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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전에서 아군 딜러진이 상대 힐러 라인을 도저히 뚫지 못하고 계속 폭사하던 경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정면에서 같이 딜을 쑤셔 넣는 게 답인 줄 알았는데, 서브 딜러 두 명을 바꾸고 나서 꽉 막혔던 한타가 마법처럼 풀렸습니다. 서브 딜러의 본질은 딜량 수치가 아니라 상대 진영을 심리적으로 흔드는 데 있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서브 딜러의 포지셔닝과 심리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솜브라를 픽하고 나서 제가 처음 한 일은 킬을 따러 가는 게 아니라 맵에 깔린 힐팩을 먼저 해킹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힐팩 해킹이란 솜브라의 해킹 스킬로 회복 아이템이 생성된 구역을 장악해 상대 팀은 사용하지 못하고 아군만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전술입니다. 힐팩 재생 속도까지 빨라지기 때문에, 우리 팀 탱커나 트레이서 같은 기동형 영웅이 힐러 의존도 없이 전장을 누빌 수 있게 됩니다.

그 다음이 진짜 핵심이었습니다. 상대 둠피스트가 진입 타이밍을 잡고 들어오는 순간, 해킹으로 칼같이 침묵을 걸었습니다. 여기서 CC기(크라우드 컨트롤 기술)란 상대의 행동 자체를 제한하는 스킬 계열을 뜻하는데, 솜브라의 해킹은 딜러 중 유일하게 이 CC기를 보유한 케이스입니다. 진입기를 잃은 둠피스트는 그냥 서 있는 표적이 됐고, 팀원들이 일방적으로 처리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이래서 포지셔닝 전환이 중요하다"는 게 머릿속에 각인됐습니다.

트레이서를 함께 올렸을 때는 또 다른 방식의 심리전이 펼쳐졌습니다. 트레이서의 핵심은 전멸(Blink)과 시간 역행(Recall)이라는 두 스킬의 조합입니다. 전멸이란 바라보는 방향으로 짧은 순간 이동을 반복하는 기동기이고, 시간 역행은 몇 초 전 자신의 위치와 체력 상태로 되돌아가는 생존기입니다. 이 두 스킬 덕분에 트레이서는 힐러 의존도 없이 힐팩만으로 스스로 생존을 해결하면서, 상대 뒷라인 힐러에게 끊임없이 어그로를 걸 수 있었습니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정면의 탱커도 신경 써야 하고, 뒤에서 깜빡이는 트레이서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겁니다. 어그로 분산, 즉 상대 팀의 집중력을 여러 방향으로 찢어놓는 것 자체가 서브 딜러의 존재 이유였습니다.

서브 딜러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진입 루트 확보: 은신이나 전멸 같은 이동기로 시선을 피해 접근할 수 있는가
  • CC기 보유 여부: 상대 핵심 영웅의 스킬을 막을 수단이 있는가
  • 힐 독립성: 힐러와 떨어져도 자력 생존이 가능한 구조인가
  • 픽 전환 유연성: 상성이 불리해졌을 때 대체 카운터 픽이 있는가

상성과 카운터 픽의 구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지상 암살 영웅들이 파라를 만났을 때의 무력감은 텍스트로 설명이 안 됩니다. 벤처로 잠복해서 킬각을 노리고 있는데 하늘에서 로켓이 쏟아지면, 잠복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게 오버워치 상성 구조의 잔인한 현실입니다.

파라가 이렇게 강력한 이유는 거리감 페널티가 없다는 점입니다. 거리감 페널티란 대부분의 영웅이 먼 거리에서 공격할수록 데미지가 줄어드는 오버워치의 기본 시스템입니다. 파라는 이 페널티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때문에, 지상 영웅들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일방적으로 딜을 박아 넣습니다. 게다가 파라의 궁극기인 파라포는 광역 포격 방식으로 엄청난 딜링을 자랑하는데, 지상 영웅 입장에서는 피할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그렇다면 파라에 강한 영웅은 뭘까요. 제 경험상 에코가 가장 확실했습니다. 에코는 점착 폭탄을 붙인 뒤 광선 집중으로 원콤을 내는 구조인데, 특히 광선 집중은 상대 체력이 50% 이하일 때 추가 데미지가 터집니다. 파라 옆에 붙어서 점착 폭탄과 광선 집중을 꽂으면, 체력 225의 파라가 순식간에 녹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에코가 공중 기동성에서도 파라보다 오히려 더 자유로운 편이라 접근 자체도 훨씬 수월합니다.

알란의 경우, 불을 태운 뒤 우클릭 불 부채꼴 스킬로 딜을 넣는 구조가 생각보다 체감이 세다는 걸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알란의 부활 메커니즘에 대해 "적들이 거리를 벌리니 불사조 승천으로만 쓰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이걸 조금 다르게 봅니다. 상대 팀이 본능적으로 알란의 시체에서 멀어지는 그 타이밍을 역이용해서, 아군이 거점이나 화물을 밀어야 하는 상황에서 진영 자체를 강제로 밀어내는 존 아웃(Zone Out, 특정 구역에서 적을 강제로 밀어내는 전술) 용도로 부활을 쓰면 충분히 변수가 됩니다. 물론 난이도가 높아 초보자에게는 불사조 승천이 훨씬 안정적이지만, 익숙해지면 부활도 분명한 전술 옵션입니다.

게임 내 상성 시스템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됩니다. 팀 기반 경쟁 게임에서 역할 분담과 카운터 전략이 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개인 실력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있으며(출처: Blizzard Entertainment 공식 오버워치 게임 가이드), 프로씬 데이터에서도 픽 전환 빈도가 높은 팀이 단일 픽을 고집하는 팀보다 경기 승률이 유의미하게 높은 경향이 나타납니다(출처: Liquipedia Overwatch).

원챔(한 영웅만 파는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제가 직접 경험해봐서 잘 압니다. 시메트라만 믿고 갔다가 파라 한 명한테 경기 내내 아무것도 못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경기 이후로 최소 두세 개의 카운터 픽을 익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완전히 납득이 됐습니다.

오버워치는 팀 게임이고, 상성 구조가 분명하게 작동하는 게임입니다. 딜량 스탯이 낮아도 포지셔닝 하나로 한타를 뒤집을 수 있고, 상성 픽 하나로 굳어가던 경기를 돌릴 수 있습니다. 지금 주력 영웅 하나를 잘 쓴다면, 거기에 상성 관계의 카운터 픽 한두 개를 추가로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티어가 달라지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당장 내가 제일 불편했던 상대 영웅을 떠올리고, 그 상대를 잡을 수 있는 픽부터 하나씩 익혀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jHZzKgiCF0