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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사이드 도는 딜러는 왜 항상 힐 안 들어온다고 징징이냐"는 쪽 입장이었습니다. 광물 탱 3년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된 편견이었는데, 어느 날 저티어 겐지 리플레이를 유심히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힐러가 아니라 '사이드를 도는 타이밍' 자체에 있었거든요.

사이드 타이밍과 어그로 — 사이드는 위치가 아니라 순간이다
오버워치에서 사이드 플레이란 단순히 본대와 다른 경로로 이동하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사이드란 상대 본대가 아군 정면에 집중하느라 나를 볼 수 없는 순간, 그 빈틈을 측면 혹은 후방에서 찌르는 전술적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아군이 교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혼자 먼저 나가서 적과 마주치면, 그건 사이드가 아니라 그냥 정면에 1선으로 나가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제가 직접 해당 리플레이를 들여다봤을 때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플래시포인트 모드에서 아군이 현재 거점에서 한창 싸우고 있는데, 겐지 혼자 다음 거점으로 미리 이동해서 30초 넘게 멍하니 기다리다가 상대 4~5명한테 집중포화를 맞고 죽는 장면이 두 번이나 반복됐습니다. 플래시포인트(Flashpoint)란 여러 거점 중 하나가 순차적으로 활성화되며 점령을 다투는 게임 모드입니다. 아군 전원이 현재 거점을 싸우고 있는데 혼자 다음 목적지에 가 있으니, 상대 입장에서 겐지는 그냥 고립된 1인 표적이 됩니다. 힐러가 따라갈 수 있는 구도가 애초에 아닌 거죠.
어그로(Aggro)라는 개념이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해집니다. 어그로란 상대의 시선과 공격을 아군 쪽으로 끌어당기는 행위로, 사이드 딜러가 효과적으로 움직이려면 반드시 아군 본대가 먼저 상대의 어그로를 끌어야 합니다. 상대가 정면을 보느라 나를 볼 수 없는 순간에 내가 측면을 치는 것, 그게 진짜 사이드입니다. 내가 먼저 나가서 나한테 어그로가 쏠리면 그건 순서가 완전히 뒤집힌 겁니다.
저티어에서 사이드 플레이를 할 때 실질적으로 체크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군 본대가 상대와 교전을 시작한 이후에 움직인다
- 상대 딜러와 힐러의 시선이 정면을 향하고 있을 때 측면 또는 후방을 친다
- 교전 이후 힐팩(Healthpack)을 이용하거나 아군 쪽으로 질풍참(Dragonblade Dash)으로 후퇴하는 동선을 미리 계산한다
- 어그로가 충분히 끌리지 않았다면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
게임 연구 측면에서도 팀 기반 슈팅 게임에서 고립된 플레이어의 생존율은 팀과 함께 있을 때보다 현저히 낮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오버워치 공식 통계 및 관련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고티어일수록 개인 생존 시간이 길고 팀과의 포지셔닝 오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합니다(출처: Overbuff 통계).
힐 의존도 — 겐지는 트레이서가 아니다
저는 탱커를 주로 하는 입장이라 힐러들을 꽤 가까이서 관찰해왔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습니다. 메르시가 사이드까지 쫓아가며 힐을 넣어주는 장면은 제 경험상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아나가 가끔 장거리 힐로 사이드를 커버하는 경우는 있고, 키리코가 순간이동으로 따라붙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메르시가 사이드를 커버하는 힐러였다면 솔직히 그분은 진작에 골드 이상으로 올라가 있을 겁니다.
힐 의존도(Heal Dependency)란 특정 영웅이 팀 힐러로부터 얼마나 지속적인 힐을 필요로 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겐지는 이 힐 의존도가 매우 높은 딜러입니다. 트레이서(Tracer)처럼 블링크와 리콜로 어느 정도 자력 생존이 가능한 구조가 아닙니다. 붙어서 딜을 넣어야 킬이 나오는 구조인데, 붙을수록 맞는 양도 많아지고, 그 체력을 채워줄 힐이 끊기면 순식간에 죽습니다.
그렇다면 힐러가 사이드를 봐주기 어려운 저티어 환경에서 겐지로 사이드를 돌겠다고 고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두 가지 현실적인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암살 루트입니다. 힐을 아예 기대하지 않고 숨어 있다가 적 후방의 뚜벅이 영웅, 특히 힐러나 느린 탱커의 뒤통수를 노리는 방식입니다. 킬 이후 바로 질풍참으로 아군 방향이나 힐팩 쪽으로 이탈하는 동선을 미리 잡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티어에서는 리퍼(Reaper) 발소리도 못 듣는 경우가 많으니 이 방식이 생각보다 잘 먹힙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암살 후 이탈 루트를 미리 계산해 두는 것만으로도 생존 횟수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두 번째는 픽 변경입니다. 힐 의존도가 낮은 영웅, 예를 들어 솔저-76(Soldier-76)처럼 자힐(자체 회복 스킬)이 있는 딜러로 바꾸거나, 아예 정면 교전에 합류해서 힐러 시야 안에서 플레이하는 겁니다. 이게 자존심 상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버에서 계속 사이드에서 혼자 죽는 것보다는 훨씬 팀 기여도가 높습니다.
오버워치 공식 커뮤니티 자료를 보면 티어별 딜러 픽 승률에서 겐지는 특히 실버-골드 구간에서 하위권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겐지가 약한 영웅이어서가 아니라 그 티어에서 힐을 받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출처: 오버워치 공식 통계).
팀원에게 픽 변경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것도 경험상 굉장히 조심스러운 영역입니다. 저는 "정치가 아니라 조합상 더 유리할 것 같아서 혹시 가능하세요?" 이런 식으로 최대한 부드럽게 물어봐도 시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내 플레이를 먼저 조정하는 쪽이 훨씬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사이드가 불편한 게 아니라 불편한 타이밍에 나가고 있는 겁니다. 이 한 문장이 저에게는 꽤 오래 남았습니다. 저티어에서 힐 못 받고 사이드에서 죽는 딜러들 대부분은 영웅 선택보다 타이밍 감각이 아직 덜 쌓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드를 잘 돌고 싶다면 먼저 아군 본대의 위치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어그로가 끌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훈련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쌓이면 힐러가 따라와 주느냐 마느냐가 생존에 덜 결정적인 변수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