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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버워치1 때부터 탱커만 죽어라 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탱이 잘하면 당연한 거고,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바로 내 탓이 되는 구조. 결국 저도 탱커를 내려놓고 힐러로 갈아탔는데, 이게 맞는 선택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헷갈립니다.
포지션과 스킬 캐치, 탱커가 진짜 하는 일
탱커 플레이에서 가장 많이 오해받는 부분이 스탯입니다. 특히 윈스턴 같은 다이브 탱커를 보면 킬 수가 적다고 "스탯작"이라는 말을 꺼내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이게 탱커 역할을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윈스턴의 핵심 역할은 스킬 캐치입니다. 여기서 스킬 캐치란 상대 딜러나 서포터의 생존기, 회피기 같은 핵심 스킬을 강제로 빼내는 플레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 위도우메이커 앞에 점프팩으로 뛰어들면, 위도우가 그래플 훅을 쓰거나 윈스턴 점프팩이 낭비되는 교환이 일어납니다. 이 순간 킬이 기록되지 않아도 상대 생존 리소스 하나가 줄어들고, 우리 딜러가 그 타이밍에 상대를 처치하기 훨씬 쉬워집니다. 킬 스탯이 안 나오는 게 아니라 킬을 만들어주는 구조인 거죠.
포지셔닝도 마찬가지입니다. 포지셔닝이란 전투 중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뒤에서 막는 것보다 앞에서 막는 게 유리한 이유는, 상대가 궁극기를 쓰면서 돌진해 올 때 내가 뒤에 붙어 있으면 협소한 공간에서 나가기도 어렵고 팀원들이 흩어질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1 윈스턴 거리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윈스턴 점프팩 사거리 하나 분량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 공간을 의식적으로 벌려 놓는 것만으로도 상대 나노바이저나 집결 같은 광역 궁극기를 맞받아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탱커가 실질적으로 하는 일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상대 생존기·회피기를 강제로 빼내는 스킬 캐치
- 궁극기 타이밍에 맞춰 1 윈스턴 거리를 조절하는 공간 관리
- 뒷라인 딜러가 편안하게 포킹할 수 있도록 전방 압박 유지
- 적 서포터를 고립시켜 힐 공급을 끊는 다이브 루트 개척
이 네 가지 중 킬 스탯으로 직접 보이는 건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윈스턴 스탯이 낮다고 비판하는 건, 득점판에 어시스트 없는 수비수를 보고 "아무것도 안 했네"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임 연구 관점에서도 팀 기반 전술 게임에서 역할 분업(Role Specialization)이 명확할수록 개인 스탯과 팀 승률의 상관관계가 낮아진다는 점은 이미 여러 게임 디자인 연구에서 언급됩니다(출처: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아카이브). 탱커 스탯이 낮게 나오는 건 설계 결과지 실력 부족이 아닙니다.

탱커의 무력감, 구조적 문제인가 개인 실력인가
저는 탱 다이아까지 찍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경쟁전을 켜는 게 스트레스가 됐습니다. 지면 탱 탓, 이기면 딜러 캐리. 이 공식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반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탱커는 눈에 잘 안 띄는 일을 하고, 딜러는 눈에 잘 띄는 킬을 내기 때문입니다.
탱커 무력감의 핵심은 안티 탱(Anti-tank) 조합입니다. 안티 탱이란 바스티온, 리퍼, 아나, 야스야, 호그 같이 탱커를 집중적으로 견제하거나 녹여내도록 설계된 픽 구성을 뜻합니다. 상대가 이런 조합을 꺼내면 탱커가 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극단적으로 줄어듭니다. 앞에 서면 녹고, 뒤에 있으면 팀이 무너집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팀 딜러가 포킹 구도에서 킬을 못 내면 제 탓이 됩니다.
저는 요즘 경쟁전에서 한타 전에 반드시 하는 루틴이 하나 생겼습니다. 적 서포터, 특히 아나에게 살짝 비벼보고 수면총 명중률을 가늠하는 겁니다. 수면총이란 아나의 주요 스킬로, 명중 시 상대를 짧은 시간 동안 행동 불가 상태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제 경험상 이걸 못 맞추는 아나를 상대로 할 때는 행동 선택지가 눈에 띄게 넓어집니다. 반대로 수면총 명중률이 높은 아나가 상대팀에 있으면, 그 경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둠피스트나 윈스턴처럼 이동기에 의존하는 다이브 탱커는 이 구분이 더 선명합니다. 이동기 하나가 코인 하나인 구조라서, 스킬을 낭비하면 그대로 고립되고 회수가 안 됩니다. 반대로 적 아나가 수면총을 제대로 못 맞춘다면 이동기를 훨씬 공격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걸 몰랐을 때 그냥 감으로 뛰다가 죽고, 팀 채팅에서 욕을 먹고, 그냥 닫았습니다.
오버워치 2 공식 패치 기록에서도 탱커 역할군은 역대 가장 많은 밸런스 조정을 받은 포지션입니다(출처: Blizzard Entertainment 공식 패치 노트). 이는 탱커가 게임 구조 안에서 얼마나 중심축 역할을 하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 포지션인지를 방증합니다.
탱커가 못하면 탱 탓, 잘하면 딜러 캐리라는 공식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탱커의 기여는 눈에 보이는 스탯으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걸 모르는 분들이 아직 많다는 게, 솔직히 지금도 속상합니다.
힐러로 갈아탄 지금은 확실히 심리적으로 편합니다. 못해도 제 실력 탓만 하면 되고, 잘하면 팀에 바로 티가 납니다. 탱커 시절에는 잘해도 티가 안 나고, 못하면 과하게 드러나는 구조가 너무 지쳐서 떠난 겁니다. 탱커가 재미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무력감을 혼자 감당하는 게 한계였습니다. 아직 탱커로 올라가고 싶은 분들이라면, 포지셔닝과 스킬 캐치 개념부터 다시 한번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스탯보다 공간을 먼저 읽는 습관이 생기면, 분명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 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