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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버워치를 시작했을 때 팀원이 "당겨!"라고 해서 뒤로 물러났습니다. 당기는 거니까 당연히 뒤로 오라는 말 아닌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앞으로 붙으라는 뜻이었습니다. 그 한 번의 오해로 한타를 통째로 말아먹은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오버워치는 10년이 넘은 게임이지만 공식 용어집이 없고, 커뮤니티와 프로씬에서 자연발생한 은어들이 그대로 실전 소통 언어가 됐습니다. 이 글은 그 용어들을 배경부터 실전 활용까지 정리한 분석입니다.

왜 오버워치 용어는 이렇게 독특한가
오버워치는 FPS(First Person Shooter, 1인칭 슈팅) 장르에 속하지만 기존 FPS와는 결이 다릅니다. 배틀필드나 CS 시리즈처럼 에임 중심의 순수 FPS가 아니라, 영웅별 스킬과 궁극기, 오브젝트 점령이 핵심인 하이브리드 전략 게임에 가깝습니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FPS 용어만으로는 실전 소통이 불가능했고, 자연스럽게 오버워치만의 언어가 생겨났습니다.
예를 들어 플랭킹(Flanking)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플랭킹이란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샛길을 통해 우회하여 상대 후방을 기습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건 원래 군사 전술 용어에서 온 말이고 FPS에서도 쓰이는데, 오버워치에서는 특히 겐지나 트레이서처럼 기동성 높은 영웅이 "돈다"고 표현할 때 플랭킹과 혼용됩니다.
또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프로씬에서 탄생한 고유명사들입니다. C9이라는 용어가 대표적입니다. C9이란 Cloud 9이라는 프로팀이 한타를 이기고도 오브젝트를 방치해 역전패하는 장면을 반복하면서 그 팀 이름이 아예 실수의 대명사로 굳어진 것입니다. 오버워치 리그를 보지 않은 신규 유저들도 "C9 했네"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씁니다. 이런 식으로 오버워치 용어의 상당수는 게임 내 메커니즘이 아니라 커뮤니티와 대회 역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Ajax라는 밈도 같은 맥락입니다. Ajax란 루시우의 궁극기 소리 방벽, 즉 비트를 쓰다가 시전 도중 캔슬되는 상황을 뜻합니다. 루시우 궁극기는 발동까지 선딜레이가 존재해서 체력이 낮은 상황에서 쓰면 궁 자체가 취소됩니다. 한 경기에서 이 비트캔슬을 반복한 선수의 닉네임이 Ajax였고, 그 이름이 그대로 밈이 됐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경기가 열린 부산 세트에서 두 팀 합산 12명 선수 중 Ajax만 오버워치 리그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오버워치 역사에 이름은 영원히 남겼지만, 가장 아픈 방식으로 남긴 셈입니다.
실전에서 자주 쓰이는 핵심 용어 분석
오버워치 용어를 크게 분류하면 포지셔닝 관련, 교전 관련, 오브젝트 관련으로 나뉩니다. 실제로 게임 중 소통이 막히는 순간은 대부분 이 세 카테고리 안에 있습니다.
포지셔닝 용어 중 가장 자주 오해되는 것이 "당겨"와 "조이다"입니다. "당겨"는 앞으로 붙으라는 뜻이고, "조이다"는 거점을 먹은 뒤 상대 입구까지 전진해서 좁은 통로를 막는 압박 전술을 의미합니다. 쟁탈전에서 거점을 먹은 팀이 그냥 거점 위에 서 있으면 상대가 자유롭게 진입 각도를 고를 수 있습니다. 반면 입구까지 나가서 조이면 상대는 좁은 통로 하나만 뚫어야 하고, FPS에서 좁은 목을 뚫는 건 공격 측이 극도로 불리합니다.
교전 관련 용어에서 제가 실제로 가장 유용하게 쓰는 개념이 템포입니다. 템포(Tempo)란 팀 전체의 행동 속도감과 주도권을 통칭하는 말로, "선템포"는 상대보다 먼저 궁극기나 주요 스킬을 사용하며 교전을 시작하는 전략입니다. 제 경험상 실력 차이가 크지 않은 게임에서 템포 싸움에서 밀리면 대부분 집니다. 스킬을 아끼려다 계속 당하고, 당하다 보면 체력도 궁극기 게이지도 모두 상대에게 뒤처지는 구조가 됩니다.
오브젝트 관련 용어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것이 "터치"와 "비비다"입니다. 터치란 화물 맵 공격 시 시간이 20초 이하로 줄어든 위기 상황에서 누군가 화물에 닿아 추가 시간을 발동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추가 시간이란 화물에 플레이어가 접촉할 경우 시계가 멈추고 이동 시간이 연장되는 오버워치의 공격 측 보조 메커니즘을 의미합니다. 트레이서나 겐지처럼 기동성이 높은 딜러가 한타 패배 직후 먼저 리스폰되면 "나 터치 돼"라고 알리는 게 실전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비비다"는 거점 게이지가 거의 넘어가는 순간 혼자 버티면서 격돌 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인데, 이게 제대로 되면 팀이 재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비비기가 성공했을 때와 그냥 죽었을 때의 결과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10초 차이가 한타 전체를 바꾸기도 합니다.
그리고 CC기라는 개념도 중요합니다. CC기란 크라우드 컨트롤(Crowd Control)의 줄임말로, 상대방의 이동이나 스킬 사용을 방해하는 모든 효과를 통칭합니다. 수면, 섬광, 속박, 넉백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히 치감이라는 용어도 짚어야 합니다. 치감이란 치유 감소 디버프로, 오버워치에서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받은 직후 자동으로 걸리는 효과입니다. 체력바 옆 보라색 화살표로 확인할 수 있고, 팀원 시점에서는 체력바 위 주황색 화살표가 치감 적용 중 표시입니다. 이걸 모르고 힐러를 탓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핵심 교전 용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흘리다: 상대 궁극기나 진입을 무력화하기 위해 교전을 피하고 몸을 숨기는 것
- 받아치다: 상대가 진입해 올 때 브리기테, 미즈키 등 카운터 조합으로 응수하는 것
- 빌드업: 한 번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때 거치는 준비 단계와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스킬
- 궁분배: 궁극기를 한 번에 몰아 쓰지 않고 나눠 사용하여 한타 지속력을 높이는 전략
- 변수: 대치 상황에서 예상 밖의 킬이 나며 흐름이 뒤집히는 순간
영웅별 은어와 실전 소통 활용법
영웅 스킬 이름을 정식 명칭으로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알아두면 소통 속도가 확실히 달라지는 것들을 짚겠습니다.
윈스턴의 방벽 생성기를 모두가 호빵이라고 부릅니다. 동글동글한 생김새 때문입니다. 자리야의 방벽은 자방(자신에게 쓸 때)과 주방(아군에게 줄 때)으로 나뉘는데, 현재는 투스택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여기서 투스택이란 방벽 두 개를 순차적으로 쓸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버블이라 통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나의 나노강화제는 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뽕검, 뽕퍼 식으로 나노를 받은 영웅과 붙여서 씁니다. 생체 수류탄의 치유 불가 효과는 힐벤이라 부르고, 적군에게 맞든 아군에게 맞든 그냥 힐벤이라 통칭합니다. 루시우는 개구리, 그 궁극기 소리 방벽은 비트, 바티스트의 증폭 매트리스는 생긴 게 네모나서 윈도우라고 부릅니다.
웨버의 씨앗 뿌리기 특전은 모두가 알이라고 부릅니다. 알이란 웨버가 스킬로 생성하는 아군 전용 힐팩처럼 생긴 오브젝트를 말하며, 마치 웨버가 알을 낳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알 먹어"라는 말을 못 알아들으면 힐을 놓치는 상황이 나옵니다.
제노(Penta Kill)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제노란 혼자서 상대 5명 전부를 처치하는 것을 말하며, 일반 경쟁에서는 극히 드물지만 게임 전체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변수가 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받아본 적은 있습니다. 그냥 멘탈이 나갑니다.
오버워치는 게임 생태계 자체가 하나의 언어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게임 내 적절한 소통 능력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 실력 못지않게 크다는 것이 저의 분명한 판단입니다. 실제로 게임 소통이 팀 성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협동 게임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출처: Journal of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그리고 오버워치처럼 팀 기반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 플레이어 간 언어적 소통 방식이 팀 퍼포먼스에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Games and Culture, SAGE Journals).
용어를 외운다고 실력이 오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팀원이 "흘려"라고 했을 때 숨을 수 있고, "터치 돼"라고 했을 때 자기 역할이 뭔지 아는 것만으로도 팀의 리듬이 달라집니다. 오버워치를 막 시작했다면 이 글에서 다룬 용어들부터 하나씩 익혀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엔 어색해도, 어느 순간 이 언어들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가 진짜 오버워치 유저가 된 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