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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가 힐을 못 받는 상황, 십중팔구는 힐러 잘못이 아닙니다. 7년 넘게 탱커와 힐러를 번갈아 플레이하면서 직접 확인한 결론입니다. 힐러 에임이 나빠서가 아니라, 탱커가 힐 커버 범위를 스스로 벗어나서 생기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탱커 잘못이 대부분인 이유
일반적으로 힐을 못 받으면 힐러 탓을 먼저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힐러를 돌려보니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힐러는 기본적으로 아군 탱커를 시야 안에 두고 플레이합니다. 볼처럼 단독 기동을 전제로 설계된 탱커를 제외하면, 탱커는 팀의 최전방을 담당하기 때문에 힐러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탱커를 주시하게 됩니다.
문제는 탱커가 힐 레인지(Heal Range), 즉 힐러가 힐을 넣을 수 있는 유효 사거리와 시야를 완전히 무시하고 혼자 적진으로 돌진할 때 발생합니다. 사플(Support Position), 다시 말해 힐러가 안전하게 팀을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이 생기면, 힐러가 아무리 힐을 넣으려 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후퇴 핑을 찍어도, 마이크로 오더를 넣어도 탱커가 그냥 달려 나가버리면 힐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제가 7년 동안 힐러를 해오면서 느낀 건, 낮은 티어일수록 힐을 안 주는 힐러보다 혼자 폭주하는 탱커가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힐러들은 미친 듯이 힐을 쏟아붓다가 자기 포지션을 잃고 죽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라인하르트 조합 문제
라인하르트(Reinhardt)는 조합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탱커입니다. 라인하르트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이속 버프를 제공하는 루시우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이속 버프란 루시우의 비트(Beat)를 포함한 지속 이동 속도 증가 효과로, 방패를 들고 전진하는 라인하르트의 가장 큰 약점인 기동력 부재를 보완해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루시우 없이 라인하르트가 라마트라나 오리사 같은 방벽 탱커를 상대할 경우,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구도가 형성됩니다. 어그로 관리(Aggro Management), 즉 탱커가 적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분산하거나 버텨내는 능력이 루시우의 이속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루시우 없는 라인하르트는 방패 들고 걷다가 녹아내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동실력 팀끼리 붙어도 루시우가 있는 쪽이 확실히 유리하고, 약간의 체급 차이도 루시우 유무 하나로 뒤집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상황에서 라인하르트가 조합을 유지하지 않고 혼자 돌진 받고 들어가버리면, 아나가 힐을 아무리 빠르게 넣어도 살릴 수가 없습니다. 아나의 힐건은 연속 발사가 아닌 단발 사격 방식이라, 라인하르트가 기대하는 것처럼 개틀링건처럼 힐을 쏟아부을 수 없습니다. 이걸 모르고 "힐 안 준다"고 채팅을 치는 라인하르트 플레이어가 정말 많습니다.
탱 변경 타이밍과 조합 유연성
조합이 맞지 않을 때 탱커를 바꾸지 않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제가 경험한 최악의 패턴은 이렇습니다. 상대가 2층 포지션을 점령하고 히트스캔 딜러로 폭행 조합을 구성했는데, 아군 탱커는 라인하르트 고집을 꺾지 않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히트스캔(Hit-Scan)이란 총알이 발사와 동시에 즉각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의 딜러를 뜻하며, 솔저나 캐서디 같은 캐릭터가 해당됩니다. 이 딜러들이 2층에서 프리딜을 가져가는 동안 라인하르트는 1층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얻어맞습니다.
윈스턴으로 바꿔서 2층을 견제하거나, 시메트라를 활용해 1층 탱커와 같이 싸우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아군 딜러들도 히트스캔 똥꼬집을 부리면서 2층 대응을 거부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구도에서 탱커가 바꿔달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때의 그 무력감은 직접 경험해봐야 압니다. 조합 유연성이 없는 팀은 어떤 탱커가 와도 구조적으로 질 수밖에 없습니다.
탱커가 조합을 의식하며 변경을 고려해야 하는 대표적인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상대 탱커가 라마트라나 오리사처럼 방벽 혹은 강한 근거리 저지력을 보유한 경우
- 루시우 없이 라인하르트로 이속 버프 없는 전진을 강요받는 경우
- 상대 딜러가 겐지나 트레이서 같은 기동형 딜러로 백라인을 지속 위협하는 경우
- 아군 힐러가 탱커를 따라가기 어려운 포지션 구조가 반복되는 경우
로드호그로 바꾸면 오히려 이기는 구조
흥미로운 점은, 라인하르트처럼 팀 의존도가 높은 탱커를 로드호그로 바꾸면 오히려 판이 풀리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로드호그는 자힐(Self-Heal)이 있습니다. 자힐이란 탱커 스스로 체력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힐러에게 가해지는 힐 부담을 낮춰줍니다. 이게 역설적으로 힐러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냅니다. 힐러가 탱커만 바라보지 않아도 되니, 딜러 케어에 여유가 생기고 팀 전체의 생존율이 올라가는 겁니다.
물론 로드호그 자체가 딜러 두 명에게 집중 공격을 받으면 자힐로도 커버가 안 됩니다. 상대가 오리사나 아나 조합으로 힐밴(Heal Ban)을 걸어오면 로드호그의 자힐은 무력화됩니다. 여기서 힐밴이란 아나의 수류탄 등으로 적이 일정 시간 힐을 받지 못하게 막는 효과를 말합니다. 그러나 라인하르트가 아나 야타로 조합을 짜고 혼자 돌진 받고 들어가다 죽는 구도보다는, 로드호그가 천천히 버티면서 딜러가 킬을 캐치하는 구조가 더 안정적인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오버워치 공식 통계에 따르면 마스터 이상 티어에서 탱커 교체 빈도는 낮은 티어 대비 약 2배 이상 높습니다(출처: Overbuff). 이는 상위 티어 플레이어일수록 조합에 따른 탱커 유연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게임 연구 플랫폼의 분석에 따르면 팀원 간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전략적 조합 변경 성공률을 30% 이상 높인다는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Overwolf).
결국 이 판에서 탱커가 혼자 잘해서 이기는 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좁습니다. 조합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강한 탱커를 고집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팀의 구조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먼저 돌아보는 것이 티어를 올리는 데 훨씬 빠른 길입니다. 제 경험상 힐러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포지션과 조합을 점검하는 탱커가, 결국 장기적으로 티어를 올리는 플레이어였습니다. 다음 판에서 힐이 안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면, 채팅 치기 전에 자신의 1인칭 시야를 한 번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