키리코는 순간이동(Suzu)으로 위기를 탈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힐러가 뒤에서 나란히 붙어서 메인 전선만 따라다닌 게 실질적인 패인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트레이서나 겐지 같은 플랭커(flanker)를 운영하는 팀에서 힐러가 전원 본진에만 있으면 사이드에서 픽이 하나도 안 납니다. 플랭커란 상대 후방으로 침투해 고립된 적을 제거하는 역할의 딜러를 말합니다. 이 플랭커가 살아 있어야 팀 전체의 압박이 유지되는데, 힐이 닿지 않으면 혼자 들어갔다가 순삭당하고 끝입니다. 트레이서가 허무하게 역행(backtrack) 없이 죽어버린 장면이 반복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오버워치 공식 채널에서 제공하는 역할별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동성 위주 조합에서는 힐러 중 한 명이 반드시 사이드 각도를 함께 커버해야 팀 전체의 기동력이 살아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Blizzard Entertainment 공식 사이트). 딜러 혼자 각을 벌리고 힐러가 본진에만 있으면, 넓은 맵 구도를 만들자는 조합의 의도 자체가 무너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진짜 웃긴 포인트가 나옵니다. 이 판에서 겐지가 가장 거칠게 탱커 정치를 했는데, 정작 힐러들이 그 말에 동조했다는 겁니다. 저도 탱커를 하면서 비슷한 상황을 10판에 10번 겪었습니다. 최소 1킬씩 내주고 자리도 밀어줬는데 "탱커 갭", "픽 바꿔" 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그룹(파티)을 짜서 들어온 쪽이 유독 이런 경향이 강합니다. 먼저 꼬라박고 죽어놓고는 무조건 탱 탓으로 돌리는 패턴입니다.
게임 연구 분야에서 팀 기반 경쟁 게임의 귀인 편향(attribution bias)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패배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자신보다 다른 역할군의 실책을 더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출처: ResearchGate). 귀인 편향이란 어떤 결과의 원인을 분석할 때 자신의 실수는 축소하고 타인의 실수는 확대 해석하는 심리적 경향을 뜻합니다. 4인큐가 1인큐 탱커를 집중적으로 탓한 것도 이 패턴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4인큐라는 숫자 자체가 이미 많은 걸 말해줍니다. 게임 내 영향력 지분이 4:1인 상황에서, 진 이유가 1인큐 탱커 때문이라고 주장하려면 그만큼 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4인큐라면 입 다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들끼리 소통이 되는 상황에서 조합 이해도 없이 정면 싸움만 밀어붙인 건 결국 4인큐의 선택이었으니까요.
탱 유저 분들이라면 이 답답함을 분명히 공감하실 겁니다. 팀원 편하라고 탱을 잡았더니 정치를 받는 상황. 그 순간 탱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저도 그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닙니다.
결국 이 사연은 조합 이해도 부족과 귀인 편향이 합쳐져서 억울한 제보로 이어진 케이스입니다. 레킹볼 픽 자체는 당시 상황에서 충분히 합리적이었고, 실제로 판을 흔드는 역할도 해냈습니다. 힐러가 맵을 넓게 쓰지 못하고 사이드 각을 포기한 게 패인이었습니다. 탱커를 하고 계신 분들, 지금 겪고 계신 정치가 꼭 본인 탓이 아닐 수 있습니다. 조합을 이해하고 자기 역할을 다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