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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신캐가 나올 때마다 "이번엔 다르겠지" 하고 기대했다가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시온을 직접 돌려보고 나서 처음으로 "이 캐릭터, 제 손에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단기 폭발력만 믿고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고립되는 구조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원콤 능력이 뛰어난 이유, 그리고 제가 거기서 멈춰선 이유
시온의 핵심 딜 구조는 우클릭 차징샷과 오토바이 스킬의 연계에 있습니다. 우클릭 차징샷이란 조준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고 있다가 적과의 거리가 가까울 때 방출하는 고폭딜 기술로, 근거리에서 거리 데미지 감소(이하 거리뎀감)가 적용되지 않는 위치를 찌르면 순간적으로 상대 하나를 끔살 낼 수 있는 수준의 피해를 줍니다. 여기서 거리뎀감이란 원거리에서 적을 맞힐수록 데미지가 줄어드는 페널티 시스템을 말합니다. 오토바이 스킬과 연계하면 진입과 동시에 광역 넉백까지 붙어 한 번의 교전에서 4대5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원콤 구조는 말 그대로 잘 맞아떨어졌을 때의 짜릿함이 있습니다. 과거 제가 신규 프로젝트 초기 런칭 단계에서 단기 마케팅 화력만 믿고 무리하게 진입했다가 자금 회수 타이밍을 놓쳐 고립됐던 기억이 여기서 오버랩됐습니다. 순간적인 밸류는 최상인데, 그다음이 문제라는 거죠.
시프트 스킬은 짧은 거리를 회피하면서 추가 체력을 얻는 기동 스킬입니다. 쿨타임이 우클릭과 거의 동일하게 짧아서, 적 입장에서는 시온의 시프트와 우클릭 속도보다 빠르게 스킬을 교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점이 사이드 압박 효율을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시온의 원콤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토바이 진입으로 광역 넉백 및 초기 피해 유발
- 우클릭 차징샷으로 거리뎀감 미적용 구간에서 고폭딜
- 시프트 회피로 추가 체력 확보 후 즉시 이탈
수직 기동성 부재, 맵을 탄다는 것의 진짜 의미
시온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설계 결함은 수직 기동성의 부재입니다. 수직 기동성이란 높낮이가 있는 지형에서 위아래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오버워치2처럼 2층 구조 지형이 많은 하이퍼 액션 장르에서는 이것이 픽 밸류(Pick Value), 즉 특정 영웅을 선택했을 때 발휘되는 실질적인 전술적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입니다.
시온의 시프트와 오토바이 스킬 모두 수평 이동 위주이기 때문에, 2층 지형이 도드라진 맵에서는 적이 위에서 내려다보며 교전하는 순간 시온이 할 수 있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제가 직접 2층 지형이 많은 맵에서 운용해 봤는데, 사이드 플랭킹 각도가 나오지 않으면 기동 자체가 막히는 답답함이 꽤 컸습니다.
여기서 제 과거 실전 경험이 또 겹쳤습니다. 신규 시스템을 론칭했을 때, 예상치 못한 외부 진입 장벽, 즉 규제나 경쟁사의 방어선이 올라오는 국면에서 저는 사이드 플랭킹 전략으로 돌파하려 했지만 수직 변수, 다시 말해 업계 고저차에 해당하는 예산 구조와 의사결정 레이어를 읽지 못해 고립됐습니다. 시온이 2층 맵에서 힘을 못 쓰는 메커니즘이 그때와 정확히 겹쳐 보였습니다.
또 하나 지적해야 할 부분은 방벽 타격 능력의 부재입니다. 방벽 타격 능력이란 오버워치2에서 라인하르트의 방패처럼 전방을 막는 탱커의 방어 구조물에 유효한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기본 공격, 우클릭, 오토바이 모두 방벽에 막히기 때문에 본대 정면에서 방벽을 상대로는 사실상 무기력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밸런스 문제가 아니라 서브 딜러로서의 역할 범위를 처음부터 제한해 버리는 설계 선택입니다(출처: 오버워치2 공식 홈페이지).
궁극기가 왜 '자살 버튼'에 가까운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온의 궁극기는 변신 후 세 번의 광역 발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인데, 사용 중에 시프트와 오토바이 스킬이 전부 봉쇄됩니다. 여기서 선딜레이란 스킬 사용 버튼을 누른 시점부터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까지의 공백 시간을 뜻하는데, 이 선딜레이가 변신 단계와 발사 단계 양쪽에 모두 존재합니다.
결과적으로 궁극기를 사용하는 동안 시온은 이동기도 없고, 회피기도 없고, 추가 체력 획득 수단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합니다. 적의 군중 제어 스킬(CC기), 즉 상대를 얼리거나 밀치거나 구속하는 기술 한 방이면 궁극기가 공중분해됩니다. 리퍼의 죽음의 꽃과 컨셉이 유사하다는 평이 있지만, 죽음의 꽃은 이동하면서 피해를 주는 구조라 비교 자체가 시온에 불리합니다.
게임 밸런스 측면에서 국내 e스포츠 연구 자료를 보면, 궁극기 사용 중 기동 제한이 있는 영웅은 상위 랭크로 갈수록 픽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백서). 고랭크 플레이어일수록 선딜레이가 긴 궁극기를 징벌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패치는 명확합니다.
- 궁극기 변신 선딜레이 단축
- 궁극기 사용 중 시프트 연계 허용
- 오토바이 쿨타임 1~2초 감소
이 세 가지 중 적어도 하나는 반영돼야 시온이 경쟁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궁극기를 쓰기 전에 시프트로 추가 체력을 먼저 쌓아두는 임시방편 운용이 현재로서는 그나마 낫긴 하지만, 이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회피입니다.
정리하면 시온은 뚜렷한 강점과 뚜렷한 약점이 공존하는 영웅입니다. 원콤 순간 딜과 짧은 스킬 쿨타임을 이용한 사이드 압박은 제대로 작동하고, 저도 실제로 써보면서 그 재미를 충분히 느꼈습니다. 하지만 수직 기동성 부재와 방벽 무력화 불가, 그리고 궁극기의 설계 실패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지금 당장 시온을 픽할 계획이라면, 수평 이동로가 넓은 맵과 사이드 교전이 살아있는 구도에서 운용하시기를 권합니다. 맵 선택이 곧 시온의 밸류를 결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